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있다고해야할지, 없다고해야할지는 개인마다 틀릴거라 봅니다. 특히 저의 경우에는.
계급장중에서 제일 달기 힘들다고 느낀 이등병을 달고서 자대배치를 받고 간 부대.
어찌나 신병이 없었으면 저와 제 동기가 중대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그 중대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몇소대냐고 누군가가 묻는 소리에 저는 큰 소리로 " 네! 직사화기로 알고 있습니다! "
다들 오오~ 거리며 니 진짜 복 받은거샤. 너 운 좋구나? 라며 부러워하는 소리들을 내질렀습니다. 그때 저와 제 동기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지만.
직사화기 소대에 안내받고 들어가니 제 바로 위 고참이 상병 말봉이였습니다.
반대편 K- 4 침상을 바라보니 무서운 미소를 보이는 병장 고참들.
그때부터였습니다. 이제 자신들은 전역 할 날이 얼마 없기에 너희들에게 모든 걸 전수 해 준답시고 밤 새워 모든 걸 알려주는거였습니다. 실수란 용납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와 제 동기는 지옥의 생활을 묵묵히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맨 처음 봤을때 상병 말봉이셨던 착하디 착한 병장으로 이제 내일이면 전역하는 날.
제 밑에는 그때부터 줄줄이 들어와서 이등병때 후임병이 3명정도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밑에 널렸지만.
마지막 전역축하파티를 하고선 이제 소대의 최고참이 된 저와 제 동기는 무서울땐 무섭고. 착할땐 착한. 그런 소대 왕고가 되자고 서로 다짐을 하였습니다.
위에 스토리는 서론이고 이제 본론 시작하겠습니다.=========================================
제 아들 군번이 입대를 하였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 녀석이 필요한건 죄다 구해주고 배고프다면 당장 P.X 가거나 다른 소대가서 먹을거 ㅆ ㅐ벼서라도 먹이고.. 캬캬캬.
제 동기가 훈련이나 병기본쪽으로 기댈 수 있는 기둥이였으면 저는 개인적인 일로 의논이나 노는(?) 쪽으로 기댈 수 있는 기둥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아들 군번이 이제 일병을 달았습니다. 그렇게 아들 일병 단 걸 매우 축하하며 기분 좋게 보내는 데.
마침 중대장님과 행보관님이 힘을 쓰셔서 200원에 한 곡 부를 수 있는 노래방기기 와 구석에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노래방을 한번 이용 해 보고자 해서 제 아들을 데려갔습니다.
" 제가 아버지를 위해서 한 곡 뽑도록 하겠습니다!! " <- 이 녀석도 군 생활 할 줄 안다. 우리끼리 있음 아버지라 부르더라.하하..
" 오오!! 좋아! 아들! 아들! " <- 응원 .. ;;
그 녀석.. 은영이에게" 를 부르는것이였습니다. 목소리가 제법 올라가는게 전율이 느낄 정도로 잘 부르더군요. 제가 너무 흥분했는지 박수를 신나게 치면서 앵콜~ 을 불렀습니다.
제 아들녀석. 다시 은영이에게" 를 부르는겁니다.. 그래서 아니 왜 똑같은 곡을 두 번이나 부르.. 냐고 하면서 그 녀석을 보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것이였습니다.
당황해서 .. 아니 이 녀석이 너무 기뻐서 우는 건 아닐테고.. 왜 우냐? 라는 식으로 물어보자 그 녀석이 하는 말이
자신의 여자친구 이름이 은영이 랍니다.
자기도 모르게 노래 부르다가 눈물이 흐른거라고 합니다.
.. 짜식. 그렇게 그리우면 전화를 하던가.
그렇게 울면서 계속 노래 부르도록 전 가만히 놔뒀습니다.
그렇게 다시 조용한 시절로 돌아오고~ 아들녀석의 포상휴가 날이 왔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휴가가는 듯 해서 매우 기뻤습니다.
==================================================================================
"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 흐흐 "
" 그래. 선물 안 사와도 되니까 제발 사고치지마라. 내가 니 분대장이여. 알겠지? "
" 절대! 잠만 자고 올테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으흐흐."
그렇게-_- 아들 녀석이 휴가를 다녀왔다. 매우 들떠있어서 뭔가 했더니 여자친구랑 오손도손 재미있게 놀고 왔다는 스토리.
그렇게 아들 녀석은 밤새도록 떠들어댔다. (여자친구 자랑을 신나게 했다.. )
이제 전역날이 100일정도 남았을 때 무렵. 내 아들 녀석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몇 대밖에 없던 중대 전화기 중 하나를 부숴버린것이였다. 아들 녀석이 행보관에게 끌려가서 신나게 욕 먹고 있을사이에 나는 근처에 있던 후임 하나에게 상황을 들었다.
