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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알까지 빼려고 하니,

은하철도 |2006.02.27 17:26
조회 506 |추천 0

이제는 새알까지 빼려고 하니,



언젠가 사람들이 꽉 찬 전철을 타고 가는데 옆에 서 있던 여자가 힐끔 나를 쳐다본다. 왜 쳐다보나 생각해보니, 아래로 내려뜨린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옆에 섰던 여자도 곰곰이 생각할 것이다. 내 손이 자기 엉덩이를 어루만지는지, 아니면 그냥 닿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울 텐데, 아직 헷갈리는 중인 모양이다. 얼른 손을 들어올리며 몸을 옆으로 틀어서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그만 팔꿈치가 다른 여자의 가슴에 닿으며 물컹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깜짝 놀라며 나를 째려본다. 잘못하다가는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다 성추행범범으로 몰릴 것 같다. 요즈음에는 길거리에서 팔도 흔들지 말고 다녀야지 어떤 세상인데 여자 몸에 손을 대?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할머니가 5살짜리 미국아이의 고추를 만지며, 아그, 귀엽기도 해라. 했다가 경찰서로 끌려갔다. 내 상식으로는 할머니가 성적만족을 추구할 목적으로 어린아이의 고추를 만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사법부에서는 성적만족을 추구할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아동성추행죄로 처벌했다.


요즈음에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처벌도 강화시키려 한다. 형법규정에 따른 벌금이나 징역에 처해지는 것은 물론, 그 이후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워라, 얼굴뿐만 아니라 그 주소도 모두 공개하라, 성범죄자가 사는 집 앞에 팻말을 세워라, 심지어는 거세까지 들먹인다.

거세? 에그머니나, 새알을 빼버려?

신문을 들었던 손이 얼른 아래로 향한다.


너무 매스컴에서 떠드니깐 멀쩡한 내가 성범죄자가 된 기분이다. 거세까지 들먹이니깐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팍팍 상하고 반감도 일어난다. 도대체 어떤 녀석들이 그 지랄을 떠는 거야? 흐미, 이번에는 국회의원이 신문기자의 가슴을 만졌다고? 술에 취하여 식당여자주인인 줄 알고 가슴을 만졌는데, 신문기자였단 말이지? 식당여자주인은 가슴에 손잡이를 달고 다니는 줄 아나? 화장실을 가려고 했군,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임기응변도 형편없다. 나 같으면 그냥 손을 뻗었는데 여자 가슴이 만져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깜짝 놀랐는데, 그 여자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치더라고요. 정말 만지려고 한 것이 아니라, 뻗은 손에 그냥 닿았을 뿐이에요. 할 것이다. 만졌다고 자꾸 대들면 이렇게 변명할 것이다. 생각해 보십시오, 손을 뻗었다가 손바닥에 무엇인가 닿으면 순간적으로 손가락이 오므려지지 않겠어요? 손바닥에 눈알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거세에는 물리적 거세와 화학적 거세가 있는데, 성범죄자에게는 약을 먹여서 화학적 거세를 하자고 한다. 내가 성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불알이 무슨 죄가 있어? 여자에게 대들었던 그 정신상태가 문제지, 나는 또 한번 손으로 아래를 가렸다.


언젠가는 부부간에도 강간죄를 적용하자고 어느 여성이 의견을 내놓았는데, 솔직히 그 의견을 대하고 정신이 없었다. 강간죄란, 폭행 협박으로 간음하는 행위인데, 폭행이란 꼭 때려야만 폭행이 아니다. 잠자리에서 여보~ 하면서 돌아누운 아내를 확 잡아끌었고, 가슴을 밀치는 아내의 손을 확 뿌리치며 대들었다면 그것도 폭행이다. 오늘 한번 안 하면 응? 응? 돈 안 벌어올 거야. 하면 당연히 협박이지, 강간죄가 별 건가, 그 여자 분의(솔직히 여자분, 이라는 말을 붙이기 싫다, 그냥 그 여자~) 생각에 따른다면 그것을(뭔지 알죠?) 할 때마다 또박또박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콧소리로 여봉~ 오늘은...... 하면, 아내가 네, 허락합니다. 그럴 것이다. 그러면 얼른 종이를 내놓으며 허락했다는 결재도장 찍어주세요. 해야 한다는 말인가,


남자는 성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탁 까놓고 말하면 세상의 수컷들이 거의 다 그렇다. 인간이 동물과 비슷한 구조도 되어 있는 한은 동물의 왕국을 벗어나기 힘들다. 피해자가 성범죄자를 응징하는 분노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심전심으로 응? 응? 하며 여자와 무드 잡다가, 대들지 않으면 분명히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말하자면 무언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눈치 없는 나로는 좀 헤아리기 어렵다. 대충 넘겨짚고 대들다가 ‘어머낫, 왜 이래요?’하면 성추행이 되는 것이고, ‘아이, 정말...... 이러시면......’하면 로맨스를 건지는 눈치 빠르고 싹싹한 남자가 된다.


중국의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모든 법을 폐지하고 딱 필요한 기본적인 법만 남겨두었다. 법의 영역이 줄어들면 그만큼 일반도덕이나 윤리, 또는 관습의 적용범위가 늘어난다. 즉 허술한 것 같지만 벗어나기 힘들다는 하늘의 법에 맡기는 것이고, 서양으로 말하면 자연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양심적으로 살라는 뜻이다. 우리사회는 법의 독재시대로 가고 있는 줄도 모른다. 조금 시끄러운 일만 생기면 법, 법, 법, 새로운 법을 만들고 강화시키고, 그러다보면 법가의 대가인 이사의 고사처럼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걸릴 수도 있겠다. 성범죄자는 처벌해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에 성범죄를 저지르면 그 죄가 클 것이다. 그러나 생각나는 대로, 분노가 폭발하는 대로, 마구 법을 만들면 안 된다. 점점 법 없어도 살 사람이 적어져만 갈 뿐이다. 에휴, 이제는 새알까지 빼라고 하니...... 쯧,



글 / 은하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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