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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여자입니다..

melancholiac |2006.02.20 21:28
조회 809 |추천 0

저는 나쁜여자입니다.

본문이 길어질듯해요.. 그냥..가까운 누구에게도 말할수없어서..푸념이려니 생각해주세요.

악플도 달게 받겠습니다.. 전 욕먹을만한 나쁜여자니까요..

 

 

지금 막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사랑한지 181일째..

길지도 않은 시간이였지만, 저에겐 최고의 남자였어요.

흔히 사람들이 기피하는 B형 남자였지만, 혈액형.. 그런거 다 거짓말이더군요.

너무나도 착하고, 항상 자신보다 절 먼저 생각해주는.. 거짓없는 그런 남자..

 

저는.. 임신 12주를 접어드는 임산부입니다.

이제 미혼모가 되겠지요..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 매몰차게..잔인하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내 속마음을 그를 마주보고 할수 없어, 편지를 썼습니다.

딸랑 편지 한통 전해주고, 음료 한잔 마시고.. 그렇게 일어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의 손을 잡아보았어요. 따뜻한 그의 손..

놓고 싶지 않았고, 항상 그렇듯 그와 함께 자고싶었습니다..

그와 헤어짐에 울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으로.. 끝끝내 눈물 보이지 않았어요..

 

17살때, 수족냉증이 너무 심해 냉이 많이 나와 산부인과에 갔었습니다.

그때 들은 의사의말.. 임신이 힘들것이라는..

무남독녀로 자란 저로써는, 자식을 3명이상 낳는것이 소원이였는데,

어린 나이에 그 말듣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물론 그당시 남자랑 경험이 있고해서 산부인과에 간건 전혀 아니였어요.

여자들 산부인과에 가는거 꺼려하지만, 전 오히려 건강한 아기를 위해서 내 몸은 내가

지키고자 산부인과에 가는것을 전혀 부끄럽지 않게 생각했고, 조금만 이상하다싶으면

바로바로 산부인과 출입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너무나도 착한 이 남자를 만났어요.

제 나이 24살..그도 24살..

처음 만난날은 정말 아무 관심도 없던 그가, 헤어지고나서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제가 계속 대쉬를 했고, 그렇게 그와 연애를 시작했었습니다.

정말..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나서, 길게 떨어져본 기억이 없어요.

같은 서울 하늘 아래지만, 버스로 보통 1시간거리.. 하루가 멀다하고, 그와 제가 만났습니다.

 

그는 항상 처음 연애할때처럼, 저를 아껴주었고.. 저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점점 더 빠져들고..

결국, 그와 전 결혼을 결심하고 몇년뒤에 결혼까지 계획해놨었어요..

 

뜻하지 않은 소식이 새해부터 다가왔습니다.. 저의 임신소식..

평소 임신이 힘들다는것을 알았던 그와 저는 정말 믿기지도 않았고, 준비도 않된 상태여서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여자인 저는.. 절대 이 아이를 지울수 없었습니다..

임신이 힘든 여자분들은 아실꺼에요.. 아가의 소중함을..

또한, 낙태 잘못하면, 저같은 경우 평생 불임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할수도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분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죽어도 아이를 낳겠다고, 처음부터 얘기했습니다.

그의 뜻을 물어봤어요. 올해 25살이 된 그에게 애아빠라는 무거운 짐을 무작정 짊어지게 할수는

없었으니까요..

고맙게도 그사람.. 당신만 믿으라했습니다. 자기도 절대 아이는 지울수 없다고..

너무나도 감사했어요..눈물도 나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수도 없었고..

 

그사람..군대 제대하고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몇개월전에 회사에 입사해서 이제 겨우

적금 부으며 돈 모으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몸이 않좋아 일을 그만둔 상태였고, 임신만 아니였다면 1월부터 일을 하고있었을

겁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구요.

그래서 저희 두 사람은 일단, 양가 식구들에게 알리고, 혼인신고부터 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열심히 돈 모아 몇년뒤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둘 다 집안이 힘들어서 기댄다는것은 상상도 못하니까요..

 

그사람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이렇게 따뜻한 남자가 있다는것에, 그리고 그 사람이 제 남자라는것에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열심히 살겠다고.. 꼭 그러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요..

 

어느날.. 그가 너무 힘들어보여 계속 물었습니다.

차라리 묻지 않았으면 좋았을것을.....

대답을 계속 회피하던 그가 지난날을 말해주었어요..

그사람.. 정말 힘들게 자란 사람이거든요..그건 정말 제가 잘 알아요..

어렸을때부터, 너무 가난했던 그 사람.. 그 흔한 세발 자전거 하나 타지도 못했던 그 사람..

회라는 음식을 20살이 다 되어서 처음 먹어본 그 사람..

정말 달랑 방 2칸만 되는 좁은 지하방에서 얼마전까지만해도 4식구가 함께 살았던 그 사람..

