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진오빠...마음속에... 나아닌 다른사람..들어있다... 나 ..왜 이제야 그걸 알았을까? 나 정말 바보같아.. 훗.."
채린은 아무표정없이 쇼파에 기대앉아있는 태민은 물끄러미 건네보았다.
"...한채린."
태민은 눈물을 닦고는 금세 방긋 웃는 채린을 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알아. 너 나 바보라고 할려구 했냐.? 그래~나 헛똑똑이지. 어쩌겠냐, 생긴게 이렇게 생겨먹은걸. 에이~모처럼 심각하게 말하려니깐 안되네. "
"그거 말고 또 할말 있지않냐?"
채린의 농담에도 태민은 얼굴을 굳힌채 쇼파에 몸을 더 깊게 파묻었다.
웃음기 있던 채린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 ..공태민... 너...알고있었어??"
"글쎄.. 내가 어디까지 알고있는지는 모르겠다만..뭐.. 어쩌다보니..청주바닥 좁잖냐."
"..왜..말안했어? 언제부터 알았어? 너이새끼, 친구맞아? 혼자만 알고 보니까 더 재밌디? 이 똥구녕같
은 시끼,너같은걸"
"너만 모른거야!. 다 알고있다고. "
채린이 집어던진 가방을 받아든 태민은 흥분한 채린의 말을 막았다.
"너만 몰랐던거라고.. 우선 앉아. 흥분하지말고. 다 얘기해줄께."
채린은 두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혼란스러웠다. 다 안다니? 누가? 뭘?
"형진이형이 잘못한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너도, 유미도 피해자일뿐이야."
-너가 처음 청주를 왔던날, 그러니까.. 너가 공연을 왔던날이지.. 그날 너 보려구 다들 공연장에 갔다가 모처럼 다들 모이게 된거야..형진형을 비롯해서 찬우형,진아누나, 복구형. 복구형 여자친구, 그리고 찬규도..거기 유미랑 나도있었구. 예전부터 유미가 형진형 좋아했어. 유미가 청주 온후부터 가끔 둘이 만나고 그랬던 모양이야. 유미가 청주 온 이유중 하나가 형진형 때문이고... 그런데 공연 뒤풀이에서 너가 그렇게 일을 저지른거지.. 찬규랑 형진형이 사이가 안좋았어. 사업하면서 트러블이 있었나봐. 그건 너도 알겠네.
찬규가 널 좋아한다는걸 안 형진이형이 찬규를 의식해서 너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한거야. 너도 그걸 느끼면서도 왜 뿌리치지 못했냐? 그날은 몰랐다고해도. 금방 느꼈을거 아니냐고. 너 그렇게 둔한애 아니잖냐? ..후~ ..유미가 아무렇지 않게 널 대하는거 보고 나 유미 다시봤다. 야, 그렇게 절망적인 표정 짓지마, 너 욕한사람 한사람도 없어. 넌 몰랐으니까 너잘못 없는거다.
처음 청주를 왔던날... 공연후에 본 하늘이 그렇게 맑을수가 없었다.
채린은 클라케이스를 들고 뒷정리에 바쁜 단장을 찾아갔다.
"단장님.. 저.. 다음공연부터 빠질게요. 저 요즘 상태 안좋은거 아시잖아요. 제 한계를 느꼈어요.."
최단장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뭐가, 뭐가불만이냐? 그,금전적인 무,문제냐? 으,응? 아니, 무,무료공연 제의에 제.제일 먼저 차,찬성한 사,사람이 너잖아? 아,아님. 스,슬럼프는 누.누구라도 오,..올수 있는 거.거라구~ 나도- 욪즘..너,너가 히..힘들어 한걸.. 아.안다고.. 그렇치만 그건~ 너가..그,극복을 해야 하..는 부,부분이지.. 그,그렇다고"
"단장님!! 그러니까 안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그렇지~"
"죄송해요. 제실력으로는 이제 무리예요. 고졸 실력에 예술공연이라뇨. 당치도 않아요~ 전 너무 부족한걸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저 몸 안좋은거..저 다시 약먹어요.. 약을 먹어도 요즘은 좀 힘드네요..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가 있는것도 사실이구요.. 동생이 사고쳤거든요..."
"그,그럼 채.채린아. 내가 좀 도,도움이 되.되줄께."
"아뇨~ 단장님..저 맘 정리 했어요. 마음먹은일 꼭 해야만 하는거 단장님 아시잖아요.."
"그,그럼 내가, 저.정선생이랑, 의,의논좀"
"죄송해요.. 저 오늘부터 있을곳 벌써 정했어요..뭐라고 하셔도 저 할말은 없습니다.. 낼 합숙부터 때 저 안들어갑니다.. 단원들 파트마다 하나씩 편지 써서 돌렸구요. 인사 다 했어요. 단장님..자리잡고 연락 드릴께요."
서둘러 뛰쳐나온 채린은 바로 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 그만뒀어!! 어디야? 나 거기로 갈께. 뭐, 뒷풀이? 공연은 내가했는데 왜 당신들이 뒷풀이야? 칫. 알았어!! 가면서 다시 전화한다~아유, 자세한건 가서 말해줄께~"
그날은 청주가 너무 이뻐보였다. 자신의 마지막 공연장이 된 예술체육회관을 뒤돌아 보며 채린은 함성을 질렀다.
"야호~! 난 한채린이다~!! 다시 사는거야~!! 해방만세!!! 한채린 만세~!!"
모든 압박감에서 해방이 됬다는 생각에 그날 채린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형진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해도 운명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마누라~~무슨냄새야~?"
뒤에서 안아오는 형진의 품에서 채린은 빙긋웃으며 몸을 돌려 형진의 가슴에 얼굴을 대보았다.
"왜그래? 마누라 밖에서 무슨일 있었어?"
"응~아니.. 좋아서~.. 그냥 다~~~좋아서. 히히 "
"된장찌개 끓이고 있었어? 오우~ 먹고싶다."
채린은 가스렌지의 불을 서둘러 껐다.
"어~오빠 지금 바로 밥차릴께."
"아니 어쩌지? 나 약속있는데. 좀 늦을꺼야. 먼저 먹구 자고있어. 오빠 걱정말구. 알았지?"
형진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채린의 엉덩이를 두들겨주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형진이 나간 현관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채린은 가스벨브를 잠그고 앞치마를 벗어던졌다.
'이러면 뭐해.. 난 아무것도 아닌걸..'
아무것도 아닌 존재. 그것처럼 비참한게 있을까.
---------------------------------
안녕하세요~
오늘 황사가 넘흐 심한거 있죠. 다들 마스크는 챙기셨나요~~
두번째 올리는데 1편에 추천눌러주신 님들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용기내고 또 올립니당~ ^^
날씨는 꾸리꾸리 하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