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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ray one's emotion!-1

휘오리바람 |2006.03.23 15:58
조회 750 |추천 0

더운 날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는 그런날이다.

동욱은 사우나같은 고시원에서 자신의 통장을 들여다 보지만, 해답은 없다.

돈은 모자랄 뿐이고 등록금 마감은 내일 모레다.

만약 등록금을 내버린다면 이 사우나에서 두 달을 더 버텨야 한다.

알바비의 두달치가 더해져야만 복덕방 영감님에게 말이나 붙여볼 수 있을까?

주인은 계약금 200에서 한 푼도 깍을 수 없다고 했다는데

영감님 말인지 주인님 말인지...

일단 가보기나 하자. 가서 영감님의 속셈이나 들여다 보자.

어떻게든 이 사우나에서 탈출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부동산 앞

돈 없는거 빼면 늘상 당당한 동욱도 허리를 굽히며 문을 연다.

돈은 언제나 사람을 울게하고 웃게하는 존재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니, 학생 또 왔어? 200갖고와. 더 이상은 안돼.” 손사레를 친다.

동욱의 사정을 익히 아는 영감님은 말도 꺼내기 전에 원천봉쇄다.

“월세는 다달이 꼬박꼬박 낼 수있어요. 저만큼 성실한 놈도 없다니까요.”

갖은 넉살을 동원해보지만 영감님은 요지부동이다.

“주인이 이동네에서 학생들한테 자취방 장사만 10년이야. 나도 어쩔 수 없어.

거기다 남학생들은 방을 험하게 써서...”  “잠깐만!”

영감님이 전화를 받는사이 동욱은 더 싸게 나온방은 없는지 부동산 벽면에 전단지를 둘러보지만 그보다 더 싼방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있다.

“거의 다 오셨네. 그 약국골목으로 들어오시면 돼요. 예. 거기요. 끊습니다~(동욱을 보며)

“학생 부모님한테 전화해봐. 요즘 녀석들은 부모들이 많이 좋은 방 얻어주던데...”

그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만 오히려 더 씁쓸해진 동욱이다.

잠시뒤 복동방 문을 열고 한 여자가 들어온다.

동욱은 힐끔 보고는 다시 벽에 전단지로 눈을 돌린다.


“잘 찾아오셨네. 내가 지금 주인한테 연락을 할테니 좀만 기다려요~”

방금까지 동욱에게 쌀쌀하던 영감은 어느새 나긋나긋 친절하기만 하다.

동욱은 어쩔 수 없기 포기하고 일어서지만 마지막 부탁은 잊지 않는다.

“아저씨, 그래도 부탁은 좀 해주세요. 학생이 돈이 어딨어요? 네?”

“알았어. 학생 내가 말은 해볼게.”

“100만원만 깍아주시면 월세 30은 빼먹지 않는다구요~.”

영감님은 전화를 하느라 동욱의 얘기는 듣지도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애원하는 투가 되버려 옆에 아가씨보기에 민망하지만

지금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다.

나가려는 동욱을 그 여자가 불러세운다.

“계약금은 됐고, 월세 20만원에 룸메이트 있는 방은 어때요?”

자신한테 한 얘기인가 갸우뚱 거리며 동욱이 돌아본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여긴 세 사람뿐이다.

“저요?”

“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묻는다.

“월세가 얼마라구요?”

“계약금은 됐고, 월세 20만원에 룸메이트 있는 방이요. 그 대신 식사, 청소, 빨래는 본인이 해야되는데...그래도 괜찮겠어요?”

동욱은 식사건 청소건 상관없다. 계약금이 없다니...거기다 10만원이나 더 싸다.

“그럼요~저는 좋죠.” 웬 횡재냐 싶다가 갑자기 문득

“근데 먼저 방을 봐도 될까요?” 당할 수는 없다. 사람이 사는 집인지 확인을 해야한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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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오피스텔 앞으로 동욱을 안내한다.

“2인용 원룸이에요. 원룸이지만 각자 개인생활은 할 수 있을거에요.

당장 짐을 들여놓을 수도있구요.”

문앞에서 여자가 비밀번호를 누른다.

이미 오피스텔 외관부터 복도까지 동욱은 대만족이다. 이런 방을 얻게될 줄이야...

“월세는 후불이에요.”

문을 열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근사한 집이다.

평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두 사람이 생활하기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이다.

동욱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집이 정말 좋네요...” 계속 두리번 거리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근데 룸메이트 되는 분은 언제오시죠? 그 분과도 얘기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여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지만 다시 냉정함을 되찾는다.

“저에요.”

“^__________^ 네?”

“저라구요. 룸메이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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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문자를 받았다. 희주가 돌아왔다.

알고있었지만 나해는 역시 유쾌하지가 않다.

희주가 돌아온 사실에 이렇게 기뻐하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나해에게 희주는 늘 목에 걸린 가시같았다.

빼내려 했지만 빼낼 수없었고, 무시하려 하기엔 무시못할 통증이었다.

그를 상상하면 언제나 희주가 있었다.

자신보다 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임에 두 사람이 공유하는 감정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것들을 이해하기엔 자신은 어리지 않았다.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숙제가 나해에게 주어졌다.

더 이상 셋이서 함께 할 수 없다. 아니, 함께하기 싫다.

다부진 한숨을 쉬고 나해가 문자를 보낸다

[기수씨, 그럼 어떻게 이따가 희주하고 같이볼까?]

이미 예상해던 답문이 일분도 안돼 도착한다.

[그래야지.오랜만인데..내가 전화해볼게.퇴근하고봐]

기가막혀 헛웃음이 나오는 나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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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가 그 쪽이라구요?”

“네. 왜요?문제있나요?”

“아니..저기 전 남잔데...” 나름대로 개방적이라고 자부했던 동욱도 이런 상황엔 익숙치가 않나보다

“그래서요? 싫으시면 어쩔 수 없구요. 제가 집안일엔 취미가 없어서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있었는데 그 쪽이 돈 사정도 안돼는 거 같구. 제가 보기엔 우리둘이 서로 상부상조 할 수 있을거 같아서요.”

“제가 돈 사정이 안돼는건 맞는데요..그래도 여자랑 룸메이트는 해본 적이 없어서요..”

동욱 자신도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동욱의 사정에 다시 고시원으로 갈 수는 없다.

찬밥 더운밥 가릴처지가 아니다.

“외국에선 이성친구끼리 많이들 하는데, 한국은 아닌가 보죠?”

“외국이요? 아~외국서 오셨구나....” 갑자기 안심이 되는건 뭐냐..

“어떡해 하실래요? 싫으심 저는 다른 룸메이트를 알아봐야 될거 같은데.”

딱 잘라 말하는 여자의 태도에 동욱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저는.. 뭐 아무래도.”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까부터 쭈뼛거리는 동욱이다.

이 찜통같은 날씨에 에어콘도 없는 핸드폰도 받을 수 없는 고시원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그래! 몇 달만 있자. 뭔일이야 생기겠는가...

“그럼 짐은 좋은날에 들여오세요.”

“오늘이라도 괜찮나요?”

“네. 제 짐은 벌써 밖에 도착했어요.”

어느새 왔는지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들고 들어온다.

“그럼 저도 제 짐을 갖고와야 겠네요.”

직원들 틈에서 들릴 듯 말 듯 겨우말하고 도망쳐 나오는 동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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