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두 사람 다 차를 마실 뿐 이야기가 없었다. 고요한 적막을 깬 수아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버지.. 많이 힘드신 가봐요. 얼굴이 눈에 뛰게 수척해 지셨어요.”
송 여사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
“석진씨 말로는 내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데.. 엄마는 잘 모르죠?”
“나야 말해도 잘 모르고 또 느그 아부지가 언제 바깥일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냐”
“하긴 그렇긴 해요. 잘 해결 되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아부지가 잘 알아서 하시겄제. 그라고 느그 아부지 은퇴 생각도 하고 있었어야.
어찌께 되든 잘 될것인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은퇴요? 아버지 나이가 몇인데 벌써 은퇴를 해요”
수아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전부터 생각 해 오셨던 거여. 느그 아부지가 어디 제물에 욕심 있는 사람이디?
그냥 나랑 느그 아부지랑 복지센터 지어가꼬 살만큼은 모았어. 그랑께 이제 사회로 환원 하는 차원에서 전문 경영인 들어 안치고 느그 아부지는 물러난다 생각 했던 거여. 그런 생각 까지 하고 계셨는디 회사가 이상한 소문에 휩쓸링께 막판에 느그 아부지 속이 속이겄냐? 그랑께 니도 잘해라. 느까지 아부지 속썪이지 말고..“
“네.. 그럴께요.”
수아가 대답 했다 한숨을 쉬던 송 여사는 수아의 대답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너 회사는 어떡게 헐것이냐? 계속 댕길 것이냐?”
“그러게.. 이번 프로젝트 새로 해야 하는데 내가 그동안 빠져서 아마 내 밑에 인정씨가 맏았을 꺼에요. 아직 석진씨랑 이야기 해보진 않았는데 휴직 하는게 어떨까 싶어요.”
“그려라 어차피 장 서방 이랑 결혼 서두를 것이라면 집에서 살림이나 좀 배우자.”
말을 마친 송여사는 찻잔을 들고 수아방을 빠져나갔다.
송여사의 뒷모습을 지켜 보던 수아는 너무도 조용히 단잠에 빠져있는 휴대폰을 쳐다
보았다.
“야! 너는 자라고 있는 게 아니라 니 본업에 충실 해야지 않겠어?”
석진이 아무런 연락이 없자 수아는 하루 종일 휴대폰에 눈을 돌렸다. 오라는 전화는 안오고
다른 주위 사람들 전화만 오자 수아는 화가 났다. 괜시리 먼저 연락하기도 어색해
휴대폰이 울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문자 한통이 없었다. 수아는 휴대폰을 들고 방안을 서성이다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최수아. 정신 차리자. 너 왜 이렇게 됐니..?! 쿠쿡”
수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별장에서 석진이가 해줬던
팔베게가 그리웠다. 엄마야~ 내가 무슨 생각 하는거야 망측하게. 최수아 정신차리고 빨리자자.
“오메 장 서방 아닌가? 어찌 연락도 안하고 왔당가?”
이 새벽부터 누군가 싶어 인터폰을 확인 한 송 여사는 깜짝 놀랐다. 다름아닌 석진이 웃으며 들어왔다.
“어머님 밥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아직 식사 전이시지요? 수아씨는 아직 잡니까?”
“수아? 응 아직 잔다네. 자네가 올라가서 깨울랑가?”
석진이 웃으며 대답 했다.
“그러겠습니다. 아버님께는 수아씨 깨우고 내려와 같이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라시게 나는 언능 국 마저 끓여야 것네”
이층 수아 방으로 올라가는 석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송 여사는 그의 듬직해 보이는 뒷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피어올랐다.
당연히 자고 있을 거라 생각한 석진은 노크를 하지 않고 슬며시 손잡이를 돌려 수아 방으로 들어갔다. 수아의 방으로 들어간 석진은 방안 공기를 힘껏 들어 마셨다. 이 향기가 좋았다.
폐부 깊숙히 들어오는 수아의 향기가 언제나 석진을 설레이게 했다. 침대위에 누워 자고 있는 수아를 바라 보자 석진은 웃음이 나왔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이 여자가 내 여자라고 막 자랑이 하고 싶었다. 언제나 도도한척 하지만 여리고 약한 이 여자를 자신이 지켜 줄 것이라고 사람들 앞에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석진은 그녀의 얼굴위로 떨어져 있는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석진의 손끝이 간지러운지 약간 미간을 찌푸리는 그녀의 얼굴과 쌔근거리는 그녀의 숨소리가 석진을 뜨겁게 했다. 수아는 자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입술을 달싹거렸다.
“입술달싹 거리는 게 습관이네.”
석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수아의 입술을 엄지손으로 쓸며 말했다. 그 작은 습관하나라도 더 알아냈다는 마음인지 입술을 훔치고 싶은 마음인지 석진은 자신의 얼굴을 수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몸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가는데 마음은 벌써 그녀의 입술을 훔쳐 버렸다.
얼굴이 서서히 석진의 눈에 차고 들었다. 입술이 막 닿으려고 하는 찰나. 수아가 얼굴을 돌렸다 완전 코랑 코만 뽀뽀를 한 샘이었다. 석진은 물건을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놀라
얼른 자세를 바로했다.
“흠.!”
괜스레 목소리를 가다듬은 석진은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흔들었다.
“수아씨. 그만 일어나지? 해가 중천이야. 후훗”
웃지 않으려 해도 자꾸 웃음이 피식 피식 새어나왔다. 자신이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어서 순간 무색해졌다. 수아 얼굴을 슬며시 쓸어가던 석진은 순간 멈칫했다. 입술 사이로 조그마한 길이 있었다. 다름 아닌 침자국 이었다. 석진이 그것을 닦아 주러
손에 약간 힘을 주어 문지르자 수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뜨려고 했다.수아는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쉽사리 눈이 떠지지 않는 것 같았다. 눈을 살포시 뜬 수아가 석진을 보고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오메. 여기서 뭣한다요?”
