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은 대학 경영학과 나와..좋다는 직장만 3군데 다녔었죠.
그래서 저 자신에게 대한 자부심도 상당했었고..
그때는 애 낳고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들..솔직히 우습게 알았었습니다.
안되는 게 어딨어! 의지 박약이야! 대학까지 공부했으면, 사회에 그만큼 환원해야지!
난 절대로 집에서 살림하고 다른 사람 뒷바라지 하며 인생 쫑내고 싶지 않아!
ㅋㅋㅋ...참 철없었죠? ^^
살림이 이제 단순한 일이 아니라 자기 희생이라는 걸 해보니까 알겠대요....
남을 돌보는 직업중에 살림이 제일 범위가 큰 것 같아요.. 그러나...
전 남을 돌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면서 그렇게는 못살아요..스스로에 대한 욕심이 커서...ㅡ_ㅡ;;
솔직히 살림하는 것보다 회사생활하는 게 백배 더 쉽습니다!
뭐..살림에 대한 정의는 오늘의 논점이 아니니 여기까지..중요한 건 전 살림을 하기 싫다는거죠..
결혼을 할 때.. 신랑은 맞벌이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이었고..아니, 맞벌이라기 보다는
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집에서 남편퇴근시간이나 목빼고 기다리고 퍼지고 하지 마라...
애 낳으면 도우미 구해서(연변아줌마 등) 살림이랑 육아랑 거들어주게 할테니 걱정말아라..
하는 사람이었죠. 그 말듣고 좋아라한 나도 나지만..둘다 너무 쉽게 생각한거죠...육아라는 것을.
그러나.. 결혼하자마자 직장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죠.
맨날 집에 오는 길에 울면서 오고, 신랑한테 징징대고, 스트레스 받아서 복부에 가스까지 찼어요.
신랑은 너무 안타까와 하며, 나는 너만 행복하게 살면 되니까 당장 때려쳐라..라고 했지요.
또...때마침 아기가 들어섰는데... 도무지 회사생활은 쉬워지지가 않구...ㅜ.ㅜ
참다못해..회사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한동안 안된다 왜 그러냐 부서 다른데로 옮겨준다 하던 인사부..
임신했다는 말 하자마자 당장 사표수리해주더군요.
그렇게 저는..집에 들어앉게 되었습니다.
적응이 안돼서 많이 슬펐지만, 좀더 노력해볼 걸 그랬나 하고 미련과 후회도 컸지만,
애기 낳고 나면..친정엄마에게 맡기고(물론 용돈 드리면서, 필요하다면 도우미 아줌마 붙여서)
다른 직장을 잡아야지 하고...마음을 다 잡았고
하기싫은 살림도 몇개월 인데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고
임신했다고 엄마가 맨날 맛난거 해주고...신랑도 맨날 선물 사주고 위해주고...
후후후..
그래도 많이 고민했어요. 애 낳고 나면..대기업 다니면 아침 7시에 기상해서 밤 9,10시는 기본인데
아기한테 미안하겠다, 둘째는 어떡하나, 나 너무 힘들 것 같다..그럼 진로를 바꿔볼까...등등
그러나
임신 5개월..친정엄마가 암선고 받으면서 것도 다 날라갔습니다. 너무 늦게 발견된 암덩어리..
의사들은 엄마가 완치되기는 이미 틀렸다고, 암세포를 현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하더군요.
항암치료가 끝난 뒤에도.. 아기를 돌본다던가 하는 힘든 일은 이제 절대로 하시면 안되는 거죠.
처음엔 울 이쁜 엄마 살아주기만 한다면, 하던 간절한 심정도 난 어떻게 사나, 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시어머니도..셋째시누 둘째아이를 돌보고 계시느라 제 아이를 봐주실 수도 없어요.
(셋째시누네도 사정이 딱해요. 첫아이가 백혈병이라 둘째아이를 돌볼수가 없어 맡긴 거라...)
나날이 배는 불러오고..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기는 뱃속에서 꼼질꼼질~ 이쁜 짓 하고 있습니다.
3주 후...요녀석 낳을 때도..몸조리 할때도..철저히 혼자 다해야 하는데..
요녀석 작고 약한 요녀석 어떻게 해야 내 꿈(사회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나 혼자 힘으로, 어떻게 요녀석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고민이 큽니다.
친구들 중에도 지금 회사 계속 다니는 애들은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아기를 전적으로 봐주시는 애들이 대부분이고
돈에 여유가 있어서 연변아줌마 같이 사람을 구한 친구도
1년이 지나니까 도저히 돈으로 할 수 없는 게 있다며 회사를 그만두더군요..
연변아줌마들이 처음엔 잘하는 척 하다가 애를 미끼로 갈수록 퍼지거든요..바라는 것 많아지고..
그 꼴 보기 싫어 3번 사람을 바꿨더니...애기가...정서적으로 어릴 때 특정 사람과 애정을 형성해야
하는데(이게 안되면 정말 치명적입니다) 그게 안되니까...발달장애를 일으킨 거에요.
그리고 다른 친구는...너무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서...애기한테 별 신경 안쓰고 아줌마 썼는데
아기가 3살된 어느날..유아원에서 이상하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갔더니...그 쪼그만게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더군요. 3년 동안 아줌마가 17번이 바뀌었었대요..그 친구 울며불며 그제야 회사그만둡디다...
애기가 좀 큰 다음엔 괜찮아도..적어도 돐때까지는 절대로 남 손에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요.
또 한 친구는...정신과 간호사여서 스스로 너무 잘 알더군요.
애 낳고 복직해볼려고 나름대로 이방법 저방법 찾아가며 몸부림치더니 결국 포기하더군요.
참..몇 년 뒤 다시 직장을 구할 정도로 제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75년 토끼에요).
첫애가 두 살쯤 되서 한숨 돌릴만하면 둘째 가져야 할꺼고...그럼 또 2년...
한 3-4년 집에서 있고나면..어떻게 직장을 구할꺼나....
그렇다고 사회생활 아예 접고 집에 있을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줄줄 흘러요...
친정엄마나 시댁에서 도와주는 친구들은..직장에서 어쨌든 승진도 하고 잘나가고 있는데..
나는..나만 뒤쳐지는 것 같고..그래도 한때는 친구들 중에 제일 잘나가던 년이었는데...
지금도 너무너무 살림이 답답한데...조금만 더 있으면 미치고말겠다는 생각도 들고...
남편은 공부를 해보라고 하는데..경영학과는 직장을 다녀야 하지만..다른 공부를 해서
돈은 못벌고 안정성은 없어도 시간에 여유있는 직업을 택하라고..하는데..것도 쉽나요 어디.
참 어떻게 해야할지...
다른 님들은 자기 인생과 가정을 어떻게 조화시키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