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감고 거실 쪽으로 나오던 규민은 멍하니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는 호현을 보고
호현의 눈앞에 손을 휘휘 저어본다.
“임마, 정신 나간 놈 같어-”
“이상하지 않냐?”
호현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냉장고로 가 안에서
맥주 두 캔을 꺼내어 하나는 호현에게 건내는 규민
“마셔- 뭐가 이상해?”
건내 받은 맥주를 따고는 한모금 마신 호현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선인장을 사러 갔었는데-”
“그래 갔었지- 신나서 나갔잖어, 전자파 잡아 먹는 거 신기하다면서-”
규민의 말을 들은 호현을 끄덕이며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화원에 갔었어-”
“화원? 널린 게 꽃집인데다가, 더 널린게 선인장인데- 뭐 하러 화원까지 갔어?”
“아, 봐둔 곳이 있었어- 근데 가게 안에 화원이 있거든-”
규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래서? 너 왜 시무룩해져서는 온거냐?”
“들어봐- 평소에 꼭 들어가 보고 싶었던 곳이었거든, 왠지 그런 거 있잖아-
평소에 지나가면서 눈여겨 봐뒀거든- 이름이 되게 특이해. 꽃집이름이면 무슨 꽃집 이라던가 무슨 플라워 라던 가...그런데 꽃집이름이 시리우스야, 무슨 뜻이 있을 거 같더라고-“
호현의 말을 듣고 있던 규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잠깐, 꽃집 이름이 시리우스라고?”
호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왜 그러느냐는 듯 한 표정을 짓자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해봐-”
“그래서 들어갔어-! 이번 기회에 가게이름도 왜 그런지 물어볼 겸, 겸사겸사-
신나서 딱 들어갔는데, 사장인지 알바생인지 완전 내 스타일인거야-!“
“그놈의 스타일타령; 청순가련형이야?”
신나서 말하던 호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약간 차가워 보이긴 해도, 처음 딱 분위기는 그렇거든? , 입 열면 완전~ 나 깜짝 놀랬잖아-!
무슨 여자가 그렇게 쌀쌀맞아?
내가 가게 이름 뭐냐고 물어보니까 나보고 왜 남자가 말이 그렇게 많냐는 둥 웃음이
많냐는 둥-“
“사실이네 뭐- 니가 또 가게 이름만 물은 게 아니고 또 이 얘기 저 얘기 한 거 아냐?
너 그러잖어- 좋은 사람이라던가 신나면 주절주절 여자처럼 말 많아지는거-
그래서 뭐가 이상하다는 건데? 요점을 말해봐”
규민의 따끔한 지적에 머쓱해진 호영은 맥주만 마시다 생각난 듯 다시 말을 꺼낸다.
“그런데 아까 너 기자님이랑 식사하러가고 나서 그 여자 말이 계속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따지러 갔어-!“
비장하게 말하는 호현에게 너무 놀란 나머지 마시고 있던 맥주를 뿜어내는 규민
“푸웁-!”
“야아-!!!!!”
“미안미안-하하, 뭐? 따지러갔다고? 생각보다 얘기가 너무 흥미진진하다-”
호현의 얼굴을 수건으로 급하게 닦아주며 웃는 규민을 노려보는 호현은 수건을 뺏어 얼굴을
대충 닦는다.
“근데 화원이 뭐 그렇게 일찍 닫냐? 문 닫고 없더라.
그러고 나서 멍하니 한참을 문 앞에 서 있다가 보니 문득 내 자신이 너무 웃기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원래 지기 싫은 성격이지만 그래도 내가 왜 거기까지 갔을까?
이상하지?“
호현의 말을 듣고 있던 규민은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마시고는 방으로 들어가며
“지겹다. 너랑 왜 이렇게 같이 하는게 많냐-
훈련도 같이 받았고, 같이 특공대에 들어왔고-,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같은 집에서 살고,
이젠 여자한테 반하는 것도 같은 날이냐?
지겹다 지겨워-“
파란 새벽 어스름한 빛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 소리가 없다.
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렇게 거두어간다, 영혼을...
붉은 그것의 잔상도 남기지 않은 체-
그렇게 그녀는 파란 새벽 영혼과 함께 탄식하며 사라져간다.
영혼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작은 탄식만을 남겨 놓은체-
- 晨噫 (신희)
노크소리에도 대답이 없다. 사람이 없는 건지 -
경찰청 규민의 방 앞에서 세 번까지 노크를 해 보던 아연은 뒤를 돌아 문에 등을 기댄다.
“없는 건가? 전화하고 올 걸 그랬나보네-”
살짝 하품을 하는데 갑자기 나타나는 규민-
“어? 아연씨? 하하, 다 봤어요-”
“예? 뭘 다 봐요?”
“저도 다 봤어요-”
당황한 아연이 얼른 입을 다 물어보지만 규민은 낮게 웃으며 문을 열어준다.
뒤따라오던 호현도 장난스럽게 말을 건낸다.