수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사투리를 쓰고도 자신이 사투리를 썼는지 뭘 썼는지 알아챌 겨를도 없었다.
“아침밥 좀 얻어먹으러 왔지. 어제 하루 종일 연락 없는 당신이 걱정되기도 했고
아침에 운동 갔다가 준비하고 바로 온거야. 내가 실례 한건가?
“아..아니요. 뭐 실례까지. 근데 엄마가 석진씨 여기 올라온거 알아요?”
석진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했다.
“그럼. 어머님이 올라가서 당신 깨우라고 말씀해주셨어.”
수아는 속으로 송 여사를 원망했다. 자고 일어난 모습을 보이기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서 깨우라고 하다니. 으이궁 주책이야 울 엄마.
“하하하. 수아씨 얼른 일어나지? 그리고 당신 속으로 생각 하는 거 얼굴에 다 티난다는 거 모르나 보지? 하하”
수아가 혼자서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엥? 얼굴에 다 티가 난다고라? 헉.”
혼자 속으로 생각 하고 있던 것을 들켰다는 생각에 놀라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말을 마치고 놀라 입을막고 있는 수아를 보며 석진은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석진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수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사투리 쓰는 것도 내눈엔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라구.
나는 먼저 내려가 있을 게 옷 갈아 입구 내려와. 아버님께 인사드리자. 나 아직 인사 전이거든. 그리고 오늘 양가 부모님 저녁에 뵙자.“
양가 부모님 오늘 저녁에 뵙자는 석진의 말에 수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석진이 방을 빠져나갔다. 후훗. 귀여운 내 색시 최 수아. 당신과 함께 살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그럼 그땐 내가 매일 얼굴에 눈꼽도 떼주고 할텐데... 석진은 웃으면서 계단을 내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석진의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본 수아는 깜짝놀랐다.
“헉. 아~ 자면서 침 흘렸나보다. 침 자국 있네. 아이참. 진짜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석진씨 얼굴 어떻게 보냐.“
한숨을 쉬면서 수아는 자신의 방을 빠져나왔다. 으이공 이게 다 우리 송 여사 덕분이야.
엄니 딸내미 자는 모습 보고 석진씨 도망 가버려도 다 엄마책임잉께 알아서 하쇼잉
주방으로 가니 벌써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
“아야 언능 오제 뭐한다고 인자 오냐. 장 서방 배 고프겄다. 언능 국 좀 떠라”
수아가 말 없이 국을 뜨러 가는데 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아까 얼굴에 침 자국이
생각 나면서 수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런 모습을 본 석진은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올랐다. 뚜렷한 이유 없어도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 하고 있으면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오르는 여자다. 내 여자다. 내 여자 최 수아.
“아버님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석진이 말했다.
“그래. 말해보시게.”
영석이 말했다.
“먼저 날을 잡아 송구스럽지만 오늘 저녁 어떠십니까? 저희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으면 합니다. 수아씨를 통해서 전해도 되고 전화로 말씀 드려도 되지만 그래도
제가 직접 와서 말씀 드리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 아침인데도 염치불구하고 왔습니다.“
석진이 말을 마치고 영석이 잠깐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자네. 우리 딸 대려 갈 자신 있는 가?”
석진이 옆에 앉은 수아의 손을 슬그머니 잡으며 말했다.
“자신 있습니다. 아버님. 손에 물 안뭍힌다는 말은 못하지만 열심히 사랑하고 아끼고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은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석진의 이야기를 들은 영석은 흡쪽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 했다.
“내 그 말 한번 믿어 봄세.”
석진은 차에 올라타서도 창 너머에 있는 수아의 손을 놓질 못했다.
“이따가 대리러 올까?”
수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따가 엄마랑 같이 갈께요 아마 아빠가 와주실 꺼에요. 이러다 석진씨 지각하겠어요. 어서 가세요.”
수아가 석진의 손을 놓으며 대답했다.
집으로 올라온 수아는 이따 미용실에 같이 가자는 송 여사의 말에 대답을 하곤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책상위에 올려둔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나에게 날아와 줘서 고마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매일 매일 알아가게 될꺼야.
사랑해~]
석진 이었다. 휴대폰을 자신의 심장위에 가져다 댄 수아는 혼잣말을 했다.
“내 심장이 이렇게 당신에게 반응을 해요. 살아 있다는 거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심장이 이렇게도 터질듯 쿵쾅 거릴 수 있다는 걸
당신을 통해 깨닫습니다.
얼굴이 이렇게 붉어질 수 있다는 걸
당신을 통해 깨닫습니다.
마음이 이렇게 평안할 수 있다는 걸
당신을 통해 깨닫습니다.
내 미래가 이렇게 환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걸
당신을 통해 깨닫습니다.
내가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걸
당신을 통해서 깨닫습니다.
진정한 나를 알게 해주고 변하게 해주고
깨닫게 해준 내 마음에 햇살인 당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수아 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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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추웠던 날씨가 조금은 풀린듯한 날이네요^^
저는 자동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어요^^;; 저번주 주일 저녁이었던 가?
기억이 가물 가물 해요..ㅎ
다리 깁스를 하고 있다가 금이간건 아니라서 깁스 풀고 침을 맞고 있어요^^;;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서 소설 쓰라는 뜻인 것 같아요^^ 쿡쿡..
오늘도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늘 즐겁고 행복한 일만 생기시길 바랍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