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2년부터 7년째 사랑한 남자가 있습니다.
남친은 만나면서부터 고시생활 3년을 했고, 이후 취업을 위해 다시 학교에 들어가 작년에 졸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제 나이도 노처녀 대열에 올랐고, 그 사람도 서른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시험 합격하면 이제 우리 맘대로 사는 거야..
혹은 졸업하고 취직하면 우리도 이것저것 해보자...
이젠 결혼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말로 이 사람은 저를 안심시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저한테 과분할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말을 믿었고, 믿고 싶었고, 지금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졸업하고 취직하면 정말 저희도 남들처럼
여행도 다니고, 좋은 식당에서 음식도 먹고, 이런 저런 추억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제 남친에게는 십년째 고시준비를 하는 형이 있습니다.
이제 30대 중반을 넘은 형은 계속 시험에만 매달려 있고 취직도 않고,
부모님은 두 분 다 60이 넘으셨습니다.
문제는 아직 제 남친이 취직을 하지는 않았지만, 직장을 구하게 되면
아버님이 직장을 그만두시고 남친이 가장이 되어
월급 모두를 가족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료보험이나 기타 세금도 다 내야 하고, 저희 결혼은 2년 정도 미루자고 합니다.
결혼 전까지 아버지도 형도 돈을 벌지 않으니
자신이 대신 어느 정도 도와줘야 한다고,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합니다.
결혼하면 그때부턴 전혀 도와주지 않아도 되고 달달이 용돈만 드리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서 결혼할 때 집이라도 해주실 지 모른다고
우리에게 더 힘이 되는 일이라고 저를 설득합니다.
달달이 어느 정도 드리는 용돈이거나
결혼을 위해 아들 적금을 드는 것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두분이 생계를 꾸릴 정도의 상황이 되면서도
집을 해주실 수도 있다는 단말만 하며 생활비로 월급 모두를 달라는 말은,
그래서 당분간 결혼도 할 수 없다는 말은
제게 정말 이해가지 않습니다...
십년째 합격 한번 못한 장남은 집도 있고,
지하철은 절대 안타고 자가용 몰고, 카드까지 씁니다.
제 남친은 효자에 착한 동생이라
그런 것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장남 대신 장남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니까 여유있는 사람이 베풀고 돕고 살아야 된다는 말 너무 맞지만
전 너무 막막합니다...
남친은 저보고 속물이라고 합니다.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못하고,
자기만 알고 잘 살려고 하는 자기중심적이고
돈만 밝히는 속물적 인간이라 합니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부모님 용돈은 달달이 얼마 드리고, 어떻게 하는지
아이 하나 낳아 기르는데는 얼마나 돈이 드는지
제발 현실적으로 살펴보고 물어봐서 도와드리자는 제 말,
그런 얘기 할 필요도 없고 어차피 그때 닥쳐서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자신들 부모님은 보통 분들과 달라서 아들 돈 마냥 받고 가만 있을 분들 아니라고요...
저는 혼자 벌어서 학교 다니느라
남들 학교 다니는 시간 두 배로 다녔습니다.
알바로 적당히 돈 모으면 학비로 한번에 다 빠져나가고, 그렇게 몇 년 간신히 버티며 졸업하였더니
결혼은 하고 싶은데 저도 재정 능력이 제로입니다.
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켜서라도 제가 결혼하고 싶다면
부모님께 달달이 드리는 용돈은 지금부터 얼마로 드리는게 좋을까요?
그리고 부모님한테 결혼전까지 모든 돈을 생활비로 드리다,
결혼 이후 남친 말처럼 한 순간에 끊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더구나 집을 주실 수 있다는 조건으로 그런 일을 한다는게 과연 현명할까요?
아님 이런 것들 떠올리고 속물 소리 들으며 매달리지 말고
헤어지고 서른 되기 전에 평범한 사람 다시 만나야 될까요?
정말 돈 때문에 7년을 만나온 사람한테 실망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 제가
싫습니다. 정말 속물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지나친 것인지, 남친의 부모님이 지나친 것인지, 모든 것을 착한 아들 동생으로 받아들이는 남친이 지나친 것인지
이젠 한달을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전 이제 모든게 지쳐버렸습니다.
과연 내가 사랑이라고 믿어왔던게 무엇인지조차 회의가 듭니다.
속물적인 사랑이 되버린 지금... 지난 시간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차라리 아무 것도 없고 마냥 미래엔 모든 것이 잘 되리란 고시생활 보고 있을 때가
마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전 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서인지 정말 가족에 대해 깊은 사랑
이해할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게
정말 가족일까요?
결혼하신 님들... 제발 제가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