" 왜 그런거야? 원래 저런 녀석이 아니잖아? "
" 그게 말입니다.. 저 녀석 다음에 바로 제 차례라서 뒤에 서 있었는데 .. "
" 응 "
" 전화를 하다가 은영이야? 은영아. 은영아? 몇번을 그렇게 계속 부르더니 결국 전화가 끊겼나봅니다. 그 순간 수화기를 전화기에 부숴질때까지 ... "
" ...... "
이제 곧 전술훈련의 날이다. 훈련전에 준비물을 사야하고. 적지도. 많지도 않은 돈이 부대에서 소대에 들어온다. 그걸 소대장이 관리를 하게 되 있는데. 행보관이 전화기 값으로 조금 빼놓은것이였다.
얼마 안했지만 부족한 금액을 애들끼리 모으기는 좀 그렇자니 분대장이였던 내가 그 동안 모아놓은 월급을 다 바쳤다.
" 그러시면 안됩니다! 왜 혼자 희생하시려고 합니까? 저희들도 월급 받은 게 있습니다! "
" 난 이제 전역 날이 얼마 안 남았고. 너희들은 앞날이 깜깜 할 정도로 많이 남았잖냐. 너희들 필요한 거 사야지. 나야 뭐 필요한게 있겠냐. "
그렇게 훈련 준비를 하다가 난 막사바깥에서 얼차려를 받고 있는 아들녀석에게로 갔다.
내 동기한테 여러 소리를 듣고 아침부터 내내 저녁때까지 막사바깥에서 얼차려를 받는 내 아들 녀석.
내 동기녀석도 마음 아플텐데 그렇다고 약하게 봐주면 아들 녀석 앞날이 어려울까봐 제법 강하게 굴린다.
난 바닥에 머리박고 있는 아들 녀석 옆에 가서 가볍게 땅에 앉았다.
" .. 후우. 여자친구때문이냐? "
" ..... 죄송합니다. "
" 그렇다고 전화기 부수면.. 완전 아작을 냈더구만... 니 후임들이나 선임. 신병은 어떻게 전화하라는 거냐? "
" ..... 죄송합니다. "
그때였다. 난 그냥 무심결에 한 말에 녀석이 울기 시작했다.
" .. 힘드냐? "
" ...... "
머리박고 우는 내 아들 녀석. 그렇게 난 그 녀석이 그칠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빌어먹을 풀린 군번이라고 모든 이들에게서 부러움의 시선을 받던 내가 마지막 훈련으로 유격을 받게 되 있었다.
아아. 너무나 쇼크를 먹은 나와 내 동기. 주말에 내무실에 가로본능으로 누워서 모든 걸 포기한 듯이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내 아들 녀석한테서 면회가 온것이다.
오잉?
엄청난 속도로 A급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내 아들 녀석. 아침에 뛰는 구보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중대를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바로 행정관으로 가서 위병소에 전화를 때렸다.
" 위병소 근무자 병장 누 .. "
" 아 나야 나. 지금 내 아들 녀석 나갔거든. 부모님이라도 오셨냐? 그럼 인사 드려야지. "
" 아닙니다. 여자 한 분과 남자 한 분 오셨습니다. "
" ... 친구인가?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 ? "
" 네. 여자 분 성함은 X은영. 이고 남자분은 .. "
" ....... "
전화를 끊은 나는 바로 내무실로 가서 전투복 A 급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위병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면회 온 여자는 여자친구 인 은영씨다. 그럼 남자는 누구지? 혼자 오기가 그래서 친구를 데려온건가. 아님 동생인가.
하지만 뭔가 꺼림직한 기분.
그렇게 난 위병소에 도착을 했고 면회실 앞에서 두 명의 사람과 대화중인 내 아들 녀석을 볼 수 있었다.
그 세 명은 면회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서서 뭔가를 대화하더니 이내 두 사람은 돌아가고 있었다. 내 아들 녀석은 그 두 사람의 뒷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보다가 뒤 돌아서 다시 중대로 복귀 하려 던 참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 .... "
" 이야기 좀 하자. "
내 아들 녀석 눈이 붉게 충혈된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 .. 그 남자가. 은영이. 제 은영이. 진짜 누구보다 기쁘게 해 줄 자신이 있댑니다. 울릴 일 없댑니다. 절대로.. "
내 아들녀석말고도 다른 녀석이 여자에게 버림받은 걸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그럴때마다 난 그 상대방에게 전화를 해서 되도록 잘 타일러주었다. 그렇게 내 후임들 일을 내 일 같이 생각하며 도와주었다. 하지만.
위병소까지 찾아와서 새로 사귄 남자친구를 보여주며 진짜 자기 행복할테니 걱정말라는 식으로.
이건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할 말도 없었고. 도와 줄 방도도 없었다.
내 아들 녀석. 내 앞에서 또 소리없이 눈물만 흘린다.
이 녀석 군인치고는 눈물이 많은 편이다.
그렇게 계속 힘 없이 지내는 내 아들 녀석을 위해 나와 내 동기는 마지막 다짐을 한다.
그래. 아들 녀석을 위해 마지막 전역 선물이다. (근데 우리가 받아야하는데 .. 우리가 주는 꼴이니 저 녀석 정말 행운아지. )
유격날이다.
