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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로맨스 >> - 20

마녀본색 |2006.02.16 12:56
조회 1,288 |추천 0

 

#4장. < 사랑 그것이 남긴 기억에 대해서... > - 4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미우는 창문을 열었다. 시원은 하지만, 왠지 머리가 아픈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밤공기는 꽤.시원했다..


“아저씨 용지못으로 가주세요.”


주변을 잘 모르는 미우라지만, 그래도, 낮에 지나가면서 봤던 곳, 연못 주위니까. 생각하기 좋을듯해서 그리 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5분여 뒤... 벌써 그 용지못이란 곳에 도착해서, 미우는 택시값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도심의 연못은 낮과는 다르게 꽤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었다. 연못 주위로 죽 둘러 늘어선 가로등과, 연못 가운데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 그리고, 오색찬란한 조명장식까지...

처음에 미우는 한눈에 들어온 예쁜 연못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그 연못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아름다웠다. 그냥, 조용한 연못이 밤이되면, 이렇게 아름답게 변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물론,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그리 반갑지 않았지만...

미우는 주위에 있는 벤취에 앉아 가방에서 mp3를 꺼내어 귀에 꽂았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귓가엔 ‘비틀즈’의 ‘노르웨이 숲’이 흘러나왔다. 언제부터 이 비틀즈란 역사에 남을 영국 롹그룹을 좋아했는지는 몰라도,,, 미우의 mp3안에는 비틀즈의 음악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미우는 불현듯... “무슨여자가 드라마도 안봐요?” 라고 했던 태봉의 말이 떠올라서인가?

마음속으로, 왜, 자신이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었는지. 되짚었다.

그래, 아마 그때까진, 누구보다도, 드라마와 영화 광이였다.

그것도, 로맨스 코미디나, 멜로물만을....

그녀의 대부분 저녁시간대에는 모든 방송사의 드라마들을 섭렵하는 것과, 주말, 약속이 없는 날엔. 하루종일. 새로 개봉한 영화들을 섭렵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식장에서 민석이 유미의 손을 잡고 나갔던 그날 이후로..그녀의 모든 취미는 다 사라졌다. 뭐,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츰이겠지...

첫사랑에 상처 입었을땐, 동화와 순정만화를 버렸고...

두 번째 사랑에 상처 입었을땐, 로맨스 소설을 버렸다..

세상의 모든 순정 로맨스과 관련된 만화,소설,드라마들과 현실이 극도로 다르다는 것!

자신에게 허락된 그것들의 모조품격의 로맨스조차도 없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언제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예쁘고 착했으며, 언제나 당당하고, 귀엽고 상큼했으며,. 운은 억세게 좋아서, 어떤 상황이나, 실수도 행운이 되어서 돌아왔으며, 세상의 멋진 남자는 다 그녀들의 몫이였다.

이제, 미우는 그 사실이 짜증이 났었다.

흔하게만 보던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없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어느정도는 성공하지 않았을까? 가슴을 차갑게 식히는 일이?

갑자기. 귓가에 흐르던 음악의 한 가사가. 미우의 뇌리에 깊이 박히면서, 왠지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듯 했다.


[ And when I awoke                 [ 그리고 깨어났을 땐

  I was alone,                         나 혼자였어,

  This bird had flown,]                 그 새는 날아가 버린거야 ]


그 음악만 몇 번을 반복해서 듣던 미우는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밝은 내일을 맞이하려면, 꿀꿀한 기분은 접고 일찍 자야하니까..

그렇게 미우가 몇걸음 옮겼을때였다.


“저기요.. ”


“네?”


미우가 눈길을 돌린곳에는 어린듯? 아마 풋풋한 이십대 초반쯤 되보이는 남녀가 카메라를 슬쩍 미우에게도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시겠어요?”


“네, 그러죠,, 뭐...”


미우는 기꺼이 카메라를 받아들고, 둘이 포즈를 잡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하! 저것들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아주 놀고있네 놀고있어!’


미우에게 사진찍기를 부탁했던 어린 커플은 아주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찰싹 잘라부터서는 입술까지 포갤려고 난리였다.

그 모습이 미우의 눈에는... [아무리 개방적인 사회문화가 급속도로 번진다고 해도, 여기가 유럽도 아니고, 저런 낮간지러운 포즈로 쌩판 모르는 남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니...]라는...

하지만, 저들도 저들 나름대로의 낭만이겠지. 미우는 아까먹은 소주가 울렁거리려는걸 간신히 참고는 플래쉬 몇 번 터트린 다음 카메라를 돌려주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뚜벅뚜벅 시내 길을 누비는 미우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 돌린 발걸음 이였지만, 어린 연인들의 모습에 대한 질투였는지. 미우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열심히 이 거리를 활보하는 중이였다.

한참을 걸어다니던 미우는 어느 꽃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여르미라, 한차 색색의 장미가 주욱 늘어선 가운데, 그런 꽃보다는 미우의 눈에 들어온건, 꽃집 한켠에 장식된 노란 해바라기 조화엿다. 미우는 한참 그 해바라기를 들여다 보다가. 무심코 내뱉었다.


“아줌마, 저 해바라기 조화 좀 주세요..”



아파트 단지안 쓰레기 분리장앞에서 미우는 좀전에 무언가에 홀린것처럼 샀던 해바라기 조화를 들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전미우!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 왜 샀니? 이걸! 니가 치매가 아주 제대로 오는가 보구나.. 이런 바보!”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정작 미우는 그 해바라기를 버리지를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버리자니, 방금 샀던 돈이 아깝고, 가지자니, 청승맞아 미칠 것 같고...

