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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오르다 -4화-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Ⅰ)

점심이슬 |2006.04.13 20:27
조회 531 |추천 0

제4장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Ⅰ

 

 

영식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혹시라도 인희에게 더 큰 사고가 일어났더라면 어떻게 석철의 얼굴을 마주 대할지.. 지난 2년 동안 쭈~욱 그림자처럼 그렇게 인희의 뒤를 쫓았다. 그날 밤 석철이 자신을 위해서 인륜을 저버리는 짖을 하고 매일같이 술에 쩔어서 괴로워하던 모습을 바라보고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얼마나 할퀴었는지.. 언젠가는 그 빚을 꼭 값으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 그 여학생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유일한 단서라고는 현장에 반으로 쪼개어진채 덩그마니 버려져 있던 이름표...

 

세상을 등진 은둔자처럼 알콜에 의존하여 하루를 연명하던 석철이 그 일이 일어난 꼭 1년째 되는 날 벌떡 뛰쳐나가더니 일주일만에 말끔한 양복차림에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짧은 머리를 차분히 넘기고는 는 ‘우성건설 기획실장  강 석 철’이란 명함을 내밀었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더니 성공해서 꼭 성공해서 자신의 죄를 어떤 방법으로든 값아 야겠다며, 눈물을 흘리던 석철의 모습을 가슴깊이 새기고 죽어라 일만했다. 자신이 다니던 자동차정비소도 그날로 그만두고 석철의 밑에서 모랫밥 먹으며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석철도 마찬가지였다. 쉬지도 않고 일에만 파묻혔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얼마 전 김만도사장이 우성을 석철에게 넘겼다. 작은 규모의 월급사장이긴 했지만 건설업계에서 꾀나 탄탄한 재정상태와 인맥을 구축하고 있던 터라 석철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맞게 되었다. 영식도 덩달아 석철의 기획실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생활이 안정되고 석철도 점점 그 사건을 잊어 가는 것 같아서 영식은 2년 전부터 인희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인희의 집 사정 얘기와 한국대 사범대학에 합격해서 자취생활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확인한 결과 티비에서 늘 보아왔던 대학생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진  생기 잃은 인희를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자세히 봐라본 얼굴이지만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에 더욱 가슴이 미어졌다. 인희를 발견한 그 날부터 거의 매일같이 그림자처럼 인희를 지켜왔다. 깊은 밤 그녀의 자취방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 새어져 나오는 비명소리, 숨죽여 흐느끼는 눈물까지, 악몽을 꾼 다음날 하루 종일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하는 모습, 종종 말을 걸어오는 또래 남학생들에게 잔뜩 경계심을 품은 눈빛, 움추린 어깨.. 하나 하나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인희가 그간 여유와 웃음을 잃어버린 석철을 다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짝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터무니없고 염치없는 생각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인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않으며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거야? 연락은 왜 안돼?”

 

“어.. 일이 좀 생겼어요.”

 

“뭐야?”

 

“흑석동 현장이요..  인부 하나가 페인트 통을 놓치는 바람에 여학생 하나가 조금 다쳤어요.”

 

“그러게 내가 그 공사 하지 말자고 했잖아.. 우리가 손대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였어. 한창 큰 공사들 맡아서 바쁜 와중에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다고”

 

그랬다. 영식이 우겨서 시작한 공사다. 혹시나 석철이 인희와 부딪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자연스러운 인연이라도 맺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히 품은 희망에서 억지로 밀어붙였다.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네.. 제가 알아서 할께요.”

