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시 말을 이었다. "계단에 꽃다발을 든 채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만 보고 그냥 집에 들어왔어요. 그게 답니다." 경찰은 많이 도움이 됐는지 밝은 목소리로 "지금 하신 말씀이 증언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게 사실이죠?" 난 마음은 떨리지만 증언이 된다는 말에 자신이 생겨 "네, 제가 본 것만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혹 저한테 무슨 불이익은 없는지 그게 두렵네요.." "아무 걱정 마시고, 협조해줘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난 한결 기분이 나아진듯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니... 아랫층여자의 끔직한 공포가 좀 수그러진 기분이다. 목욕을 마저 하고 가운을 입은 후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나서 냉장고를 열었다. 순간, 냉동실 문이 조금 열리는 것이었다. 안에 너무 물건을 많이 넣었나 생각하며 닫으려는데 자꾸만 무언가가 걸려서 닫히질 않았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에는 비닐로 싸인 기다란 덩어리가 보였다. 그것이 있어서 문이 잘 닫히질 않았던 모양이다. 난 그 비닐을 바깥에 꺼내놓고 방에 들어가 어제 누굴 줄려고 샀던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잠시 그것을 탁자에 놓고 비닐을 펼쳤다. 하이얀 살토막이 눈에 들어왔다.
난 그녀에게 주려 했던 반지를 그녀의 손가락에 우아하게 끼어주었다. 어제 내가 꽃과 함께 반지를 사갔을 때 그녀는 날 무참하게 거절했지만, 이제라도 그녀에게 반지를 건네줄 수 있어서 기뻤다. 후후후.. "이젠 넌, 나의 신부가 되는 거야, 널 영원히 사랑해" 흐흐흐흐~~
"넌 살인자야~~ 살인자" 자꾸 누군가 나한데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그날 밤도 몸이 욱씬거려 잠을 잘 수가 없었지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