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국천과 설무랑은 제황성으로 향하는 내내 마차 안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달리는 마차의 바퀴 구르는 소리와 마부의 채찍질 소리만 들려올 뿐 마차 안의 공기는 무겁게 눌려있었다. 지국천은 낯선 사내와 함께 앉아있는 어색한 느낌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설무랑은 느긋하게 눈을 감고 자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국천은 차마 안정을 찾지 못하고 한 번씩 설무랑의 눈 감은 얼굴을 쳐다보면서 불편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국천이 실로 설무랑의 얼굴을 그렇게 자세히 보게 된 건 오랜만이었다. 어릴 적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워하며 그 얼굴을 마주하고 학문을 나누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부쩍 커서, 공포의 대상이 된 남자를 마주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마차는 달리고 달렸다. 설무랑은 눈을 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국천은 마차가 출발하던 당시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서서히 정리하였고 어쩔 수 없이 핏줄이 주는 연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괴로웠다. 서로를 적대시하고 음모를 꾸미는 부자관계가 비극이었다.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면서 그는 한 번 더 희망을 꿈꾸었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아들을 버린 죄값을 짊어질 자신이 있었다. 그리해서 아들이 다시금 자신에게 안겨온다면 그는 기꺼이 그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국천은 다가갈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
아들의 얼굴에는아버지인 자신의 얼굴이 숨어있었다. 그 단정한 이마와 생각 깊은 듯한 눈매가 자신을 닮았다. 하지만 왕비의 강한 기질이 더 묻은 얼굴이라 설무랑은 강하고 도전적으로 보였다. 남자에게 그런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고 지국천은 생각했다. 잘 생기고 힘이 있어보이는 설무랑의 얼굴은 누가봐도 호감을 가질 만 했다. 지국천은 자신의 아들이 그런 모습으로 자란 것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버려진 300년을 아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는 상상만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모습과 기운을 가지고 늠름한 남자로 장성한 아들이 자랑스러운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고맙고도 기특한 일이었다. 지국천은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마차가 제황성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걸어 들어갔다. 지국천이 앞장 섰고 설무랑이 조금 뒤떨어져 걸었다. 남들이 보기엔 장성한 아들을 대동한 중후한 왕의 행차였다. 둘을 이번만큼은 둘을 통해 흐르는 적대감을 감추었다.
회의실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먼저 와 있었다. 바로 제공이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천제와 관지는 앉아있고 제공이 일어서며 예를 다하여 두 사람을 맞이하였다. 지국천은 습관적으로 제공의 인사에 응대하면서 시선을 세 사람이 둘러 앉아 있는 탁자 위로 보냈다. 탁자 위에는 도솔천의 군사지도가 펼쳐있고 붉고 푸른 색이 칠해진 둥근 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위치를 표시하고 있었다. 지국천은 자신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제공과 천제 사이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가 한 바탕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천제는 만족하여 제공의 해결책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국천을 맞이하는 천제의 얼굴에서 노기가 사라져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확실했다. 그것이 바로 제공의 힘이었다.
훌륭한 장군이라면 자기 군대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인지하여야하고 발빠르게 변화를 살피어야했다. 그리고 위급한 상황에선 휘하의 군대를 자유자재로 다루어 대처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했다. 그것을 잘 해내는 장군은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받았지만 실로 그런 의무마저 제대로 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그런데 제공은 수준이 달랐다. 가히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천계의 전 군대를 손으로 주무를 수 있는 대단한 장군이었던 것이다. 그의 정보망은 거의 천계 전역에 뻗어있어 그는 어떤 장소에서든 앉아서 천계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 아무리 시시각각 변하는 정황이라해도 제공은 빈틈없이 알고 있었고, 심지어 각 군대의 최고 사령관에게 닫기도 전에 그가 먼저 1급 비밀을 알게 되는 상황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런 막강한 정보력과 상황 판단력, 그리고 예측력까지 따라 올 자가 없기에 그는 '지장(智將)'으로 불린 것이다. 곧 제공은 막 자라나온 어린 새싹부터 기어이 거대한 숲 전체를 볼 줄 아는 대단한 식견과 안목을 가진 장군이었다. 거기다 그의 군 통솔력과 군사 훈련 방법 역시 독특하고도 그 효과가 높아 모두가 그를 우러러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제공이지만 각 군대의 개별성과 독자성을 인정하고 먼저 지원이나 조언을 요청해 오기 전에는 어떤 행동이나 말도 먼저 하지 않아 그는 진심으로 모든 장군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가히 남방군을 벗어나 천제 전역으로 열려있는 그의 군사적 힘은 대단해서 그가 황가에 등을 돌리는 날, 천계에 막을 수 없는 변혁이 일어날 거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천제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제공의 충성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점점 나이가 들면서 젊은 시절의 저돌적이고 거칠던 기질이 조금 사그라든 천제는 더이상 전쟁에 나서고 싶지 않았다. 제공이야 말로 자신을 대신하여 모든 분란을 막아주는 좋은 대리인이였던 것이다.
