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남친이 제대를 했답니다.
저도 어느 곰신들과 마찬가지로
울다 숨이 멎을 것처럼 울다가 울다가
훈련소로 보냈고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 보내고
자대 배치 받은 후엔
그 애한테 전화오면 못받을까봐
헬스장 샤워실에서까지 핸드폰을 들고 들어갔드랬죠..
무슨 특별한 날이면 몇일전부터 소포보낼 준비하고,
제대할 때까지 몇번 보냈는지 셀 수 없는 수많은 편지들,
부대가 먼 관계로 비행기를 타야해서
한번 갈 때마다 내 두달 용돈을 탈탈 털어서 갔던
네번의 면회,,
아침마다 일어나면 오늘은 몇일 남았나
핸드폰의 디데이를 보고 또 보고,,
사실 머릿속에 몇일 남았는지 다 있어서
볼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게도 저는
제대를 기다렸죠..
혼자 보냈던 쓸쓸한 생일, 우리의 기념일들,,
하지만 섭섭하다고 말해 본 적은 없어요. 못챙겨주는 그 사람
마음 미안할까봐..
대신 엉뚱한 걸 트집잡아 꼬장부렸죠.. ㅋㅋ
제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사람이에요..
같이 있으면 손하나 까딱 안해도 될 정도로 잘해주고
제가 아무리 모질고 독한 소리해도
다 참고 대답없는 사람,, (사실 말이 너무 없어서
그게 제 가장 큰 불만이죠 -_-;;)
제대하면 좋을 줄 알았어요.
맛있는 음식점 가게 되면, 빨리 제대해서
이런 곳에 꼭 같이 와보고 싶었거든요.
내가 힘들 때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고,,
너무 보고싶을 땐 밤이라도 언제든지 볼 수 있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너무 이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그렇게 2년을 기다렸죠. 전화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다시 연락 안올까봐 밤을 하얗게 지새운 날도 너무 많았고,
거의 매일을 이 게시판에 와서 새로운 글들을 보고 리플도 많이 달았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제대하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꼭 내가 기다렸던 그런 날만은 아니에요
사랑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아무때나 목소리 듣고 싶을 때 전화는 할 수 있는데
전화해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 때도 많고,
만나면 막 좋을 줄만 알았는데, 어쩔 땐 친구 만나거나
집에서 쉴걸 그런 생각 들 때도 있어요.
코드가 안맞는다고 해야하나?..
난 즐거운 일 뿐만 아니라, 슬픈 일도
안좋은 일도 얘기하면서
위로 받고 싶고 그런데 제 남자친구는 즐겁고 웃긴
얘기만 듣고 싶어해요.. 자기는 말도 없으면서...
무조건 웃긴 얘기! 진지한 그런 얘기들하면 지루하다는 듯
언제 화제 돌려서 딴소리해서 맘 상하고...
우유부단하고, 꿈도 없고...
그런데 그게 그렇잖아요 자기 자신도 변하기 힘든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겠어요..
제가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어쩌다 한마디라도 하면,
지루해하는 그 사람의 표정...
착하고 다시는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
만나기 힘들 것 같고 그런데..우리는 대화가 너무 안통한답니다..
처음엔 너무 좋아서 그런것들이 안보였는데
이제야 보이네요...
군대를 기다릴 땐 뭘 바라면 안된다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엔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면, 안기다리는게 나을 것 같아요. 2년이란 시간,, 그것도 인생의 황금기에
2년이란 시간 그냥 좀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기다리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그 정도 사랑,, 다른 사람하고도 할 수 있는건데..
그리고 남자들 변한답니다.. 제 남친도 쫌 변했답니다..
글구 제대하기 한달쯤 전에 하루에 정말 열두번씩 전화해서 전화비가 장난 아니었는데
재대하더니 하루에 두통도 겨우 한답니다..
전 그 때 아 얘가 정말 날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전화하는구나
그랬는데
제대하고 보니까 그 때 정말 얘가 심심했었구나 그런 생각 든답니다..
기다리되, 제대에 대한 환상은 다 버려버리세요...
제대할 땐, 너무 오랜 기다림 끝에
행복이 아니라, 권태기와 실망스런 모습들이
찾아올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