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아요? 진짜...괜찮아요?"
입술을 깨문듯 여자에 어깨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혁은 순간 자신이 여기를 찾아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자신이 여기를 오지 않았다면...그 뒤 상황은 생각만해도 미칠것같은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 가세요...저 괜찮아요! 얼른 가요..."
" 나두 괜찮아요...그러니까 가라고 떠밀지 마요...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말이 나와? 젠장"
뭐가 그렇게도 강하다고 아무렇지 않은척을 하는 여자에 손을 강혁은 잡았다.
" 내가 그냥 먼저 아는척 할게요...그래야 겠네...그러니까...나 따라와요! 그때 내가 말없이 따라갔으니까 그냥 따라와요"
" 싫어요!"
" 왜?"
" 알았다고 달라지는거 없어요...그냥 모른척 하고 가세요...어차피 한번쯤은 일어날수도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 뭐라구? 당신...그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왜 그래? 그렇게 겁 잔뜩 먹고 떨고 있으면서...다 보이는데..
뭐야..도대체? 몰라서 그러는거야? 이 남자 또 당신 해칠수도 있다구"
"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이 끼어들지 말아요..."
냉정하게 돌아서 작은대문안으로 들어서버리는 여자다.
강혁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일어서지 못하는 남자에 멱살을 잡았다.
"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한번만 더 이런 더러운 짓 했다가는 당신 목숨이 한개인걸 후회하게 될꺼야? "
좀전 까지만 해도 몸안을 맴돌며 강혁을 취하게 했던 알콜이 모두 증발된듯 강혁은 오히려 정신이 뚜렷해졌다. 자켓속에 지갑을 꺼내 흰 수표한장을 남자에 안주머니에 넣어주고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 병원비로 충분할꺼야...그리고 사라져...얼른...나도 내 성격이 무섭거든? "
남자는 그 술기운에도 자신을 무섭게 내려보며 차근차근 힘을 줘서 말하는 젊은 남자에게 묘한 힘을 느꼈다 그리고는 안주머니에 넣어준 돈을 한손으로 꽉 누른채 뒷걸음쳤다.
강혁은 한참동안 그 작은 대문을 쳐다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돌아섰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어렴풋 여자에 어깨에 눌러진 무게가 얼마나 큰지는 대략 짐작할수 있을것 같았다.
미선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대문 손잡이를 잡고 터질것같은 심장소리를 잠재우려고 애를 썼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사라질것 같지가 않았다.
문틈사이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사라지는 강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을수 없는 자신의 존재가 너무나 비참하게만 느껴졌다.
손등으로 자신의 입출을 거칠게 닦고 또 닦아도 남자에 더러운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작은 방에 딸린 작은 욕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옷도 벗지 않은채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보는 그 음흉한 눈빛을 읽었지만 애써 외면했것만 기어이...일어나고 말았다.
그 불길한 예감...한번도 틀린적 없는 자신의 예감이 몸서리치도록 무서웠다.
미선은 온몸에서 뜨거운 열이 오르고 있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내리지 않는 뜨거운 열때문에 미선은 몸을 일으킬수도 없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듯한 갈증이 더해갔고 거친 숨소리만 힘겹게 내뱉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출근이 힘들것 같다고 말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강혁은 어젯밤 생각에 머릿속이 텅빈듯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할수가 없었다.
잠시 휴학을 한 상태에 잠시 머리도 식힐겸 유학을 준비하던중에 신이녀석일이 터졌고 그러다 더 생각지도 못한 이 여자를 자신에 인생에 들여놓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내내 멈춰지지 않는 여자 생각에 강혁 자신조차도 당황스러웠다.
그렇게도 많은 여자들이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려 애를 썼을때도 아무런 감정없이 냉정했던 자신이었기에...이런 관심과 생각에 문득 자신에 심장이 살아있는것처럼 뜨거운 느낌이었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강혁은 무작정 차를 몰아 여자에게로 갔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하지만 하염없이 자신을 이끌고 있는 여자...걱정이 되었다.
다행이도 대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마당에 왼쪽으로 연결된 또다른 작은문들...그중 하나에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려봤다.
대답이 없다...벌써 출근을 한것인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출근을 한것일까? 강혁은 문에 조심스럽게 귀를 기대어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정신을 집중했다.
가늘고 힘겨운 숨소리...그리고 간헐적으로 들리는 고통스런 목소리가 문틈사이로 희미하게 들렸다.
강혁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급히 열쇠공을 부른 그 짧은 시간이 몇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온몸이 흥건하게 젖을만큼 열이 심하게 높았고 얼마나 입술을 닦았는지 입술이 벗겨져 피가 맺혀있었다.
너무나 가벼웠다...너무나..새털처럼...아무런 영양분도 흡수하지 못한 마른 나무처럼...
강혁은 병원까지 가는 모든 신호를 무시한채 속력을 냈다...
' 도대체 당신이라는 여자...어떤 여자야? 자꾸 생각나게 하고...나 지금 이성을 잃은것 처럼..정신이 없어..왜 그런거야? 단지 나를 도와줬다는것 때문은 아닌것 같아..그건 아닌것 같아...그 눈빛이...
눈빛이 낯설지가 않아..당신...이라는 여자...낯선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도와줄만큼 용기가 대단한거야? 아니면...뭐야? 미치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