지국천은 자신이 도저히 벗어날 방도를 몰라 쩔쩔매던 위기를 젊은 왕이 한 발 앞서 말끔하게 해결지어 놓은 것을 확인하고 또다시 머리가 지끈 울렸다. 그리고 굴욕에 온 몸에서 후끈 열이 솟는 것 같았다. 지국천은 현기증을 느끼면서 천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흐느끼듯 소리쳤다.
" 전하! 본 왕의 무능을 벌하십시오!"
지국천의 돌발적인 행동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국천이 왕이며 군대의 통솔자로서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 든 왕이 젊은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다. 지국천의 과민한 반응은 제공과 관지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천제 역시 당황하여 얼른 지국천의 두 손을 잡아 일으키려 애쓰며,
" 지국천! 이게 무슨 짓인가! 나에게 무릎을 꿇다니 안 될 일이지. 어서 일어나시오!"
잠시 소란스러운 가운데 관지는 우연히 설무랑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설무랑의 표정에 그는 더욱 놀라고 말았다. 아버지의 치욕을 보는 아들의 얼굴이 아니었다. 설무랑은 경멸이 섞인 비웃음을 입과 눈에 비치고 있었다. 그런 설무랑이 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보란 듯이 관지에게 시선을 보내 둘의 눈이 마주쳤다. 오히려 관지가 무안해져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관지는 패륜아같은 설무랑의 조롱 섞인 웃음에 질려버렸다.
진정을 하고 자리에 앉은 지국천은 죄스러운 마음으로 힘없이 모든 사태를 보고하였다. 이미 상황을 전해 들어 알고 있던 천제는 말없이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지국천의 이야기가 끝나자, 천제가 입을 열었다.
" 지국천, 중앙군 소속 남방군의 일부를 도솔천으로 보낼까 하오."
천제가 제공에게 눈짓하자, 제공이 뒤를 이어 지국천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였다.
" 수라족이 10 만입니다. 헌데, 이번에 변방을 넘어 온 수라족은 그냥 수라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지요?"
제공은 지국천의 위신을 생각하여 물어왔지만 지국천은 사실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말을 모르는 지국천이 제공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솔직하게 대답을 하려는데 설무랑의 목소리가 이를 막아섰다.
" 시덥지 않은 수라족 짐승이 7 만이고 수라군대가 3만이지요. 덩지만 컸지, 정작 우리의 적은 3만이란 말입니다."
설무랑의 정확한 대답에 관지와 천제는 의외인 듯 놀라면서 속으로 그의 예리한 관찰력에 감탄했다.
제공은 살짝 부드러운 웃음을 설무랑에게 보내며 말했다.
" 그렇습니다. 수라족은 종족 특성상 공격 본능을 타고 나기 때문에 두려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개별성이 강하지요. 결속력이 없는 종족은 결국 제압하여 흩어놓기도 쉽습니다. 만약 이번에 변방을 넘어온 수라족이 평범한 수라족 10만이었다면 우리 군 2만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군대는 다르지요. 공격성이 통제되고 집중되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
지국천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이번에 넘어온 수라족이 군대라니. 하지만 지국천은 그래봤자 3만이라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공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 그래서 저는 수라족의 세 배 수가 되는 우리 군대로 그들을 몰아내고자 합니다."
