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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제대했지만,,

언제나부재중 |2006.03.11 15:38
조회 1,041 |추천 0

얼마 전에 남친이 제대를 했답니다.

저도 어느 곰신들과 마찬가지로

울다 숨이 멎을 것처럼 울다가 울다가

훈련소로 보냈고

하루가 멀다하고 편지 보내고

자대 배치 받은 후엔

그 애한테 전화오면 못받을까봐

헬스장 샤워실에서까지 핸드폰을 들고 들어갔드랬죠..

무슨 특별한 날이면 몇일전부터 소포보낼 준비하고,

제대할 때까지 몇번 보냈는지 셀 수 없는 수많은 편지들,

부대가 먼 관계로 비행기를 타야해서

한번 갈 때마다 내 두달 용돈을 탈탈 털어서 갔던

네번의 면회,,

아침마다 일어나면 오늘은 몇일 남았나

핸드폰의 디데이를 보고 또 보고,,

사실 머릿속에 몇일 남았는지 다 있어서

볼 필요도 없었지만,, 그렇게도 저는

제대를 기다렸죠..

 

혼자 보냈던 쓸쓸한 생일, 우리의 기념일들,,

하지만 섭섭하다고 말해 본 적은 없어요. 못챙겨주는 그 사람

마음 미안할까봐..

대신 엉뚱한 걸 트집잡아 꼬장부렸죠.. ㅋㅋ

 

제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고요?..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사람이에요..

같이 있으면 손하나 까딱 안해도 될 정도로 잘해주고

제가 아무리 모질고 독한 소리해도

다 참고 대답없는 사람,, (사실 말이 너무 없어서

그게 제 가장 큰 불만이죠 -_-;;)

 

제대하면 좋을 줄 알았어요.

맛있는 음식점 가게 되면, 빨리 제대해서

이런 곳에 꼭 같이 와보고 싶었거든요.

내가 힘들 때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고,,

너무 보고싶을 땐 밤이라도 언제든지 볼 수 있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너무 이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그렇게 2년을 기다렸죠. 전화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다시 연락 안올까봐 밤을 하얗게 지새운 날도 너무 많았고,

거의 매일을 이 게시판에 와서 새로운 글들을 보고 리플도 많이 달았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제대하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꼭 내가 기다렸던 그런 날만은 아니에요

사랑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아무때나 목소리 듣고 싶을 때 전화는 할 수 있는데

전화해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 때도 많고,

만나면 막 좋을 줄만 알았는데, 어쩔 땐 친구 만나거나

집에서 쉴걸 그런 생각 들 때도 있어요.

코드가 안맞는다고 해야하나?..

난 즐거운 일 뿐만 아니라, 슬픈 일도

안좋은 일도 얘기하면서

위로 받고 싶고 그런데 제 남자친구는 즐겁고 웃긴

얘기만 듣고 싶어해요.. 자기는 말도 없으면서...

무조건 웃긴 얘기!  진지한 그런 얘기들하면 지루하다는 듯

언제 화제 돌려서 딴소리해서 맘 상하고...

우유부단하고, 꿈도 없고...

그런데 그게 그렇잖아요 자기 자신도 변하기 힘든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겠어요..

제가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어쩌다 한마디라도 하면,

지루해하는 그 사람의 표정...

 

착하고 다시는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

만나기 힘들 것 같고 그런데..우리는 대화가 너무 안통한답니다..

처음엔 너무 좋아서 그런것들이 안보였는데

이제야 보이네요...

군대를 기다릴 땐 뭘 바라면 안된다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엔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면, 안기다리는게 나을 것 같아요. 2년이란 시간,, 그것도 인생의 황금기에

2년이란 시간 그냥 좀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기다리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그 정도 사랑,, 다른 사람하고도 할 수 있는건데..

그리고 남자들 변한답니다.. 제 남친도 쫌 변했답니다..

글구 제대하기 한달쯤 전에 하루에 정말 열두번씩 전화해서 전화비가 장난 아니었는데

재대하더니 하루에 두통도 겨우 한답니다..

전 그 때 아 얘가 정말 날 사랑하는구나 그래서 전화하는구나

그랬는데

제대하고 보니까 그 때 정말 얘가 심심했었구나 그런 생각 든답니다..

 

기다리되, 제대에 대한 환상은 다 버려버리세요...

제대할  땐, 너무 오랜 기다림 끝에

행복이 아니라, 권태기와 실망스런 모습들이

찾아올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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