공부 잘했어도, 대학 갈 엄두 내지 못해서 포기했던 그 사람..

어렸을때부터 용돈은 엄두도 못내고, 자기가 벌어 살아온 그 사람..

 

겁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너무나 끔찍해서, 태어날 우리 아가에게도 똑같이

물려줄까봐 겁내고 있었습니다.

맞아요.. 솔직히 이상태로 둘이 무모하게 결혼해서 애 낳아 기르면..

우리도 똑같이 애를 키우게 될것은 뻔한일이였습니다.

그가 울었어요.... 그 심정.. 정말 가난에 찌들어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 못합니다..

 

그가...안쓰럽습니다..

솔직히 남자 나이 25살.. 이제 군대 제대하고 회사 취직해서 몇년동안 열심히 돈 모아, 좋은 여자

만나 몇년후에 결혼하면 안정된 생활 할수 있는 나이잖아요.

앞이 창창한 나이입니다.

이제 겨우 사회에서 젊음을 맛볼수 있는 나이인데, 또다시 그에게 가난이라니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제가 허리가 많이 않좋아서.. 임신으로 인해, 골반이 점점 넓어지면서, 요즘엔 하루라도 않아픈

날이 없습니다.. 단순한 디스크가 아니라.. 전 정말 누워서만 지내야하는.. 그런 상태거든요..

그런 제가 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무리한 통증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할수도 있고, 무서운 말로는

애를 낳다가 잘못하면 정말 병신이될수도 있습니다.

그에게.. 짐이 될수 없었습니다.

혹여 그렇게 된다면, 그는 무슨 죄입니까? 애도 모자라서, 병신된 아내까지 책임져야 합니까?

 

가족에게도.. 짐이 될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시설을 알아봤고, 조만간 들어갈 생각이에요.

제가 정말 애를 낳다 잘못되면, 이 아이.. 입양을 보내게 되겠지요..

그렇게까지 되지않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애 낳고, 건강하게 제가 지낼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랑하는 아가를 낳아서, 제 손으로 길러야합니다..

 

그 사람.. 착한 그 사람..

아무것도 모른체 그저 헤어지잔 제 말에 너무나도 속상해합니다..

자신은 그럴수 없답니다..

자기를 못믿겠냐고 합니다..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고, 언제든 마음 바뀌면 연락하랍니다.

 

전 못합니다..

다른 분들은 제게 변명이라고, 욕하실수도 있지만, 전 못합니다.

제가 정말 목숨까지 바칠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 사람에게 저때문에 가난하게 살라고 할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그 남자의 가족이라 생각해보세요..

결혼시키고 싶으시겠어요??

다들 힘들게 자랐고, 이제 겨우 자리잡고 살기 시작하는데..

그 사람이 제 오빠거나 동생이면.. 저 그 여자 정말 미워할껍니다..

둘이 아무리 죽도록 사랑해서 죽고 못산다 하더라도 전 두사람 애 낳으라 소리 못합니다.

 

그래요.. 저 무책임하게 아기 낳겠다고 말하는 사람으로 보일꺼 압니다..

하지만.. 저 이 아이 절대 지울수 없습니다..

꼭 낳아야만 합니다.. 제 인생에 단 하나뿐인 생명일수도 있는데..

여자라면.. 애 못낳는 인생이라면.. 행복할수 있을까요..?

전 이 애가 전부에요.. 우리 아가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악물고 살껍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비없는 자식이라 손가락질도 당하겠죠..

가난해서 제대로 먹이지도 못할수도 있겠죠..

 

제가 노력할껍니다.. 너무나도 독한 제자신을 잘 알기에, 잘 해낼수 있으리라 믿고있고,

앞으로 최소 5년동안 어떻게 지내야할지 나름대로 계획도 세워놨습니다.

독한 저였기에,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모진말로, 아이도 나도 잊으라 했습니다.

내가 이제 싫어졌다 말했습니다.

내 아이라 했습니다.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 했습니다.

아이와 내 앞길에 간섭하지 말아달라 했습니다.

그 사람이 필요없다 했습니다.

절 찾지도 말라 했습니다.

나 없어도 잘 먹고 잘 살수 있을꺼라 했습니다.

 

아이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나쁜 엄마가 이미 되어버렸지만,

무책임이 아닌 독한 마음으로 아이 낳아 사랑으로 키울것입니다..

가난에 힘들어도 아이가 당당하게 자라도록 열심히 노력할것입니다.

 

너무나도 긴 글에 짜증도 나셨겠어요..

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제 아이에게 모진말은 말아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앞으로 한동안 폐인으로 살게될.. 아니 어쩌면 평생을 폐인으로 살게될

그를 욕하지도 말아주세요..

그 둘을 불행하게 만든 저.. 욕 먹으며 힘들게 살 각오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분이라도.. 힘내라고 말씀 해주세요..

제가 오늘 한 이별이 제 인생에서 제일 용감했고, 올바른 선택이였다고..

단 한분만이라도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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