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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와 요정사냥꾼(9)

유상민 |2006.02.24 00:48
조회 252 |추천 0

“오호, 이게 누구야? 루비! 정말 오랜만이구나. 시장님은 잘 지내시고?”


“네, 폴라우드씨.”


“때마침 잘 왔다. 그렇잖아도 뜨끈뜨끈한 빵이 막 나왔거든. 당연히 맛봐야지?”


"그럼요! 그럴려고 온건데."


루비의 대답에 이어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던 빵집 주인 폴라우드의 시선이 포포에게로 향했다.


“오...이 녀석 쿠루 같은데, 어허...사납기로 소문난 쿠루를 안고 있다니, 대단한 소년이구만.”


“시장님이 초청하신 라우드인 포포에요.”


“라우드인? 이야...정말 오랜만에 오는 귀한 손님이군. 반갑다. 포포. 난 이 빵집 주인인 폴라우드라고 한다.”


폴라우드가 자신을 소개하자, 포포 역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폴라우드씨.”

“그래. 포포. 만나서 정말 반갑다. 그나저나 라우드인의 품에 안긴 쿠루라..... 너 정말 대단하구나.”


“아...아니에요. 오늘 처음 봤는데, 볼 때부터 얌전했던걸요.”


“그래? 그것참 신기하구나. 그건 그렇고 빵 좋아하니?”


“네. 좋아해요.”


“자, 그럼 이거 먹어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폴라우드씨가 마치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포포에게 건넸다. 그리고 막 구운 뜨끈한 빵을 보자, 포포는 갑자기 고아원에서 매일 식사 때마다 먹던 빵이 생각났다. 그 곳에서 먹던 빵은 수프에 찍어먹지 않으면 씹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딱딱했는데, 지금 폴라우드씨가 준 빵은 한 눈에 보기에도 부드럽고 먹음직스러워보였다. 그리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한 향이 온 몸에 전율이 흐를 만큼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는 맛있는 빵.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빵은 난생 처음 먹어본 포포가 기분이 좋은 듯 작게 외쳤다.


“폴라우드씨, 정말 맛있어요!”


“하하. 맛있다니 다행이구나.”


그리고 갑자기 포포의 손에 들려 있던 빵을 살짝 떼어 넣고는 너무도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작고 앙증맞은 요정, 루비!


“역시 이 달콤한 맛은 폴라우드씨네 빵이 아니라면 맛볼 수 없다니까.”


“하하. 루비. 늘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구나. 그럼 이제 까티슈를 잘라볼까?”


"당연히 잘라야죠."


까티슈? 그게 뭐지?

포포는 폴라우드씨와 루비가 말하는 까티슈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다.

무엇이길래 당연히 잘라봐야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잠시 후, 폴라우드씨가 형형색색의 빵이 가득 담겨 있는 광주리를 들고 나오더니, 포포를 향해 말했다.


“이 중에서 아무 거나 골라보렴. 까티슈의 질문이 예언이 될지도 모르니.”


“까티슈의 질문이요?”


“그래. 까티슈의 질문.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빵의 이름이 까티슈인데, 안에는 질문이 하나 적혀 있는 종이가 들어 있단다. 그래서 우리는 까티슈의 질문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까티슈의 질문에는 마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어서,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순간 질문은 사라지고 대신에 예언이 나타난다고 전해지지. 물론 영혼의 대마법사 율리안님을 제외하고 실제로 까티슈의 질문이 예언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다고 하더구나. 여하튼 까티슈를 자르는 일은 몬스티아에서는 하나의 관습처럼 자리를 잡은지 오래다. 자 그럼 이제 아무 까티슈나 하나 골라서 반으로 잘라보렴.”


포포는 여전히 폴라우드씨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노란색을 띄고 있는 까티슈를 하나 고른 후, 반으로 갈랐다. 까티슈 안에는 붉은 색 종이가 들어 있었고, 그는 종이를 꺼내 약간은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과연 안에는 무슨 질문이 들어 있을까?


‘쿵쾅쿵쾅’ 

갑자기 가슴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한 포포.

그는 지금과 같은 긴장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하나의 놀이일 뿐인데, 왜 이런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잠시 후, 그의 시선이 종이에 적혀 있는 질문을 향했다.


‘가장 위대한 마법사란?’


질문을 보는 순간 포포는 숨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마법사의 피' 가 전혀 섞이지 않은 라우드인 포포에게 종이에 적혀 있는 질문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그의 가슴이 계속 숨이 막힐 듯 답답해 오는 것일까?

참다 못한 포포가 질문의 내용을 말하려 하자 루비가 그의 입을 가로막고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까티슈의 질문, 첫 번째 규칙! 질문의 내용은 절대 말하지 말 것!”


“아...그런 규칙이 있었구나.”


“응, 한 때는 다들 까티슈의 질문이 예언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다들 규칙을 철저히 지켰던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구. 그게 벌써 수 백년 전 일이야. 그런데 이제는 다들 까티슈의 질문과 예언을 사실이 아닌, 전설로만 생각하고 있어. 솔직히 나도 진짜로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진짜인지는 확신이 없어. 자세한 건 나중에 시장님께 여쭤봐. 까티슈의 질문과 예언에 관해서라면 시장님이 제일 잘 알고 계시니까."


“그렇구나. 알았어.”


대답을 들은 루비가 갑자기 포포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돌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빵도 먹고, 까티슈의 질문도 확인했으니까, 이제 그만 다음 장소로 가볼까?”


“다음 장소? 이번에는 어디로 갈건데?"


“글세. 어디를 가볼까?”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져버린 루비!

그 때 옆에 있던 폴라우드씨가 포포를 향해 빵이 가득 담긴 봉지를 하나 건넸다.


“자, 갈 때 가더라도 이거 가지고 가거라. 자랑은 아니지만, 몬스티아에서 우리 집 빵보다 맛있게 하는 집은 없지. 오랜만에 라우드에서 온 귀한 손님이니, 선물로 주마.”


인심 좋은 폴라우드씨의 빵 선물을 받아든 포포는 그를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어느 새 입에 빵을 하나 물고 있는 마법동물 쿠루! 모습을 바라보던 몬스티아의 빵집 주인 폴라우드와 루비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갑작스런 웃음 세례에 가게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힐끔 힐끔거렸고, 처음에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던 포포는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환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날은 정말 처음이었다. 지금의 감정은 마치 나른한 오후 햇살 속에서 아무 걱정 없이 낮잠을 잘 때 느끼는 편안함과도 같았다.


그는 이 순간 쉬지 않고 기도했다. 지금의 이 기분 좋은 행복의 시간이 멈추지 않기를.....그러나 언제나 행복의 시간은 또 다른 친구를 몰고 오는 법. 사람들은 세월의 아름다움을 경험할수록, 그 사실에 대해서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것이 인생이니까. 그리고 포포에게도 그런 사실을 깨닫기 위한 운명이 날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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