유격조교를 뽑는 당시 나와 내 동기가 자진해서 나갔다. 병장은 안된다는 행보관의 말에 나와 내 동기는 마지막 전역날에 제발 좀 추억을 만들게 도와달라고 했다.
행보관 왈.
" 다른 중대는 병장이 안나가려고 별짓 다 하는데 니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었냐 ? "
그렇게 나와 내 동기는 유격조교가 되었다.
유격모와 호루라기. 그리고 붉은옷과 청색 옷 을 지급받고 서 (이거 돈 주고 사는거더라..;;)
일주일 먼저 유격장에 가서 수색대대원들에게 호되게 미리 훈련을 받게 되었다. 즉 유격조교가 되는 훈련이였다.
" 그 녀석. 절대 그 여자 못 잊는다고 이제 어떻게 세상 살아가냐고 하더라. "
" ... 흠 그래서 ? "
" 이제 곧 유격날이잖냐. 너와 내가 힘 합쳐서 안된 일이 뭐가 있었냐? "
" .... 본론을 말해봐 임마. "
" 그 여자를 잊게 만들자. 우리 둘이서. "
- 고참으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형으로서. -
- 아버지로서-
" 254번 올빼미. 뒤로 갑니다. "
내 동기가 아들 녀석을 뒤로 보냈다. 뒤의 조교는 나였다. 난 254번 올빼미. 즉 아들 녀석에게 물었다.
깊숙히 쓴 붉은 유격모에 내 눈이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 여자친구 있습니까 ? "
" ... "
" 엎드려서 팔굽혀펴기 20회 실시합니다! "
" 하나!.. 둘! "
" 여자친구 있습니까 ? "
" 셋! .. 이.. 있습니다! "
" PT 체조 3번 시작합니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실시합니다. 총 8회 합니다. 몇회 ? "
" 8회! "
" 여자친구 이름이 뭡니까 ? "
" 8 ... 으.. 은영입니다. "
" 아직도 잊지 못했습니까? PT체조 3번 총 26회 합니다. 실시! "
" 하나! .. 두울! "
.. 그렇게 재미있는 유격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지막 유격코스 "고층 사다리 높이 뛰기" 가 남았다.
이 코스는 몸에 묶인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양 발로 뛰어서 고층 사다리를 올라가는 고소공포증 담력 시험이라고나할까? ..
" 254번 올빼미. 올라갑니다. !! "
" 254번 올빼미! 도약! "
아들 녀석. 꼭대기까지 잘 올라갔다. 멋진 실력이였다. 이제 하강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 끝나질 않았다.
" 254번 올빼미! "
" 예! 254번 올빼미! "
" 여자친구 이름이 뭡니까? "
유격조교인 내 동기의 질문에 다른 올빼미들은 어리둥절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고 내 아들 녀석인 254번 올빼미는 저 높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하강 명령만 기다리며 뭔가 생각하고 있었다.
" 254번 올빼미! 여자친구 이름이 뭡니까!! "
" 예! 254번 올빼미! 질문을 이해 못하겠습니다!! "
피식 웃는 내 동기. 나는 질문을 바꿔서 다시 물었다.
" 그럼 254번 올빼미! "
" 예! 254번 올빼미! "
" 여자친구 있습니까!! "
254번 올빼미. 즉 내 아들녀석은 도약하고나서 저 높은 곳에서 유!격!대! 라고 외치는 목소리보다. 지금까지 군 생활 중 그 어떤 힘든 훈련때 내었던 소리보다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 그딴거 없습니다!!!! "
" 좋습니다!! 하강! "
==============================================================================
전역날이 되었다.
나와 내 동기는 내무실 우측 편 구석에 앉아있었고 주위에는 수 많은 과자와 음료수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즉.
전역축하파티였다.
내 아들 녀석. 상병을 다는 걸 보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좀 괴롭기도 했지만 즐겁기도 했다. 짜식 상병이라니.
모두들 내 동기와 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이럴땐 막 말도 놓는다.)
원래는 서열대로 인사를 해야하는데 마지막으로 내 아들 녀석이 나온다.
그리고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악수를 내 동기. 그리고 나와 나눈다.
녀석. 한 마디 한다.
- 나가시면 성공하십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두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들 모두 제 후임들과 나중에 들어올 제 아들군번에게 전해주겠습니다.-
" 그래. 니 녀석때문에 조교 뛰느라 죽는 줄 알았다 임마. "
내 동기에 한 마디에 모두가 웃는다.
- 아참. 아버지. 나가시면 -
" 응? "
- 여자 한 명 소개시켜 주십시오 -
"조건은 ?"
그 녀석. 웃으면서 말한다.
" 그 딴거 없습니다. 저만 바라봐 줄 여자 한 명이면 행복합니다 "
후기 : 지금와서야 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준다. 하지만.
니 소개시켜 줄 여자 있음 나 먼저 좀 장가가자 ㅠㅠ 나도 외롭다 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