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는 아직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두 나라 정부가 각각 입맛에
맞는 것들만 공개했다. 특히 여론의 민감한 반응이 예상되는 것들은 되도록 숨긴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당장에는 협상 타결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쇠고기와 자동차, 농업등 쟁점사항들만 너무 떠들고 세부적으로 충분히 독이 될 수 있는 사항들이 너무
외면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각 분야에서 굴욕적인 협상이나 충분히 논의 되어야 하는 사항을
꼽아봤다.
지난 2일 타결된 협정문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원산지 기준을 미국 요구대로 도축국으로 합의했다
우리가 맺은 역대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사육국 기준이었는데 이번에 처음 도축국 기준으로 됐다
이에 따라 캐나다·멕시코에서 태어나 기른 소도 도축만 미국에서 하면 미국은 해당 쇠고기를 관세 혜택을
받으면서 한국에 팔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섬유의 경우 원사부터 직물·재단·봉제까지 모두 같은 나라에서
가공해야 한다는 원산지 기준을 적용하면서 쇠고기·돼지고기에는 전혀 반대 잣대를 한국에 요구한 셈이다.
미국 거대 식육가공업체들은 소값 변동에 따라 캐나다 산과 멕시코산 소들을 미국에 들여와 이미 유통시키고
있다. 이 조항의 문제점은 미국 소들이 광우병에 안전하다는 판명이 나더라도우리 나라에 100% 안전한
소고기가 수입된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또 섬유의 수출을 늘리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의 위생검역
절차를 미국 요구대로 간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당국이 예고 없이 한국의 섬유 수출업체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미국 협상단의
요청도 관철됐다. 애초 우리 쪽 협상단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경우 사전에 고지를 하지 않으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버텼다. 그러나 미국의 계속된 압박에 ‘사전에 고지를 해서는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때에는 현장조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협정문에 명시했다.
자동차에서도 한국은 즉시철폐 품목을 따내고자 미국이 막판에 들고 나온 신속 분쟁해결 절차와
‘스냅백’(위반 판정 때 관세혜택 폐지) 제도를 받아들였다. 신속 분쟁해결 절차는 일반 분쟁해결 절차보다
중재기간이 절반 이상 짧다. 또 일반 절차의 경우엔 위반 판정 때 해당 행위를 시정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신속 절차의 경우엔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저작권자가 포털 등 온라인서비스 제공업체한테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한 누리꾼의
신상정보를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이는 저작권자의 편익을 보장하려고 그동안
강조돼온 누리꾼(네티즌)의 정보인권을 희생시키는 것이어서 누리꾼과 인권단체 쪽의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정보·수사기관과 법원만이 엄격한 절차를 밟아 누리꾼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 충돌한다. 특히 저작권자가 직접 포털업체에 누리꾼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권익 강화와 누리꾼의 정보인권을 맞교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수사기관, 정보기관, 법원이 극히 제한적인 목적으로,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만 누리꾼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도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만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목적의 규제인데 미국에서는 ‘공공의 이익’ 때문이라며 유지되고 한국에서는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돼
사실상 허물어진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세제, 배출가스 규제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국내
자동차 세제를 미국산 대형차에 유리하도록 개편하고 배출가스 규제도 미국차들은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협정문안에 넣었다. 하지만 미국의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는 협상 테이블에서 단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미국 연방법률인 ‘에너지 정책 및 보전법’에 따른 규제로서,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규제는 미국 자동차회사보다 외국 자동차회사들한테 불리하게 적용돼,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불공정관행이라며 몇 차례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서비스시장 접근과 투자 개방과 관련해, 협정 상대국끼리 최혜국대우(MFN) 적용 시점을 ‘미래’로 한 것도
단적인 불균형 사례다. 이렇게 하면 한국은 현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15개 나라로부터 최혜국대우를
받지 못하는 반면에, 미국은 앞으로 한국이 일본이나 유럽연합과 협정을 체결하면서 주는 여러가지 혜택을
가만히 앉아서 누릴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FTA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늘 걱정했던것이
일부기업에 이익이 돌아가는 것들을 얻기위해 너무 많은것을 퍼주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염력
현실이 된 셈이다. 이와같이 세부적으로 수도없이 불리하고 우리 생활에 직격탄으로 다가 올 문제들이 많이
있다. 언론과 정부의 선전과 여론몰이에 선동되지 말고 찬성을 하는 입장이든 반대를 하는 입장이든 올바른
선택을 위해 더 많이 알기위해 노력하고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현명한 눈을 가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