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건물이 아니라 땅을 사라
최정환의 돈 버는 내 집 마련
작년 말과 올해 1월 초에 남산 인근에서 분양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 내역을 비교해 보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 아파트를 놓고 입지와 브랜드에서는 다소 우열이 있지만
모두 대형 건설사에서 시공하는 것이라 투자 가치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사는 남산 뿐만 아니라 용산 공원 조망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B사는 도심 대형 백화점과 마주한 입지 측면에서 각각 장점이 있다.
그런데 두 아파트의 분양가 내역을 들여다 보니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띄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사는 대지비가 낮은 반면 건축비가 대지비보다 훨씬 높게 책정이 되었고,
B사는 대지비가 A사 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전체 분양가는 A사가 B사보다 조금 더 비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B사는 같은 평형의 경우 층에 관계없이 대지비를 동일하게 책정한 반면
건축비를 층이 높을수록 비싸게 책정했다.
반면 A사는 대지비와 건축비를 고층으로 올라가면서 일정하게 차이를 두었다.
입주자 모집 공고에 나온 45평 아파트 저층(4층)의 분양가를 예로 들어 보자.
A사 45평형 4층 아파트는 대지 지분이 15.28MXM(약 4.6평)이고,
분양가는 대지비 2억9500만원에 건축비 5억5900만원을 더해 총 8억5400만원이다.
B사의 45평형 3층, 5층 아파트의 경우 대지지분이 16.89MXM(약 5.2평)이며,
분양가는 대지비 5억7700만원과 건축비 1억6300만원을 합쳐 총 7억4000만원이다.
고층의 경우 A사는 대지비와 건축비가 각각 3억5600만원,
6억7400만원으로 분양가가 10억300만원이며,
B사의 분양가는 대지비 5억7700만원과 건축비 4억2300만원을 합쳐 10억원으로 책정됐다.
즉 A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땅보다는 건물을 사는 셈이고,
B사의 경우 땅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사의 대지비는 5억7000만원으로 동일한 반면 건축비는 층마다 달라
3층은 1억6300만원인데 27층은 무려 4억2200만원에 달한다.
반면 A사의 대지비는 2억9500만원에서 3억5600만원이고,
건축비는 5억5900만원에서 6억7400만원이다.
그러나 모델하우스를 돌아 본 결과 그렇게 건축비가 차이가 날 이유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층마다 가격이 다른 것은 조망권 때문이다.
조망권의 가격을 B사는 건축비에 반영하고,
A회사는 대지비와 건축비에 일률적으로 같이 분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에 앞서 분양 내역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지비와 건축비의 비율은 평형 도면보다 더 중요하다.
결국 장기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입지이고, 입지는 곧 대지지분이며 가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슷한 입지라면 장기적으로 볼 때 대지비가 높은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더 높다.
강북의 아파트가 강남보다 덜 오르는 것은 분양할 때부터
강남 아파트의 대지비 비율이 강북에 비해 휠씬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분양 시점에 달라 A사는 무사히 아파트 분양을 마쳤고,
B사의 경우 1순위에서 다 채우지 못했다.
최근에야 B사가 거의 다 분양을 마쳤다는 현수막이 모델하우스에 걸린 것을 보았다.
조금만이라도 건설회사들이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