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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큰가방 |2006.04.09 14:49
조회 230 |추천 0

재미있는 이야기


4월로 접어들자마자 봄의 화신(花神)은 아무도 모르게 여기저기 물감을 마구 뿌리고 지나가면서 갖가지 예쁜 꽃을 피워내기 시작합니다. 양지바른 언덕위에 빨간 진달래꽃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수줍은 듯 지나가는 길손에게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도로가에 기다란 목을 늘어뜨리고 노란색 꽃을 피워놓은 개나리가 “제 곁에서 잠시만 쉬어가세요!”라며 오가는 길손을 불러대기 시작합니다. 엊그제까지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왕 벚꽃 나무의 꽃망울이 드디어


오늘은 하얀 색 화사한 꽃을 피워내며 활짝 웃는 얼굴로 저를 반겨주고 있습니다.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와 동율리 그리고 율포리로 길게 이어지는 약 5~6km의 도로에 길게 늘어선 벚꽃 터널을 저의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지나가며 문득 저의 어린시절을 생각해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해의 봄 그 시절만 해도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던 보성 겸백면에 있는 저수지로 봄 소풍을 가는데 처음 학교에서 출발할 때와는 달리 날씨는 무더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아무리 걸어도 저희들의 목적지인 겸백 저수지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지칠 대로 지쳐 짜증을 내기 시작하였는데 얼마나 걸었을까? “야~아! 드디어 다 왔다! 저기다~아! 저기!”하는 소리를 듣고 강 건너 편을 바라보았더니 커다란 벚꽃 나무에 너무나 아름답고 화사하게 피어있는 벚꽃이 환하게 웃으며 저희들을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벚꽃을 본 순간 지금까지 피로와 짜증도 모두 잊어버리고 벚꽃나무를 향하여 “우~와~와!”함성을 지르며 달려갔던 일이 생각나 제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냥 한번 ‘씨~익’웃으며


저의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실려 있는 우편물을 배달하려고 달려 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삼장마을입니다. 삼장마을의 가운데 쯤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댁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적재함에 실려 있는 조금 묵직한 소포하나를 꺼내어 할머니께 배달하려고 막 몸을 돌리는 순간 할머니께서 얼른 대문으로 달려 나오시더니 “거기 놔둬! 소포를 내가 받아야지. 여기까지 가져오신 것도 고마운데!”하며 저를 보고 빙그레 웃으십니다. “할머니! 소포가 조금 무거운데 무엇이 들었나요?”


“이거? 고춧가루하고 김치 담을 양념이 들어있어!” “양념이 들어있어요? 정말요? 시골에서 도시로 양념 보내는 것은 봤지만 도시에서 시골로 양념을 보내오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네요!”하면서 할머니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더니 “우리 딸이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데 새 김치를 좀 담아서 보내달라고 전화가 왔어! 양념은 지가 준비해서 보내준다고 여기가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까 읍내(邑內)까지 나가서 고추방아도 찧어야하고 여러 가지 준비하려면 번거롭고 그래서 그냥 딸이 준비해서 보내준 양념으로


김치를 담아 보내주기로 했어!” “할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시겠네요.” “아저씨! 그런데 조금 쉬었다 가시면 안되까?” “말씀은 고마운데 항상 제가 바쁘거든요.” “조금만 쉬었다 가~아!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해주께!” “재미있는 이야기요?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인데요?” “이리 들어와 마루에 좀 앉아봐!” “아니?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그러시는 거예요?” 하며 할머니 댁 마루에 잠시 앉아있는데 할머니께서 주방으로 들어가시더니 무엇인가 ‘달그락 달그락’ 하시더니 조그만 쟁반에


소주와 안주를 담아 내오십니다. “할머니! 저 지금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술은 마시면 안 되는데 이렇게 술을 가져오셨어요?” “참! 그렇지! 내가 깜박 잊었네! 그러면 음료수라도 한 잔 드려야 하는데!”하시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이번에는 캔에 담긴 음료수 한 개를 내오십니다. “할머니 그런데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신다고 했어요?” “아저씨는 집배원을 얼마나 했어?” “금년이 30년이 넘었는데 왜? 그러세요?” “으~응! 우리 영감도 옛날에 15년 동안을 집배원을 했어!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것이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배달했는데 그 시절에는 무슨 심부름 할 것도 그렇게 많은지 배달할 편지보다 농약 같은 것을 많이 싣고 다니면서 배달해주데 그런데 요즘에도 그런 심부름을 해주나 몰라?” “요즘에는 그런 심부름은 없어요! 제가 처음 집배원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심부름을 자주했는데 요즘에는 전화만하면 농약사(農藥社)에서 금방 달려와  농약에 물까지 타주거든요.” “참! 세상은 좋은 세상이여! 그란디 아저씨는 술을 안 자셔?”


“왜? 저라고 술을 안마시겠어요? 일을 다 끝마치고 퇴근 할 때면 한잔씩 하는 편이에요.” “우리 영감은 옛날에 편지 배달하다가 술을 한잔 씩 마시고 그랬는데 그때는 편지 배달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그때는 자전거를 타고 편지배달을 하던 시절이니까 힘이 들기도 하고 지금처럼 차도 별로 많이 다니지 않아 위험하지 않아서 그랬을 거예요!” “그런디 양념 보내준 딸 있제? 그 딸이 지금 서울서 우체국에 다니고 있어!” “그러세요? 서울 어디 우체국인데요?” “그란디 그 딸이 처음 공무원 시험을 봐서


우체국에 발령을 받았는데 몇 개월 우체국에 다니더니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냥 사표를 내고 말았어!” “그랬어요? 그런데 어떻게 또 우체국에 근무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시 공무원 시험을 보았거든 그런데 다시 발령을 받은 곳이 또 우체국이었네! 그래서 처음에는 또 사표를 낼까 어쩔까 하다 ‘그래! 내가 근무할 곳은 우체국이구나!’하고 그 뒤부터는 열심히 잘 다니고 있어!” “정말 그런 일도 있었어요? 그렇게 우체국으로 두 번씩이나 발령받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마 우체국이 천생연분이었나 보네요?”


“우리 영감이 자전거 타고 다니며 편지 배달해서 번 돈으로 학교를 보냈는데 당연히 우체국에서 근무를 잘해야 우체국에 은혜를 갚는 것이여! 안 그래?” “할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할머니 말씀이 옳은 것 같아요.” “옛날에 우리 영감이 집배원을 해서 그런지 지금도 집배원 아저씨를 만나면 남 같지 않고 꼭 우리 집 식구 같은 생각이 들어 아저씨 보고 조금 쉬어가시라고 한 것이여! 아저씨 바쁘신데 내가 괜히 시간만 빼어서 미안해!”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한없는 평화로움이 가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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