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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껍데기만 남은 울엄마, 아버지...

넷째딸 ^^ |2006.04.03 21:43
조회 1,463 |추천 0

울 어무이,아부지...

 

딸만 내리 다섯을 낳으셨지요... ^^;;

 

아들 낳기에 실패를 하고 결국 딸부잣집 부모로 통한답니다...ㅋㅋ

 

어릴때부터 우리도 "담뱃집 딸" 혹은 "딸부잣집 몇째"로 통했지요... (우리집... 담배가게 하거든요..)

 

 

지금은... 그 딸 다섯 중에 넷이 결혼을 했고... 막내만 남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넷째...^^;;)

 

딸만 다섯이라고... 구박 아닌 구박을 할법도 한데... 우리 아부지는 자식 자랑이 참 대단하세요...

 

특히 막내인 제 동생...

 

갓 태어났을때부터 어찌나 이뻐 하시는지요...(울 할머니가 증언 하셨어요...ㅋㅋ)

 

지금도... 다른 자식들과는 달리 막내를 참 이뻐하십니다...

 

우리 막내 우리 막내 하시면서...

 

 

어릴때...

 

기분 좋게 술 드시고 온 날이면...

 

울 아부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해진 천원짜리 꺼내 내동생만 주고, 내동생 머리만 쓰다듬어 주셨어요... --;

 

언니들은 다들 고등학교 다니면서 자취를 했고, 집엔 저와 동생뿐이였지요...

 

그 어린 마음에... 아버지의 행동은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가 되도록... 아버지가 나만 미워 한다고 생각 했지요...

 

그래서 나도 똑같이 아버지를 미워 했습니다... -,ㅜ

 

아버지가 나와 동생을 차별하신것 처럼 나도 아버지 보란듯이 엄마만 티나게 좋아했지요...

 

엄마한테만 막 안기고, 엄마한테만 사랑한단 말 하고...

 

지금 생각 하면 참으로 유치하고 철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근데... 딸 다섯 중에... 제가 아부지를 제일 많이 닮았어요...

 

어릴때부터... 첨 보는 아저씨들이 "니 누구누구 딸래미제?" "니 **(울 동네 이름) 담뱃집 딸이제?"라고

하셨지요... --;;

 

울 아부지랑 그렇게 많이 닮았나봐요...

 

하긴, 나도 다 커서 중학교때 찍은 증명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세상에나... 거기엔 단발머리 하고 있는 울 아부지가 있었던겝니다... --;;

 

내가 봐도 참 많이 닮았습디다...

 

지금은 울 아들에게서 문득문득 내 어릴때 모습을 보네요...ㅋㅋ

 

 

사춘기때는... 아부지를 참 많이 미워 하고, 아부지랑 제일 사이가 안 좋았어요...

 

언니들, 동생은 뛰어난 모범생에 우등생이였는데...

 

나는 그저 별 볼일 없는 애였지요...

 

성적으로 받은 상장은 초등학교때 한번 받은게 다였고,

 

기껏 시골학교에서 독후감 상 받거나, 백일장때 상 받은게 다였던 나...

 

그런 별볼일 없는 내가 아버지에겐 자랑스런 딸이 아니였죠... --;;

 

 

울 아부지...

 

자식들 상장 받은거, 성적표 다 보관해 두고 계셨어요...

 

그래서 명절날 친척들 보이면 꺼내서 자랑을 하곤 하셨어요...

 

한번은... 그 상장, 성적표 틈에서 내꺼만 쏙 빠지고 없더군요...

 

아부지가 그전에 일부러 내꺼만 살짝 빼 놓으셨던거죠...

 

그렇게 나머지 자식들꺼만 자랑을 하셨어요...

 

그때 제일 서럽고, 아버지가 미웠드랬죠...

 

명절 지나고 나서... 자췻집으로 돌아 가려고 버스 승강장으로 갔드랬습니다...

 

울 아부지...

 

승강장까지 저를 배웅하러 오셨어요...

 

나는 입이 정말 댓발이나 튀어 나와 어부지를 외면 했어요...

 

그렇게 아버지와 뚝 떨어져 있다가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탔습니다...

 

내가 버스 탈때까지 아부지는 그대로 서 계시고, 내가 차비를 내고 의자에 앉으니 아부지께서 손을 흔드시더군요...

 

이 못난 딸은 끝까지 외면을 했습니다...

 

버스가 안보일때까지 서 계시던 아버지...

 

그땐 참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남들에게 자랑할 만큼 잘난 딸은 아니지만 언니들,동생 못지 않게 울 아버지도 저를 사랑하셨던것 같아요...

 

 

처음 그걸 느낀게...

 

우리 아버지 우시는거 봤을때였어요... 그것도 나 때문에...

 

정말 서럽게 우셨는데... 그때 아버지 눈물 때문에 내 맘이 더 아팠지요...

 

울 엄마... 사고로 다리 잃고 수술 하던날 병원에서 펑펑 우신 뒤로...

 

나때문에 눈물 흘리신게 내가 본 아버지 마지막 눈물이였어요...

 

 

울 아버지...

 

시골 할아버지 답지 않게 참 정이 많으세요...

 

남들에게 퍼 주는거 좋아하시고, 할머니가 팔불출이라고 뭐라 하실 만큼 엄마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시고, 자식들 자랑도 대단하세요...