" 사..삼십만?"
지국천은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제공이 지나치게 수라족을 높이 평가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 제 2차 마계 대전을 생각해보십시오."
지국천이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제공은 좀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치욕스러운 과거를 들추어냈다. 이에 천제의 얼굴만 불편하게 굳었다.
" 그 때, 우리가 마군과 수라군을 몰아낼 수 있었던 건 실제로 운이 좋았던 겁니다. 물론 천군의 단결력과 홍백면장의 뛰어난 전술, 그리고 전투력도 한 몫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운이 좋았다는 것 뿐입니다. 외람되오나, 다시 대전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패할 확률이 더 큽니다."
" .......... "
잠시 침통한 침묵이 흘렀다. 제공만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당당한 자신감이 넘치는 부드러운 그의 표정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매력적이었다.
" 그런데 왜 삽십만의 군대를 중앙군 소속의 남방군으로 충족한다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솔천의 주둔군만해도 100만이 넘어요. 그런데 왜 굳이 그들은 그대로 두고 중앙군을 움직인다는겁니까? "
관지가 제공에게 물었다. 공식적인 회의인만큼 관지도 이번에는 제공을 왕으로서 예를 다하였다. 하지만 제공은 그런 친구를 놀려주려는 듯 장난스럽게 말을 받았다.
" 좋은 질문이십니다, 황태자 전하. "
아이를 다루는 듯한 말장난에 관지도 진지함을 깨고 순간 피식 웃어버렸다. 제공은 그런 관지에게 친구의 우정을 담아 부드럽게 웃어주며 말을 이었다.
" 물론 도솔천의 군대만으로도 수라족을 상대하기에 그 수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항상 전투에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존재하지요. 만약 삽십만의 군대를 한꺼번에 움직여 수라족을 막아낸다고 합시다. 그들이 그 틈을 노려 진군 방향을 바꾸거나 복병을 투입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제 2차 마계대전처럼 이번에 마계와 수라계가 손을 잡지 않았으리라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솔천의 군대가 움직여 생기는 틈은 마계에게 최적의 기회가 되는 거지요. "
" 그렇군요. 도솔천에서 더 이상 허점을 보이지 않고 새로운 군대를 투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겠군요. "
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 예, 전하. 그래서 저는 중앙군 소속 남방군을 10만, 그리고 북방성 소예 장군 휘하의 병사10만을 지원받아 도솔천으로 보래려고 합니다. 전투의 최전선에는 도솔천에 주둔하고 있는 용맹한 동방군 10만이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지국천 전하, 동방군을 제게 맡겨 주시겠습니까? 전하의 동방군이라면 이번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할 것입니다. "
제공이 지국천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청했다. 지국천이 백 번 숙이고 들어 가 도움을 청해야하는 마당에 제공은 나이 든 왕의 체면을 최대한 높여주고 있었다. 행동이 자유롭고 한량 기질마저 있는 제공이 그런 젊은 층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나이든 지배층 세력의 지지를 전혀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처세때문이었다. 제공은 나이든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와 가식을 충분히 알고 적절히 이용하여 자기 편을 만드는데 수완이 좋았다.
" 물론입니다, 증장천. 이번에는 제가 증장천에게 신세가 많겠습니다."
지국천은 예를 다해 젊은 왕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국천은 순간 자신도 깜짝 놀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공에게 왕이란 자신을 담기에 작은 그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제공이 천왕의 자리에 오른 후 천계 안에서 그의 지지세력은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천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젊은 시절 그의 난폭한 정치에 희생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지만, 제공의 인품과 수완, 아름답고 당당한 기품에 마음을 뻿기는 세력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여전히 맹목적으로 황가에 충성하는 제공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지국천은 어쩌면 천계에서 가장 두려운 자는 제 4황자나 설무랑이 아니라 늘 웃는 낯인 제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천계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와 위기의 기류는 흐르고 있었다.
" 그러면 증장천께서 손수 군대를 이끄시는 것이겠지요?"