“저번에는 잘 들어가셨죠? 밤에 뭐 하셨길래 아가씨가 막 하품을 해요? ”
규민이 말을 하면서 아연에게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자 아연은 앉으며 살짝 웃는다.
“치- 여자는 뭐 하품 안 해요? 저두 쉬고 싶었다구요-
그런데 우연이 자꾸 규민씨를 찾아오게 하네요-”
“그래요? 그면 지금이 두 번째니까 한번만 더 찾아오면 우리는 필연이라해도 되겠네요-”
차를 아연에게 건내며 하는 규민의 말.
“한번더 오죠 뭐-”
장난스런 아연의 말에 규민은 낮게 웃는다.
“야아, 나 여기 있으면 안 되는거 아냐? 눈치 없이 젊은 남녀 데이트 방해하는 것 같은데?”
“바쁘게 나가주시면 감사하죠”
시원스럽게 농담을 건내는 아연의 말에 살짝 놀라는 듯 한 호현은 금새 밝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자신의 책상에 내려놓는다.
“와, 아연씨 세다-! 하하, 그럼, 나가야겠죠? 아연씨, 우리 규민이 예쁘게 봐 주세요-
저 녀석 벌써 80%는 아연씨 한테 넘어갔어요-! 내가 장담한다-"
장난스럽게 말을 건내고는 방을 나가는 호현-
호현의 농담에 낮게 웃던 규민이 탁자에 내려놓는 서류를 보려 아연이 손을 뻗자
얼른 다시 서류를 가져가는 규민의 행동에 약간은 놀라는 아연-
“미안해요, 이건 국가기밀-”
“아아, 그래도 살짝 무안 했어요-”
“미안해요- 오늘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사실은 칼럼 쓰는 거 말고, 제가 쓰고 있는 글에 특공대 이야기를 넣어볼까 해서요-
오고 싶지 않았지만 규민씨가 그때 말 안 해 줬잖아요- 무슨 일 하시는지“
장난스럽게 규민을 탓하는 아연의 말에 규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취재에 대한 대가 같은 거 없어요?”
“대가라뇨?”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묻는 아연
“그런 것도 없단 말 이예요? 시간 내서 이야기해주고 그러면 뭐 감사의 표시라도-”
“좋아요- 밥 살게요-”
아연이 웃으며 흔쾌히 대답하자 규민은 부족하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니, 뭘 더해요?”
“정식으로 만나보지 않을래요?
나도 뭐 아연씨 잘 모르지만 만나보면서 알면되고, 아연씨도 어차피 취재해야 되는거
좋은 남자도 만나보고 취재도 하고 겸사겸사-“
규민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아연은 낮게 웃으며 입을 연다
“지금 규민씨가 자기 자신더러 좋은 남자라고 말한 거 알아요?
그리고 지금 한 말 되게 억지스런운거 알죠?
마치 어린아이가 갖고 싶은 거 사달라고 엄마한테 어설프게
설득하는 것 같은 거-“
아연의 지적에 머쓱해진 규민이 찻잔만 만지작거린다.
“그치만,
가끔은 엄마도 모른 척 아이의 설득에 넘어가 주곤 하죠-”
“뭐야, 그래서 정식으로 만나기로 했단 말야?”
가위로 꽃을 다듬던 세진은 아연의 말에 꽃만 내려놓은 체 놀라 말한다.
“야야, 안세진 제발 가위 좀 들고 그러지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가위로 머리를 자를 것 같어-
공포영화같아-“
아연의 말에 얼른 가위를 내려놓은 세진은 팔짱을 끼고는 아연의 맞은편에 앉는다.
“뭐, 괜찮은 사람이야- 남자도 만나고 연애도 하고, 그러는 거지 - 정신 건강한 남녀가
뭐 연애 하는게 이상해??“
아연의 말에 기가 막힌 듯 경악하는 표정으로 아연을 보던 세진.
“이상해? 이상하냐고? 이상해-! 아주 이상해-! 안돼안돼“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세진은 다시 일어나 가위로 꽃을 정리한다.
“뭐가 안돼?!”
버럭 소리 지르며 말하는 아연의 말에 가위가 탁 소리가 날 정도로 탁자에 내려놓은 세진은
아연 쪽으로 몸을 휙 하고 돌린다.
“정신건강? 그래 뭐 규민씨는 정신건강하다고 쳐-
그래서 안돼! 아주 정신 건강한 대한민국 경.찰.특.공.대. 시지-
우리는 그들의 공공의 적이라고-!
뭐가 안 되냐고? 우리 직업자체가 안 되는 절대적이자 가장 큰 이유야-“
세진의 말에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아연이다. 너무 정곡을 찔러 말했다 싶었는지
세진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어쩔 수 없잖아-”
안쓰럽게 아연을 바라보는 세진을 마주보며 아연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 이내 말을 꺼낸다.
“규민씨가, A-프로젝트를 맡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