 

석철의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다. 김만도 사장이 전에 없이 이것저것 세세하게 회사 내부사정을 일일이 간섭하고 보고 받고 있다. 3년 전 석철이 김만도 사장을 찾아갔을 때 그는 우성건설이라는 허울뿐인 회사를 앞세워 사채업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석철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을 때 갑자기 아버지 회사에 위기가 닥쳤고 급한 마음에 사채를 끌어다 쓴 아버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음독 자살로 세상을 등졌고 우성건설을 찾아가 다짜고짜 사장이란 팻말 앞에 앉아있던 김만도에게 주먹질을 해댔다. 전치 10주의 큰 부상을 입은 김만도는 석철을 경찰서에 넘겼고 그 길로 소년원에서 3개월을 머물고 바로 구치소로 이감되어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가 나오는 날 김만도는 따끈한 두부를 사들고 석철을 마중 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자신이 우성건설을 인수했다는 것과 어머니 마저 위암으로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다. 흐느끼는 석철을 감싸 안으며 자신이 돌봐주겠다고 토닥이던 김만도 그늘에서 장부정리며 회사의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고, 직원들의 온갖 잔 심부름을 자처하면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러고 본격적으로 건설 회사를 경영하고 싶다던 김만도의 뜻에 따라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우성건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주머니가 두둑해질수록 김만도는 변해갔다. 자상하고 호탕하던 그는 재물에 눈이 멀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높은 고리대금으로 잇속을 챙겼다. 3학년을 앞두고 석철은 변해버린 김만도에게서 벗어나 휴학을 하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면서 학비를 벌었다. 몇 번이나 찾아와 돌아오라는 제안을 했지만 꼭 은혜를 값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 먼저 연락을 하거나 찾아가지 않았다. 2년을 공사판에서 보낸 뒤 복학을 앞두고 소년원에서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형처럼 자신을 따랐던 영식이 찾아왔다.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고 있다며 순진하게 웃는 그 녀석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그에게 찾아든 불행이 바로 다시 마주치게 된 덕배와의 만남이었다.

 

덕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전학을 오게 됐고 그곳에서 석철을 만났다. 전학 온 첫날부터 덕배의 불쾌감을 주는 외모는 학교의 내노라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심심풀이를 제공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남의 집일을 닥치는데로 하는 어머니가 삶에 찌들어 지쳐가고, 덕배는 외로움에 지쳐갔다. 사실 덕배는 처음부터 석철이가 맘에 들었다. 남자답고 말수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체격도 또래보다 고등학생처럼 보였지만 나쁜 무리에 섞이지 않고 당당하게 지내는 모습이 부러웠다. 가끔 자신과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슬쩍 웃어주는 그 모습이 더욱 그를 탐나게 했다. 그러나 석철의 주위에는 늘 친구가 많았다. 자신이 다가설 수 있는 틈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싶어 어정거리다가도 입 밖으로 도통 튀어나오지 않는 용기 때문에 돌아서기 수 차례였다.

 

엄마의 지친 얼굴도, 친구들의 집적거림도 제법 익숙해지고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나고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가고 있던 찰라였다. 인근의 고등학교 선배들이 덕배의 하교 길을 막아섰다. 가진 돈을 다 빼앗기고 흠씬 두들겨 막고 있을 때 석철이 그 옆을 지나갔다.

 

덕배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석철은 곁눈질도 하지 않고 자신을 본체만체 지나치는 것이다. 행여나 다시 돌아와 자신을 그 무리로부터 구해 줄거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덕배는 왼쪽 갈비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고 까무라 쳐서야 그네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로 덕배는 예전처럼 석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 가 없었다. 원망의 마음과 함께 무엇으로든 석철 보다 강해지고 뛰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공부, 운동, 인간성 어느 것 하나 석철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고 결국 덕배가 선택한 것은 학교의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들의 힘을 등에 업는 것이었다.

 

처음엔 오기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 수 록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담배, 집단구타 가담, 코 묻은 돈 뺏기, 외박, 본드 및 부탄가스 흡입, 패싸움, 엄격한 규율 등이 점점 압박하고 옭아매는 족쇠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후회가 커질수록 석철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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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님 정말 감사드려요.

희망과 용기를 주서셔요..

아마 이런 기분 때문에 다른 분들도 멋진 글 많이 올리실 거예요.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은 좀 짧죠?

진도가 잘 나가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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