지국천은 얼른 생각을 쫓으며 제공에게 물었다. 치밀한 계산과 계획 끝에 제공이 군대를 이끌면 확실하게 수라족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제공은,
" 아닙니다. 지국천 전하. 남방군의 대장군 중 한 명인 '울무'에게 동방군을 맡겨주십시오. 그가 잘 해 낼 것이라 믿습니다. "
다들 말없이 동의로 고개를 끄덕였다. 울무라면 제공의 오른팔과 마찬가지인 출중한 장군이었다. 그라면 믿을 수 있었다.
이렇게 회의는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보였다. 누구도 제공의 뜻대로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설무랑만은 다른 생각인 모양이었다. 안도감이 내려앉는 회의 석상에서 설무랑이 입을 떼어 다시금 회의는 시작의 길로 들어섰다.
" 존경하옵는 천제 전하와 위대하신 왕들께 소인 설무랑이 한 말씀 올려도 되올런지요? "
좌중은 뜻밖이라는 시선으로 설무랑을 바라보았고 천제도 조금 당황했으나,
" 그리하라, 지국천의 아들. 내게 할 말이 있는가?"
설무랑은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려 감사를 표하고 말을 했다.
" 소인 설무랑이 전하께 일전에 드린 약조를 기억하십니까? "
" 약조라...암, 알다마다. 군사 2 천으로 수라족 2만을 치겠다고 내게 당당히 약조하지 않았는가."
그 말에 관지는 대뜸 약속을 들먹이는 설무랑의 태도가 의아했다. 지국천은 설무랑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이런 상황에서 나서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불안감만 커졌다.
" 소인이 이번에 그 약조를 지켜 사내로써 부끄럽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
드디어 설무랑이 자신의 뜻을 밝히자 잠시 모두 말을 잃었다. 천제 역시 이번에는 정말이지 설무랑이 무모하게 나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점잖게 그를 말릴 생각으로,
" 하하....설무랑. 내 자네의 용맹함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증장천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수 없겠는가? 자네는 2만의 수라족을 치겠다 약속했지 10만이라고 하지 않았어. 곧 좋은 기회가 있을 걸세."
천제는 완만하게 설무랑이 물러나길 바랬지만 설무랑의 표정에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관지는 설무랑이 좀 모자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설 상황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수로 2천명의 군대로 2 만을 친다했는지 여전히 납득이 안되었다. 제공만 재밌다는 눈빛을 빛내며 결심이 강하게 선 설무랑의 얼굴을 살폈다.
그 때, 밖에서 시종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들려왔다.
" 전하, 막 도솔천에서 전령이 도착하였나이다. 급한 군사 문제로 지체할 수 없다 하옵니다. 들라 이를까요?"
그 말에 모두 긴장했다. 도솔천에서 또 무슨 변수가 생겼단 말인가. 천제는 서둘러 전령을 들였고 전령은 천제와 왕에게 예를 갖춘 후 급히 말했다.
" 전하! 도솔천에서 수라족이 대거 움직이고 있습니다. 허온데 그 방향이.....수라계 쪽이옵니다. 진군을 멈추고 돌아가는 형세이옵니다. "
" 뭐...뭣이라? 분명 모두 회군하는가?"
" 아니옵니다, 전하. 대락 2만의 수라족은 점령지에 주둔하고 있고 나머지 수라족은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태를 보아 분명 수라계로 돌아가고 있는 듯 하옵니다. "
천제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했다. 설무랑은 옅은 웃음을 입가에 띄고 만족스러운 듯 천천히 말했다.
" 하오면...전하. 이제 소인에게 수라족의 토벌을 맡겨 주시겠습니까?"
이리하여 설무랑은 자신의 뜻을 이루었다.
===맘만 앞서고 늘 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지난 주말엔 하동에 다녀왔습니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를 들러 벚꽃 십리길을 지나 쌍계사로 올랐습니다. 모두 연인끼리, 가족끼리 나선 나들이에 저만 홀로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봄길은 혼자라도 흥겹더군요.^^ 역시 봄은 행복한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