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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의 "그냥 여자친구"

너구리 |2006.03.23 03:59
조회 369 |추천 0

제 남친은 저하고 7년 넘게 알고 지내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매일매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구요.

7년 넘게 저를 짝사랑 하다가 작년에 드디어 저와 사귀기로 했습니다.

 

제 남친, 참 잘합니다.

새벽에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뛰어나가서 사다가 제 방 창문으로 넣어 주구요,

우리집 올라가는 어두운 비탈길 무서울까봐 저 퇴근할 때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데려갑니다.

학생이라 돈도 없을텐데, 전에 지나가다 예쁘다고 스쳐 말한거 다 기억하고 있다가

있는돈 없는돈 다 털어서 사 가져오기도 하구요.

 

그런데 조금 기분이 상하는게 있습니다.

그의 싸이 홈피입니다.

그는 취미로 사진을 찍습니다. 자기 친구와 함께 묵직한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풍경 찍으러 자주 다녀요.

문제는... 그와 그 친구가 함께 찍으러 다니는 그의 "그냥 여자친구"입니다.

두 사람 다, 싸이 홈피에 가보면 그 여자친구 사진밖에 없습니다.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 멀리서 본거, 가까이 클로즈업 한거...

워낙 사진이 잘 찍혀서, 너무나 예쁘게 나옵니다.

그 여자친구, 키 크고 돈도 많아서

위 아래, 구두에 모자에 백까지 색깔 궁합 잘 맞춰 입고 사진 속에 웃고 있습니다.

가난해서 몇년째 같은 옷 입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저와 틀리죠.

가끔은 피부 관리실 간다고 해서, 같은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가기도 한답니다.

 

그녀의 사진은 너무 예뻐요.

몸매 좋고, 스타일도 좋죠.

사진찍는게 익숙하지 않은 저는,

마치 고등학교 범생같은 옷을 입고, 어설프게 뜬 화장에 어설프게 웃고 있습니다.

제 남친, 그녀의 사진에는 뽀샵질도 하고, 가장 예쁜 것만 골라 넣습니다.

제 사진은, 그냥 있는 그대로 올리죠.

얼굴에 뾰루지가 빨갛게 돋고, 어쩌다 눈이 이상하게 나온 사진도요.

 

그의 변명은 그렇습니다.

이 여자친구, K는 대학 입학 전에 같이 몰려다니는 패거리에 들어와 만난 애라서

도무지 여자로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패거리 남자애들 다 그렇다.

얘가 워낙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도 잘 받고, 그래서 내 친구(같이 사진찍는 s)

싸이에 가도 얘 사진이 범벅이지 않더냐,

니 사진은, 니가 찍힌 모든 사진이 나한테는 다 예뻐 보여서 그렇다.

내 친구 싸이에도 얘 사진이 범벅이라도, 걔 여자친구는 아무 말 안한다.

이건 내가 사진찍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거다. 내 과정을 삭제해버리고 싶지 않다.

 

죽어도 사진을 놔 두겠다는 말입니다.

 

죽어도 싫다고 지우라고 했더니, 지운답니다.

다음날 보니 그 친구의 폴더 자체가 없어졌더군요.

안도의 한숨을 쉬려다가...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 졌습니다.

그 친구의 아이디로 들어갔습니다.

그 친구의 아이디 속에는 여전히 존재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또 싸웠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친구들 들락거리는 홈피에 제가 딴 사람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습니다.

예쁘지 않은 얼굴이라도, 조금이라도 다른 여자 사진보다 예쁘게 보이고 싶습니다.

또, 싸이에 제 사진보다 다른 여자 사진이 더 많은게 싫습니다.

폴더를 따로 해 놨다지만, 누가 보면 그 친구가 제 남친 여자로 보일만큼 멋지게 꾸며 놨습니다.

아무리 그냥 친구라고 해도, 제 앞에서도 그렇게 친하게 구는거... 싫습니다.

평소에는 자기 필요할 때만 전화해서, 그거 물어보고는 함흥차산데,

같이 만나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스킨십하며 농담하는게 싫습니다.

처음만난 저한테, 아무리 서슴없는 친구의 여자친구라도 반말로 시작하는게 싫습니다.

 

그보다 싫은건...

그 사진들을 찍으면서,

제 남자친구가 카메라 렌즈 너머로 그녀의 가장 예쁜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입니다.

 

제가 너무 심하게 생각하는 건가요??

아무리 남친이 저만 바라본다며, 저만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래도 신경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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