한참을 갈들하던 미우는 다시,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방금 돈주고 산걸, 버릴순 없질 않은가...

아파트 복도에 들어섰을때, 복도 창에 기대서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태봉이였다.

언제왔는지는 몰라도, 벌써 돌아와, 하루의 정리를 다 마쳤는지. 편안한 옷차림이였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에는 하얀담배가 붉은빛을 발하며 타들어가고 잇었다.  먼저 아는 척을 한건. 태봉이였다.


“아까 가더니! 이제와요?”


“네....”


“어? 해바라기네? 근데, 왜? 조화를 샀어요? 요즘 장미가 이쁘던데..”


“그냥요...”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의 미우를 보던 태봉은 괜히 미우가 들고있는 해바라기를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스 로마신화중에. ‘클휘티에’라는 여자 알아?”


“.......”


“물의 요정인데.. 이 여자가. 아폴론를 사랑했어... 아폴론 알지? 태양의 아들..”


“......”


“그 클뤼티에가 아폴론을 너무나 사랑해서, 아침에 해가뜨고 질때까지 하루종일 찬 땅위에 앉아서. 태양의 행로를 보고있었는데. 이 매정한 놈의 아폴론이 그 클뤼티에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거든... 그런데, 이 바보같은 여자는 그런것 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망부석처럼 서있다가 다리가 뿌리가 되서. 그냥 그 자리에서 꽃이 되버대.... 그게 해바라기래... 슬프지..?.”


“청승이네... ”


“뭐?”


“뭐하러 그런 짓까지.. 안보면. 그만이지..그리고, 그거 별로 예쁘지도 않은 꽃이 뭔가 이야기 거리가 필요했겠죠.. 워낙에 허무맹랑한 얘기를 잘 같다붙이는 서양사람들이...”


“아니.. 거참.. 감수성 메말랐네.. 어떻게 이 아름답고 절절한 얘기를 듣고 그런 말을...”


“겨우. 이 해바라기에 얽힌 전설 얘기해줄려고 기다렸어요? 그리고.. 근데 왜또, 갑자기 반말이야?”


“너 나보다 한참 어리잖아.”


“허허! 나도 반말할까?”


“지금 하고있네,,,”


“에잇, 그냥 넘어갈랬더니. 야! 할일 없으면 발 닦고 잠이나 자!”


미우는 어제나 그렇듯. 냉랭하고 딱딱한 얼굴로 쏘아붙이고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섰다.

그 모습을 본 태봉은 싱긋 웃었다. 저렇게 벌처럼 톡톡 쏘고 은근히 싸가지 없이 구는 모습이 미우같았으니.. 이상하게도, 처음엔 뭐, 저런 여자가 있나 싶었던 미우가, 차가운척, 못된척하고 있는 미우에게 왠지 마음이 쓰였다. 물론, 그 사실을 아직 자신도 모르고 있었지만.


집안으로 터프하게 들어선 미우의 왼쪽 가슴은 쿵쿵 뛰고 있었다.

왜 모르겠는가. 미련하도록 아픈 짝사랑의 결과물인 해바라기의 전설을...

못생긴 검을 얼굴 주위로, 청승맞게 주렁주렁 꽃잎을 달아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태양의 모습을 닮아버린 꽃을....

미우는 왠지 우울한 마음을 덜쳐내 버리려는 듯. 투덜투덜 중얼거렸다.


“씨.... 아주 지랄을 해요 지랄을. 지가 무슨 배추도사야? 무우도사야? 왠 오밤중에 담배피다가 전설이나 지껄인데? 암튼, 아주~~ 재수없는데다. 인제 보니까. 왕 느끼네.. 우욱~”


“넌 뭐라고 궁시렁 거리는거냐?”


투덜투덜 중얼거리며, 토하는 시늉까지 내고있는 미우의 모습을 보던 하다는 한마디 툭 핀잔을 주었다.

미우가 들어올때까지. 드라마를 보며, 이제껏 미우가 들어오는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미우가 들어서면서, 염불하듯 중얼거리는걸 보니, 또, 무슨일엔가 심사가 고인 모양이다 싶었다,

그리고, 하다의 눈길은 미우의 왼손에 들려진 해바라기로 향했고, 의외라는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왠? 해바라기야? 니가 제일 싫어하는 꽃이잖아.”


“그러게, 오늘 저녁에 귀버리고, 속버리고, 눈버리느라, 내가 잠깐 미쳤나보다. 버리자니, 아깝고, 자! 니방에다 꽂아두던가.”


“그래? 안그래도. 한쪽 벽이 좀 허전한가 했는데, 아무튼 고맙다!”


하다는 얼른 미우의 손에서 해바라기를 받아들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고 들어갔다.

정말 벽이 허전해서라기 보다는, 미우가 이꽃을 샀다면, 아마, 미우에겐 오늘 괘 마음이 힘든 날이였을거라고 짐작했다. 강한 자존심과 그 자존심에 입었던 상처들 때문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자기가 좋아했던 모든 것을 재수없다,유치하다, 시간낭비다 라며, 멀리하고 있는 미우인데..

저녁에 권여사에게서 걸려온 말에 신경이 쓰였다.


[그 민군과 강유미가 결혼한다는 구나.. 공식발표가 날것 같은데... 혹시라고 미우가 마음 못잡는것 같으면, 바로 연락 하거라..]


“좀있으면, 기사 날텐데.. 제발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


하다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물끄러미 해바라기를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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