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장면 시키신 분~?”
아직도 한국인의 주된 외식 메뉴 위치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자장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자장면이 일년에 하루만큼은 ‘아주 특별한’ 음식이 된다. 4월 14일. ‘블랙데이’다.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를 거치고도 싱글을 탈피하지 못한 ‘군상’끼리 자장면을 먹는 날이다.
이렇게 우울한 날을 누가 챙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에게 블랙데이는 싱글들이 당당하게 커플인 친구들을 ‘왕따’시키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블렉데이는 우리의 날 ‘단체집합형’
같은 싱글이어도 블랙데이를 기념하는 방식은 다르다. ‘단체집합형’은 싱글끼리만 최대한 세를 넓혀 모여 커플들을 왕따시키는 것. 임모 양(24·고려대4)은 “우울하게 친구들 몇이랑만 자장면 먹고 있으면 우울하잖아요”라며 이번 블랙데이에는 싱글들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즐겁게’ 자장면 한 그릇을 먹을 생각이란다.
▲혼자 먹는다 ‘은둔형’
싱글이 자랑은 아니라며 집으로 조용히 자장면을 시켜먹는 소극파다. 이들의 특징은 자장면을 반드시 배달시켜 먹는다는 것. 강상욱 군(28·연세대4)은 “굳이 싱글인 걸 티낼 필요는 없잖아요”라며 마음 맞는 싱글 친구들 몇몇과 자장면 한 그릇을 꼭 챙겨먹을 것이라고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이날을 노린다 ‘작업형’
블랙데이를 역으로 ‘작업의 날’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평소에 싱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던 이들이 이날 만큼은 확실히 티가 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 “싱글들의 날이라는게 좀 우울하잖아요. 우울할 때 작업을 하는 것도 방법 아닌가요?”라며 전모 군(25·성균관대학교 3학년)은 이번 블랙데이를 싱글 탈출의 날로 삼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왕따는 없다 ‘우리는 커플’
싱글들이 이처럼 다양하게 블랙데이를 기념하지만 커플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여자친구와 사귄 지 200일이 넘었다는 박모 군(26·연세대4)은 “블랙데이요? 관심 없어요. 여자 친구 손잡고 자장면 한 그릇 먹으러갈까?”라며 가진 자의 여유를 부린다. 커플들이 아무리 당당해도 짝이 있는자의 여유는 당할 수 없는가보다.
▲신났다. ‘중국집’
이런 신경전과 관계없이 블랙데이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바로 중국집 주인이다. 연세대 서문에서 ‘연세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손창민 씨(50)는 “블랙데이요? 대박이죠!”라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음을 강조했다. 지난 해 경우 블렉데이 매출은 평소의 3배에 이르렀고 주문의 90% 이상이 자장면일 정도로 대목이었다. 이날만은 평소보다 4시간 이른 새벽 5시에 출근해야 한다는 게 손씨의 설명. 손 씨는 “블랙데이에 군만두 서비스를 받으려면 점심에 최대한 일찍 주문하라”는 생활의 지혜도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