한 수 위의 우루과이에게 배우다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의 역대 3경기에서 우리는 모두 패했다. 제일 대표
적으로 불리우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우루과
이전은 잘 막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종료 직전에 통한의 결승골을 먹혀 3
전 전패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들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 후로 2000년대
에 들어서서 우리나라는 우루과이에게 비교적 적은 스코어로 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의 질이 그들에게 떨어진건 사실이었다.
2003년 이후 근 4년만에 우리나라 홈에서 벌어진 어제 (24일) 우루과이전
에서 우리나라는 또 우루과이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미 우루과이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후부터 언론들은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판명했고, 여러 곳
에서 우루과이전에선 최근 A매치 상승세를 이어나갈려고 하는 대표팀이
힘든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있
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 면에서 우루과이가 한 수 위였다.
그동안 인테르 밀란에서 반 주전으로 밀려난 감이 없잖아있는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알바로 레코바는 노장의 진면목을 발휘했다. 왼쪽 윙어
인 그는 이번 친선전에서 같은 자리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천수
선수의 패기를 비웃기나 하듯 그보다 더 정력적으로 뛰었다. 특히 첫번
째 골에선 레코바의 황금 왼발이 제일 돋보였다. 레코바는 전반전엔 우
리나라 수비진을 흔들면서 노익장을 과시했고, 후반전엔 경기를 조금
지연시키는 여유까지 부리면서 2-0 승리를 지키는데 일조했다. (물론
옐로우카드를 받았지만) 우리가 조금 평가절하하던 레코바에게 놀림
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지성, 이천수, 설기현 아쉽다
우리나라는 이번 경기에서 조재진 선수를 톱으로 세우고 좌우 윙포워드로
이천수, 설기현 선수를 놓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박지성 선수로 세웠는
데, 박지성 선수와 이천수 선수는 서로 돌아가면서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
드필더를 오갔다. 바로 그 후위로 이호 선수와 김정우 선수가 수비형 미드
필더를 봤고,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각각 이영표, 김동진, 김상식, 오범석 선
수가 나열되어있었다. 우리는 전반 초반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이
천수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그는 비록 K-리그에서 사회 봉사
활동 때문에 몇 주를 쉬긴 했지만, 저번 2월 그리스 평가전에서 결승 프리킥
골을 넣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반 초반에 정력적으로 드리블을 해나가면서
우루과이 문전을 바쁘게 움직였기 때문에 큰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이천수
선수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실속이 없는 듯 했다. 특히 여러번의 프리킥 상
황에서 너무 골로 연결시킬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최근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4호골을 뽑으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딱 전반 45분만 뛰었는데,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돌파
찬스에서는 프리미어리그급 실력으로 잔기술을 부리면서 달리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좋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대개 그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박지성 선수의 놀라운 장기를 한번쯤 염두해두
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45분 내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
지 않게 되었고, 처음 기대를 많이 해서 MBC 네티즌 평점 최고점을 받은
것과는 상반되게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박지성 선수는 결코 잘하진 않
았다.
설기현 선수는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소속팀 레딩에서의 활약이 A매치
에서 그대로 드러났었다. 환상적인 공 접기 능력, 그리고 빠르게 달려가면
서 비교적 정확한 크로스를 날리는 능력 등 레딩 경기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요즘 설기현 선수는 레딩 2군을 넘나드는 등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우루과이전에
선 높히 솟구쳤다가 힘없이 떨어지는 안좋은 크로스를 날리는 등, 기대 이하
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리고 후반 중반까지만 해도 오른쪽 파트너인 오른쪽
사이드백 오범석 선수와 호흡이 잘 맞지 않아서 자꾸 중복되기 일쑤였다.
이외에도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미드필드를 지배하면서
러시아에서의 수련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 이호 선수가 부진했고, 이영
표 선수도 최근 토트넘 홋스퍼에서의 많은 출장으로 인해 피로가 쌓인 모
습이 역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타겟맨이라고 불리우는 조재
진 선수는 심지어 정조국 선수와 교체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슈팅도 못해
봤다.
아직도 문제 제기되는 중앙수비수
베어벡 감독은 이번 우루과이전 중앙수비수 두 명을 각각 김상식, 김동진
선수로 뽑았다. 하지만 그 두 선수의 호흡에 그 어떤 찬사를 내릴 수가 없
었다. 예전에도 불거진 문제지만, 김동진 선수는 분명 왼쪽 사이드백이자
윙 미드필더다. 그는 수비수로 전환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사이드백이라는
점에서 센터백을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그는 소속팀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왼쪽 사이드백으로 뛴다. 센터백도 호환이 가능하지만,
사이드백에 길들여진 선수가 센터백도 자유롭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계적인 수비수들 중 센터백도 호환이 자유롭게 가능한 선
수가 있긴 하지만.
그리고 김상식 선수는 천상 수비형 미드필더다. 중원에서 비교적 후위에
위치해서 상대방 공격을 차단하고 활로를 터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다.
센터백과 같은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는 앞으로
전진하는 시간도 꽤나 많다. 이렇게 센터백에 비해 비교적 공격적인 포
지션이 센터백을 볼려고 한다면, 앞으로 튀어나가고 싶은 본능을 못 참
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상식 선수가 센터백을 본다는 것은 어느정
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김상식 선수는 센터백을 본 경기 대개에서 헛
점이 드러났다. 특히 2006년 아시안컵 예선 이란전에선 어이없는 실수를
범해서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센터백으로 놓는 것
이 힘든 일인데도 베어벡 감독은 또 그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베어벡 감독, 센터백 자원을 찾길
우리는 언제나 힘든 A매치를 하고 나면 어떻게 바꿔야할지 토론한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베어벡 감
독도 매 경기를 치르면서 개선안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것이
효과적으로 반영되진 않았다. 특히 중앙수비수 포지션 문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부터 걱정된 문제였다.
최진철, 김영철 선수 등 전문적 센터백들은 나이도 있고 해서 대표팀에
서 슬쩍 빠졌다. 물론 김영철 선수는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도 많고 소속팀 성남 일화에서 해야할 것도 많으니
대표팀에서 제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든든한 수비의 핵 최진
철 선수는 전북 현대에만 전념하기로 하고 대표팀과 안녕을 고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경험한 유능한 수비 자원은 김진규뿐
일 것이다.
김진규 선수는 올림픽 및 성인 대표팀에 두루 사용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제 그의 파트너 및 후보급 선수들을 골라야 하는데, 또 베어벡 감독은
김동진 선수나 김상식 선수를 계속 센터백으로 사용할까 걱정이 든다.
다시 또 말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K-리그 경기를 구경할 때 센터백 자원
들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겠다. 성남 일화의 조용형 선수, 조병국 선
수, 그리고 수원 삼성의 이정수 선수, FC 서울의 김치곤 선수 등 꽤나 유
용한 센터백 자원이 많다. (물론 김치곤 선수의 기복이 심해서 믿음이 많
이 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사이드백 면에선 우리나라도 왠만큼 로테이션을 거칠 수 있다.
센터백을 물색하는 것이 어떨까. 아무리 포백 수비에서 좌우 윙백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요즘 현대 축구의 대세라 해도, 중앙의 두 기
둥인 센터백 두 명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시되는 문제
다.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 선수 등 최고 센터백 자원을 누리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