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 시작되다 - 14
“어쨌던 이번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 ...”
“이제 누나가 우리 생계를 다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나 지금까지 하고 싶어 했던 공부라도 해. 이번 기회에 회사 그만두고 푹 쉬라구. 지금까지 누나가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이 고생했다는 거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
“... ...”
진홍과 시원의 기사에 가장 놀란 것은 아무래도 고향의 엄마와 진청과 진백이 형제일 것이다.
전에 없었던 일인지라 그 당황스러움이 컸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던 진홍의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해 딱히 해 줄 변명을 찾을 수 없는 홍이는 아무말 않고 진청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진백이나 진청이 장시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모르는 상황이 아니기에 더욱 이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납득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진백이야 어릴 때부터 시원을 따랐으니 이 일에 대해 가타부타 말은 없지만, 시원의 행동에 대해 어릴 때부터 거부감을 갖고 있던 진청은 전에 없이 흥분한 모습이었다.
“청아... 너도 알다시피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알아... 하지만 진짜가 아니니까 더 안 되는거야. 대한민국에 이런 소문나고 어떻게 살라고 그래..그냥 사랑해서 사귀다 파혼했다고 해도 손가락질 받는게 여자야. 근데 지금 누나가 결혼하기로 한 사람은 그냥 일반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장시원이라구. 그 뒤의 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누나!!”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야..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그러면 너가 말하는 대로 일 그만두고 편히 쉴께. 아직 너희들 학교도 졸업하지 않았고, 딱 학교 졸업할 때 까지만, 그때까지 만이야.. 그때까지만 누나가 너희한테 버팀목 되주고 싶어.”
“누나...”
홍이의 얘기에 결국 아무 얘기 못하는 청이다.
청이와 백이...
군에 다녀와 학교 복학하고 아직 학생인 자신들의 처지가 지금처럼 답답했던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홍이가 생계를 맡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다만 누나니까 어쩜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23살의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그 무거움이 너무 컸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그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있었다.
기필코 사단을 내고 말리라는 결심을 하고 왔건만, 오늘따라 누나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
항상 완벽했던 누나였다.
그리고 항상 당당했던 누나였다.
하지만, 오늘의 누나는 많이 지쳐 보였다.
“청아... 누나 믿지? 절대 누나 너희들 실망시키지 않아”
청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그 믿음이 홍이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가끔은 그 믿음이 홍이를 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일도...
[시원의 방]
시원은 모든 신경을 거실로 집중한 채, 밖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굳이 들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흥분한 진청의 목리가 쩌렁쩌렁하게 시원의 방까지 들려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진청, 저 자식은 시원을 노골적으로 싫어했었다.
이 일을 벌이면서, 저 복병인 진청과 진백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홍이 일이라 하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 들 쌍둥이들이었다.
“형...들어가도 되요?”
밖으로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던 시원의 방으로 진백이 들어온다. 진청이나 진홍은 시원을 천하에 몹쓸 녀석이라는 듯이 상종도 하지 않았지만, 진백이만은 달랐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할 일없이 홍이네 집 주변을 배회하면, 뭣이 그리 궁금한 것이 많은지 꼬치꼬치 캐묻던 녀석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진백이 말문을 연다.
“형... 아시죠? 어릴 때부터 저 형 많이 따랐다는 거... 아마 저희 집 식구들 중에 형을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 저였을껄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진백이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말머리를 뱅뱅 돌리기만 한다.
“저는 형 믿어요. 단지 이 모든 일이 형의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한 핑계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누구보다도 형은 홍이누나 다치게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예요. 저 옛날부터 형 마음 알고 있었어요. 그런 감정이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 진심이라는 거 믿을께요.”
하릴없이 홍이 얼굴이라고 보고파서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면 어디에선가 튀어나와 그에게 이런저런 곤란한 질문을 퍼부어대던 마냥 어린 꼬마라고 생각했던 홍이의 동생이었다. 하지만, 그 진백이가 듬직한 스물 다섯 살의 청년으로 오늘은 시원을 마주보고 어린시절 시원의 풋사랑을 눈치챘었노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형...홍이 누나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거... 형 믿어도 되죠?”
아무 말 못하고 시원은 고개만 마주보고 끄덕일 뿐이다.
“그럼..형!!! 오늘부터 매형이라고 부를까요?”
씨익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돌아와서는 진백이 시원에게 장난을 걸어왔다. 장난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시원은 이름만큼이나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처남!!!”
그날 오후...
진청, 진백 형제가 돌아가고 나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이다.
