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을 처음만났던것은 2002년 제가 19살때의 일입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딜무렵,그 아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저와 동갑인 그아이..
처음볼때는 솔직히 아니였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도도하면서도,웃지않으면 차가워 보이는 인상..
처음 본날 무슨 안좋은 일이있었는지,
표정도 시종일관 무표정에..툭툭 던지는 말한마디 한마디가
기분을 그리 좋게 하는 말도 아니였습니다.
아무튼,첫인상이 별로 좋지않아서인지
일을하게되면서도 괜히 얼굴한번 더쳐다보고,속으론 욕하고..
어느날이였던가?
직원분들과 다같이 회식을 하게되었는데..
물론 그 사람과도 서먹서먹한 사이여서
술도 좀 취했겠다,친해질겸 제가 먼저 말을 걸었죠.
그런데 이 아이..
굉장히 저랑 맞는구석도 많은것 같고,
얘기를 나눠보니,제가 그동안 봤던 겉모습과 이 아이의 속마음은 많이 다른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조금 재미난 얘기를 했더니..
만화영화에서나 볼법한 웃음소리로 웃더군요.
사실,저도 웃음소리가 듣는사람이 썩 좋게 들을수있는 소리는 아니였는데..(마귀할멈 웃음소리에요..)
이 아이가 제 얘기를 듣고 웃는소리가 웃겨서
저도 마귀할멈 웃음소리로 "깔~깔깔깔"웃고
그 아이 또한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웃고..
한2시간 가량을 정신없이 웃었던것 같습니다.
너무 웃다보니 배도 아프고,눈물도 나고..
아무튼 이일을 계기로 우리는 조금 가까워질수 있었습니다.
일끝나고 나면 영화도 보고,밥도 같이먹고..
한동안은 좋은 친구사이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인가 부터..
그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매일같이 밥을먹었으면 좋겠고,
매일같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꽤나 소심한 편이라 무턱대고 고백을 할수 없었습니다.
아니,겁이나서 그랬었습니다.
고백후에 듣게될 말들이 무서워서 차마 "너를 좋아한다"는 짧은 말한마디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일을 혼자 끙끙대던 어느날,
같이 일하는 친한형 이 그사람과 사귀게 되었다는걸 알았습니다.
그래,이렇게 된거 깨끗하게 포기하자.
하지만 그 형과 사귀게 되면서
그사람은 남들 알게모르게 많이 상처받고 눈물흘렸습니다.
사귀고,헤어지고,다시 사귀고,헤어지고..
옆에서 차마 지켜보기가 안쓰러웠습니다.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데..
내가 옆에있었다면,널 위로해줄수 있는데..
그순간,번쩍거리며 생각난게 있었습니다.
그사람과 친한친구..
차마 생각해서도 안되지만,저는 결국 저질러 버렸습니다.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그 사람의 친구와 사귀기로 했습니다.
정말 영화에서나 볼법하고,노래 가사에서나 들을법한 얘기..
그사람과 좀더 가까워 지기위해 그사람의 친구와 사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저는 그때 누군가를 처음 사귀는것이라
많이 서툴렀고,오로지 제 관심은 여자친구의 친구인 그사람..그사람뿐이였습니다.
결국 여자친구는 모든것을 알게되었고,
덤덤하게 이해해주면서 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했고
그렇게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아프게한게 아쉽기보단,
그사람과 좀더 가까워지지 못한게 아쉬웠던..그런 이기적인 저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서
결국 그사람과 그형 과의 사이도 모두 끝나게 되었고,
이제는 그사람과 만날 방법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형과 사귀고 있는동안에는
"형,얼굴 보러 왔어."라는 핑계로 한번 볼수있었지만,
그러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보고싶어서 견디기 힘든던 날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 "어디야?우리 잠깐 만나자" 라고 했습니다.
다시는 못볼것 같았습니다만,
그사람은 저를 친구로 생각했었는지..
다행스럽게도 약속장소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헤어진 남자친구의 친한동생' 이라는 생각 보다는
친구라는 생각을 더 했기에 나왔겠죠?
아무튼 근1년만에 만난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밥도 먹고,영화도 보고
서로 웃는소리를 보면서 또 서로 웃고..
행복한 시간들이였던것 같습니다..
정말 좋아한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올뻔 한적도 많았습니다만,
꾹꾹 눌러담고 참고 또 참았습니다.
나를 좋은친구로 생각하는 그사람 에게
상처되는말,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러번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엔 그사람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겼습니다.
좋은사람이였던것 같았습니다.
키도크고,인상도 서글서글하고..무엇보다 그사람에게 잘해주는것 같았습니다.
그사람과 그사람의 새로운 인연,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어색하게 만난자리에서
저는 그냥 멋쩍게 웃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닭쫓던 개 지붕보는 꼴 이 이런 기분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그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눈물은 났지만 겉으론 웃으면서 "둘이 되게 잘어울린다."는 말을 할수 있었습니다.
그사람이 새로운 인연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때쯤
저는 날마다 술,담배로 하루하루 를 살았고
가끔가다 오는 그사람의 연락도 피하기 일쑤였고,
어쩌다가 받은 그사람의 전화는 화를 내면서 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하루이틀..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거야.
1년..2년..지나고 나면괜찮을거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사람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나게 되었습니다.
있는 힘을다해..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 도망치려 해도,
뒤를 돌아보게 되면 그 아이가 항상 그자리에 서있었습니다.
하루하루..그사람의 생각들로 산지 벌써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에 그사람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그저 어색하게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구요...
그사람 앞에서는 아직 좋아한다는 말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친구로서 저를 대해줬던 그사람이 받을 충격..고통
그리고 그사람이 제게 가질 실망들..
모든것이 다 두렵기만 합니다.
제 얘기를 아는 주변사람들은 제게 그러더군요.
"어떻게 우정이 변할수가 있냐?"
"친구를 사랑할수도 있는거냐?"
하지만,전 처음부터 우정따윈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전 처음부터 그사람을 우정이 아닌 사랑으로 봐왔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비하면 저는 너무 초라하기만 합니다.
키가 큰것도 아니고,얼굴이 잘생긴것도 돈이 많은것도,성격도 좋지못합니다.
하지만 다른사람들에게서 받았던 그사람의 아픈마음..
약은 못발라 줄 지언정 더는 아프지않게 더는 상처받지 않게 지켜주고 싶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