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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자전거 3

perry |2006.01.31 20:15
조회 157 |추천 0

<3> 네가 잘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

 

 

 

 

 

 유치원 학예 발표회 시간.

 

 하와이언 의상과 

 

 각양각색의  물감으로 화려하게 분장한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노래부르고 춤도 추고

 

 색종이를 오려 만든 토끼 가면, 호랑이 가면 쓴 아이들은

 

 " 어흥~ 널 잡아 먹겠다~!"

 

 " 어머, 어머... 호랑이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하면서 연극도 하지요.

 

  그렇지만 무대 귀퉁이에서 <나무3>가 되어 가만히 서있던 나는

 

  카메라까지 챙겨 가지고 <자식새끼 첫 학예 발표회>를 관람하러 오신 부모님들께

 

  그저... 면목없을 뿐이었습니다.

 

  츄파춥스 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네살박이 동생 유식이가

 

  오른 팔을 쭉 내밀어 내 쪽을 가르키며

 

 " 저어기~~~맨 끝에 나무가   누나닷!!" 이라 외치지만 않았어도

 

  어쩜.. 엄마, 아빠는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얼추 비슷 비슷해 보이는 또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왔다, 들어갔다 정신없는 틈바구니 속에서

 

  날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나무1>과 <나무2>는 짧긴 하지만 주어진 대사가 있었어요.

 

 

<나무1> : 인간들은 우리 나무를 마구 잘라가는 아주 나쁜 존재야!

 

 <나무2>: 맞아, 맞아. 그러니까 호랑이님은 저 선비를 잡아먹어야 해.

 

 

 하지만 내게 주어진 <나무3>은  ... 그저... 나무였을 뿐...

 

 대사 한 마디로 없이 가만히 서있다 연극이 끝나면 꾸벅~인사만 하면 끝이었죠.

 

 

  그 날...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엄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셨던 걸까요?

 

  이튿날.  엄마는 전화번호부를 뒤적여 <어린이 학습지> 회사는 모조리 전화를 하셨어요.

 

  그 중에서 비용이 비교적 싼 두 곳에 정기 구독 신청을 하셨지요.

 

  그리곤 시작된 엄마와 나의 혹독한 1:1 과외학습.

 

  원래 용도에서 180도 벗어나 보리타작(?)에 이용되던 방 빗자루는 닳을대로 닳아

 

  형펀없는 누더기가 된 채  방 한 켠에서 노년의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는 파리채가 대신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두툼한 빗자리보단 가느다랗고 탄력 좋은 파리채가 훨씬 더 아픈거예요.

 

  길고 홀쭉한 파리채 손잡이에 한 대 맞으면

 

  충격을 받은 부위 뿐만 아니라 머리 부터 발 끝까지 .. 온 몸의 세포가 화들짝 놀라게 되지요.

 

  그리곤 2~3초간 얼얼하다가... 이내 맞은 곳이 따끔따끔거리기 시작하죠.

 

 

  덧셈 문제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 하나 꼽고..  그 것도 모라자 발가락까지 세고 있던

 

  날 보며

 

  "  머리 속으로 암산을 해보란 말이야. 암산을~!"  하며

 

  파리채를 책상 모서리에 툭툭 내리칠 때는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아찔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했어요.

 

  하지만 그 놈의 암산이 뭔지..

 

  내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학습지가 구멍이 뻥 뚫릴 정도로 쏘아보고 또 쏘아봐도

 

  모르겠는 거 있죠.

 

  그래서 또 다시 손가락과 발가락을 꼽고 있으면

 

  엄마는 나 때문에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다가

 

  가슴팍을 마구 쥐어뜯곤 하셨지요.

 

 

  그리고 며칠 후..

 

  <TV유치원 하나 둘 셋>을 보고 유치원을 가기위해 집 밖으로 나온 난..

 

  웬 바구니 속에 우유가 한가득 들어있는 걸 보았어요.

 

  흰 우유, 요구르트..  그리고 내가 퍽 좋아하는 초코우유, 딸기우유까지~!

 

  이건 웬 떡.. 아니, 웬 우유인지!!

 

 크리스마스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우유 많이 먹고 얼른 키커서 나랑 안놀아주는 아이들한테

 

  멋지게 복수하라고 내려주신 선물인지?

 

  난 맛있는 초코우유 하나를 집어들고 산타할아버지가 흐뭇하시도록

 

  하늘 향해 벌컥벌컥 들이켜주었어요.

 

  다 마시고 나니 약간의 포만감이 느껴지는 게 .. 덩달아 기분도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딸기우유를 집어들고 <여는곳>을 양손으로 뜯어

 

  네모나게 열린 부분에 입술을 갖다 대었어요. 향긋한 딸기냄새...

 

  그 때였어요.

 

  " 이 년이, 지금 뭘 쳐먹는 거야!!  내가 네 년 공부시킬려고 우유배달이나 할랬더니

 

  그 새 그 걸 다 쳐먹니!!!... 응?"

 

  <XX우유>라고 써있는..  진노랑 옷과 둥근모자를 눌러 쓴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난 화들짝 놀라  마시던 딸기우유를 떨어트리고 말았어요.

 

  퍽..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추락한 우유는

 

  콸콸콸..  핑크빛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내었어요.

 

 

 마치 .. 엄마의 눈물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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