“미안...”
홍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뭐가??”
무심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시원은 대답한다.
“어쨌던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이런 일로 동생들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여기서야 뭐 이것저것에 활용되는 재활용품 같은 존재일지 몰라도 암턴 나도 우리집에서는 귀하디귀한 외동딸이잖냐?”
홍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원의 표정이 무섭게 변한다.
“누가..너보고 재활용품 같은 존재래?...누가?”
“아니.. 말이 그렇다는거지..왜 장난으로 한 말에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뭐 하루는 니 매니저도 됐다가, 언제는 약혼녀 노릇도 해야하고 다용도인 것은 사실이지 뭘 그래?”
장난으로 던진 한 마디에 시원이 유독 날카롭게 대한다.
“이제 나한테는 니가 제일 중요한 존재야... 그거 꼭 기억해.”
“뭐라구?”
홍이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멍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로 말을 잇는다.
“야!!! 장시원 오버하지마. 집에서 우리끼리 있을 때는 연기 안 해도 되니까... 너도 참...웁...”
시원은 홍이의 말을 더 이상 들어줄 수 가 없었다.
오물조물 참 예쁜 입술로 얄미운 말만 골라하는 홍이 때문에 시원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홍이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었다.
“웁..하... 야~~·장시원.. 너 뭐하는거야? 너 내가 그렇게 우스워? 니 맘대로 해도 되는 사람같아?”
시원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홍이의 화난 말투가 들어온다.
“야.. 진홍... 너는 내가 그렇게 안 보이냐? 아님 안 보이는 척 하는거냐? 너 알고 있잖아.. 내 마음... 나 너 때문에 죽을 것 같아.”
“...알아..”
들릴 듯 말 듯한 홍이의 목소리..
“뭐라구?”
“알고있다구...니맘...나도 니 마음 다 보여..”
“홍아...”
“하지만, 장시원, 우리 그만하자. 이래봤자 서로 다치기만 할뿐이란 거 너도 이 생활 오래 해봐서 잘 알잖아, 뻔한 결말이 보이는 일에 눈 먼 나방처럼 뛰어들 나이는 아니니까...우리..”
“야..진홍.”
“나.. 보기보다 욕심 많아. 그래서 난 내 남자만큼은 누구랑 나눠가질 생각 추호도 없거든...오롯이 나만 가질꺼야..나만 보게 할꺼야...후후,,,나 웃기지?”
오늘따라 홍이의 웃음소리가 슬프게 들려온다.
“하지만, 넌 나한테 그래줄 수 없잖아..넌 영원한 만인의 연인 장시원이니까... 너랑 사랑하면서 아플 일 난 안만들래. 이렇게 너도 나도 마음 가는 길 끊어버릴 수 있을 때 끝내자..이제 우리 열여덟 살 풋사랑 할 나이 아니잖아..이제 우리 어른이니까...이렇게 하는 게 어른다운 거니까... ... ... 피곤하다.. 나 들어가서 좀 쉴께.”
이야기를 마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홍이의 손목을 시원이 잡았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이 이야기했다.
“나... 진홍만 바라보는 남자하면 되잖아.”
“시원아...”
“어른답지 않으면 어때? 내가 너 사랑하는데, 너만 바라보는 장시원 하면 되는 거잖아.”
“왜 그래?? 장시원답지 않게...”
“장시원다운게 뭔데? 십년 전부터 너만 보면 마음 설레고, 똑바로 눈조차 마주 볼 수 없고, 나만 봐라봐 주지 않는 진홍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그렇게 진홍이 나 바라봐주길 마음 졸이며 기다렸던 게 나야. 도대체 너가 생각하는 장시원은 어떤 사람인데?”
아무 말 못하고 시원을 바라보고만 있는 홍이를 시원이 끌어 당긴다.
“나... 믿어주라.”
시원이 홍이를 끌어 당겨 자신의 품안으로 가두면서 홍이의 귓속에 속삭였다, 홍이의 귀에 안타깝게 속삭이던 시원의 입술이 홍이의 볼로 이마로 헤매이고 다니다, 홍이의 입술을 덮었다.
달콤한 입맞춤...
홍이의 입술이 열리고, 홍이가 팔로 시원의 목의 끌어안았다.
“믿을께...이제...너 믿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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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외근 중이었다, 이제 삼실에 들어왔습니다.
오늘같은 날이 주말에도 이어졌음 좋겠는데, 비가 온다고 하네요..
하지만,
봄비라는 것도 꽤 운치있는 일이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