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톡을 보다가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뭐 특별한건 아니지만 예전(아며 6년정도 전인가 봅니다.)에 저와 절친한 친구중 한명이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대 기억이 나서 이렇게 매번 보기만 하다가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그때 제대를 한 상태였구요...제가 군대 휴가 나올때 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넘이 삼수를 하는 바람에 친구들보다 군대를 늦게 갔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모든 친구들이 군대가 있을 때 이넘 혼자 사회에 남아있었구요. 그래서 모든 친구들이 휴가를 나올때마다 이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만나다 보니 저도 가끔(전 휴가를 많이 나오진 않았슴) 휴가를 나오면 여지 없이 이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정말 이놈이 기특한건 어떤때는 한달동안 번갈아 가며 휴가나오는 친구 접대에 자기가 더 힘들다고 하더이다.
각설하고 그때의 고마움으로 이 친구가 휴가를 나오면 매번 같이 만났죠. 아시겠지만 친구 휴가 나와봐야 할거 많이 없습니다. 그냥 술먹고 피시방 가서 스타크래프트나 하고 그렇게 보내죠(가끔 때때로 질리면 영화도 봅니다). 그러다가 이놈이 채팅을 한번 해보자는 겁니다. 그때는 그놈도 애인이 없었고 저 또한 애인(지금은 저만 유부남)이 없었던지라 올타쿠나 했죠. 이렇게 시커먼 놈 둘이서 술먹고 피시방에 앉아서 스타크나 하는 것 보다는 번개팅이나 해서 좀 더 보람있는 휴가 기간을 만들어볼 요량이었죠. 그때당시 최고의 채팅싸이트가 지오지X였습니다. 그놈이랑 저랑 지역별 채팅방으로 접속해서 여자에게 귓말 보내기에 열중이었습니다. 하물며 누가 먼저 꼬시나 웃으며 내기도 했구요.
한 참(대략 20분쯤) 후 친구놈이 환호성을 지르며 저한테 꼬셨다고 말하더군요. 그때 마침 저도 얘기가 잘 되서 기분이 업된 상태였구요. 그래서 저도 꼬셨다고 말하고 둘은 마냥 신났습니다.
그렇게 또 10여분을 서로 채팅을 하다가 만나자고 해보라고 제가 친구놈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놈 입이 찢어 집니다. 그렇게 즐거운 채팅을 계속하다가 그놈의 모니터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놈의 모니터를 본순간 전 얼굴이 굳어지는걸 느꼈습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귓속말로 보낸 글들이 모두 그놈의 모니터에 다 써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술도 얼큰하고 밤도 어느정도 깊고 해서 잘 몰랐습니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귓속말은 상대방밖에는 볼수 없는건데.. 저놈이 내가 채팅하고 있는 여자랑 나누는 귓속말을 어떻게 볼수 있을까?
쫌 의아해 했습니다....그리고 어렵게 던진 한마디.......
"혹시 니가 핑크레이디?"
그놈왈 "어~", 전 한동안 멍~한상태를 지속하며 그놈의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
저 왈 "내가 하늘사랑이다"
"........................"
그놈역시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우리는 소리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계산대를 향했습니다.
조금전까지 웃고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어디론지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우리 둘은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용히 나갔습니다. 그렇게 충격아닌 충격에 빠져서 다시 술을 먹으러 간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둘다 남자대화명을 고르면 여자분들이 경계심을 가질까봐 여자인양 여자대화명으로 채팅방을 들어갔었던 것입니다.(지오지X 채팅싸이트는 대화명을 그때그때 바꿀 수 있었음) 그런데 서로의 아뒤를 모른채 여자한테 무작정 보내는 귓말이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놈과 제가 연결되었던거예요....
그놈은 상대방(저)이 대답해 주니 좋았고 저는 상대방(그놈)이 먼저 말걸어 와서 좋았던 거죠..인과응보죠.. 여자인척 하며 여자에게 다가갈려다가 서로 상대방을 여자인줄 착각하고 30여분을 그렇게 채팅하며 즐거워했으니...
암튼 지금도 그놈 만나면 그때일을 생각하며 즐겁게 쐬주한잔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