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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로맨스 >> - 9

마녀본색 |2006.02.10 13:00
조회 1,025 |추천 0

 

#2장. < 독립, 그리고, 자유의 시작. > - 3


파티장을 빠져나온 미우는 호텔앞에 대기중인 택시에 올라타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공들여 해진 메이크업을 깨끗이 닦아내고, 거추장스런 드레스는 벗어버렸다.

그리고, 청바지에 타셔츠하나, 모자하나 지갑과 자동차차키만 챙겨들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저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파티장을 떠나기전에 본, 민석과 유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있을지도 모를 파티장에 너무나도 떳떳하게 입장하던 그들의 뻔뻔한 모습이....



미우가 한바탕 뒤집어놓고간 파티안은 다시 금새 종전의 분위기로 돌아왔다, 물론 겉으로는.

미우에게 뜯긴 여자 둘도 몰골이 엉망이라,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부모들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

권여사는 현회장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랫만에 뵙는데, 제 손녀의 험한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젊은 아가씨들 사이에서, 오해가 있었나보더군요..”


“오해라기 보다는, 고 깜찍한 아가씨들이 우리 미우의 뒷 담화를 즐겼나 보더라구요... 요 앞에 치른 홍역도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말이죠..”


현회장은 마른 기침을 했다.

굳이 어떤일인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현회장 역시 심기가 불편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참을수 밖에 없었다. 다시금 관계를 회복해야만 하기 때문이였다.


“그럼.. 미우양은. 언제 회사에 복귀 하는지... 보기 드문 수재인데..”


“그렇죠...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강단있는 아이죠.. 하지만, 아직 마음을 잡지 못한 모양입니다.”


“네... ”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권여사는 더 이상 현회장을 마주하기 불편해서 자리를 피했고, 현회장은 쓴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s'그룹과의 친목을 도모해야만 하지만, 그럴려면, 미우는 잡아야만 하지만, 일이 상당히 틀어져 버렸다. 소위 ’딴따라‘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싶었던, 영화배우가 그걸 방해한 셈이니..

민석의 고집을 꺽지 못했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이 되버려 어쩔수 없이 허락은 했지만,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우의 마지막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권여사의 말대로, 어지간한 남자보다 강단이 있고, 권여사가 가장 아끼는 손녀라고 하니, 전사장의 두 아들이 있어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미우가 경영선에 참여하기 시작했을 때.. 후환이 있을까 내심 불안했다. 그리고, 세상 모르고 즐거워 하는 민석과 유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미우의 차는 서울을 빠져나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미우의 차에는 요란한 음악이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고, 그에 질세라 미우의 목청 또한 컸다.

악에 가까운 미우의 목소리가 음악에 섞여 있었다. 미우는 한참을 달리다가, 문득 허기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하루종일 뭘 먹지도 못한데다가, 파티장에서 그렇게 격렬하게 싸우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운전을 하다보니, 칼로리 소비가 심하긴 했나보다. 미우는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차를 멈췄다. 휴게소에는 그다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미우는 불이 환하게 켜진 식당으로 그대로 돌진을 해서는 주문대에서 씩씩하게 말했다.


“음... 비빔밥 하나... 돈까스 하나... 육개장 하나 주세요,,,”


점원은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계산을 했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미우가 주문한 음식이 배식대위로 미끄러져 나왔다. 미우는 하나씩 식탁위로 옮기고는 신나게 음식들을 위장 안으로 들이밀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있던 사람들은 그런 미우를 어이없게, 혹은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세 개의 그릇이 각각 1/3정도 남게 되자, 미우는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감지했다.

하지만, 지금 미우는 먹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만 있었다. 그런 미우의 모습을 건너편 식탁에 앉은 남자가 젓가락을 입에 문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남자의 눈에 미우가 식사를 하고있는 모습은 배가고파 허기를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 가득찬 불만을 씹어 삼키는듯해 보였기 때문이였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것 만큼 미련한 방법도 없구만.. 저 여자 고생 좀 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우는 젓가락질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 속도가 이젠 거의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미우 역시 한계에 다다랗는지, 드디어 손놀림을 멈추고, 힘들게 숨을 내쉬었다.

배가 너무나 불러와서 꼼짝도 못할 것 같았다. 미우는 한참만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비워진 식판을 그릇 수거대 위에 올려두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말, 배는 빵빵해져서, 누가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속에 있는 모든 것이 올라올 것 같았다.

꽤 무더워진 날의 밤 공기는 텁텁했다. 과하게 배부른 미우에겐, 그야말로 굉장히 짜증스러운 공기였다. 밖에 있는 자판기 앞에 앉아 시원한 콜라를 하나 빼들고는 벤취에 앉아 방금 먹어댔던 음식물이 소화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의 매케한 담배냄새가 미우의 코를 찌르는 순간.  미우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바로 앞에 보이는 쓰레기 통으로 질주를 해야했다.

꾸역꾸역 먹어댔던 음식물은 순식간에,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 안으로 쏟아졌고, 미우는 자신이 토한 토사물과, 쓰레기통에서 올라오는 냄새로, 연식 구역질을 해대며 정신이 없었다.

옆에서 담배를 피던 아저씨들은, 너무나 생생한 소리와 모션에 비위가 상한 듯 인상을쓰며 자리를 피했고, 미우는 창피해서 얼른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자꾸만 꾸역꾸역 올라오는 구역질 때문에. 허리도 제대로 피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미우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구의 손인지 뿌리치고 싶었지만, 자구만 밀고 올라오는 토기에 미우는 허리를 펴지 못했다.

잠시뒤, 토기가 조금 가라앉자. 미우는 낯선 사람을 경계했다.


“누구세요?”


“미련하게 먹는다 싶더니, 이게 무슨 민폐에요? 지나가는 사람 비위상하게.. 괜찮아요?”


“저 아세요?”


“아뇨!”


“그럼 그냥 지나가세요,,”


잔뜩이나 창피했던 미우는 낯선 사람이 베푼 친철에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쏘듯이 말하고는 그 자리를 피했다. 남겨진 남자는 그런 미우의 뒷모습을 황당하게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거, 되게 까칠한 아가씨네....”


[띠리리리링...]


“네, 차태봉입니다. 네....  어, 누나... 지금 내려가는 길이야... 알았어 자주 연락할게..”


전화를 끊은 태봉은 미우가 사라진 쪽을 한번 더 쓰윽 쳐다보고는 자신의 차로 돌아와, 갈 길을 재촉했다. 몇일 뒤 부터는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새롭게 일을 시작해야 한다. 태봉의 차는 부드럽게, 고속도로를 진입해 미끄러져 나갔다..



미우는 세면대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수돗물에 입을 헹구었다.

속이 쓰려왔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심하게 들여다 보았다.


‘잘한다. 안하던 미련한 짓이나 하고...휴...’


모든 걱정을 잊어버리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미우를 괴롭혀오는 기억들에. 기분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갈까?’


미우는 소화가 되지 않아 느끼던 불쾌감이 조금씩 걷혀지자, 다음 행선지를 정하기 시작했다.

홧김에, 답답한 마음에 뛰쳐나오긴 했지만,   딱히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어느정도 속이 가라앉은 미우는 다시금 차에 올라타, 지도를 꺼내었다... 지도에 새겨진 글자중.. 유독 부산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그리고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여행도 생각이 났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미우는 차를 몰아 부산으로 향했다. 조금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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