 

젊어서는 엄마 맘고생 좀 많이 시키고, 부부싸움도 자주 했지만...

 

나이가 더 들고 자식들 하나 둘 떠나 가고 두분이서 더 금술이 좋아졌어요...

 

엄마 대신 아버지가 밥상 차리는 모습도 많이 봤고, 엄마한테 커피도 타 주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되네요...

 

요즘은 서슴없이 엄마한테 사랑한단 말도 하시고, 뽀뽀도 하세요... ㅋㅋ

 

 

울엄마도... 아버지 혼자 두고 어디 가게 되면 계속 아버지 걱정만 하세요...

 

"느거 아부지 밥 먹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언니 아기 낳고 산후조리를 엄마가 해 줬는데 언니네 있으면서 내내 아버지 걱정만 하시더라구요...ㅋ

 

 

 

울엄마...

 

엄마 인생을 소설로 쓰라면 몇권이 될거예요...

 

힘겨운 시집살이며, 갖은 고생 한거...

 

엄마는 못 배운게 한이라 자식들 공부는 아무리 어려워도 시키려고 애쓰셨죠...

 

남들이 "딸자식 대학 보내서 뭐하노. 시집이나 보내지"라고 해도 그 말 무시하고 그저 하고 싶은 공부 다 시켜 주려고 했어요...

 

농사 지으면서 딸 다섯 공부 시키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셋째 언니는 나 때문에 그나마 그렇게 가고싶은 대학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하자 말자 농협 취직 했지만...)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해 가면서 등록금 빌리던 엄마...

 

 

여담으로...

 

우리 둘째언니가 대학 시험 치고 합격을 하고 등록금을 내야 되는데 돈을 구하기 쉽지 않았어요...

 

등록금 마지막날... 엄마가 어렵게 고모부한테 부탁 해서 마감시간에 겨우 맞춰 등록금을 낼수 있었지요...

 

마감날... 하루종일 우울해서 밥도 안 먹고 힘없이 있던 언니가...

 

등록금 냈다는 전화 받고는 다시 밝고 명랑하던 모습으로 돌아가던것... 아직도 생생하네요...

 

엄마는... 자식들 공부 못해서 기죽는 모습이 제일 싫었던거죠...

 

 

암튼...

 

그렇게 고생고생 하면서 자식들 공부 시키던 엄마...

 

결국 저 수능 치고 아르바이트 할때... 엄마가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보조기 해서 불편하게나마 걸어 다니지만... 아직도 많이 아프세요...

 

그래도 아버지께서 요즘은 엄마 다리를 맨날 주물러 주시지만

 

한동안 엄마도 많이 힘들었고, 우리 가족 모두 힘든 시간들을 보냈지요...

 

 

저 결혼 하던날...

 

아버지 손 잡고 걸어 가면서... 가늘게 떨리던 아버지 손을 느꼈습니다...

 

나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았는데...

 

결혼 한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기만 했는데 울 아부지는 딸을 보내는게 못내 서운하셨던가봅니다...

 

이미 딸 셋을 결혼 시킨 아버지였는데도...

 

 

울엄마...

 

그 불편한 몸으로... 딸들 아이 낳으면 일일이 산후조리 다 해 주셨어요...

 

나는 여름에... 그 무덥던 한여름에 아이 낳고 친정에서 산후조리 했습니다...

 

더워서 입맛 없다고 안 먹는 나를 억지로 설득시켜 미역국 한그릇 다 먹게 하셨고,

 

내가 밥 먹다가 입맛 없어 비벼 먹고 싶다 하면 금새 일어 나서 부엌에 가서 비벼 먹을 빈그릇 가져 오셨어요.

 

못난 딸은 가만 앉아 그걸 받아 먹구요...--;;

 

그리고, 정말 정말 더웠던 날... 한참 더운 오전 10시쯤...

 

나 간식 차려 주고, 한약 데워 주고 그 몸으로 고추밭에 고추 따러 간 울엄마...

 

더우면 그냥 오라고 신신당부 했는데... 결국 고추 다 따고 점심 시간 지나서 오셨어요...

 

그렇게 힘들게 고추 따고 와서는 또 산후조리 하는 딸... 밥 차려 주고,

 

엄마는 입맛 없어 찬물에 밥 말아 된장찌개 반찬만으로 겨우 끼니를 떼우던 엄마...

 

그런 울엄마한테... 산후조리 끝내고 저는 기껏 얼마 안하는 옷 한벌 사 드린게 다예요...

 

울엄마는 얼마 안하는 옷 받고도 그렇게 고맙다 고맙다 하셨어요...

 

아부지도 고맙다 하시고...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지만... 우리 엄마,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끊임없이 퍼주기만 하셨지요...

 

키우면서도 그랬는데...

 

결혼 하고 나서도 여전히 퍼주기 바쁘세요...

 

딸은 도둑이라고...

 

농사 짓는 친정에 가면 이것저것 퍼오기 바쁜 못난 딸이 바로 저예요...

 

그래도 더 퍼주지 못해 아쉬워 하는 부모님...

 

이제 효도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여전히 부모님 걱정만 끼치네요...

 

나도 내 자식을... 우리 부모님처럼 그렇게 희생만 하며 키울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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