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연예기획사의 패키지 캐스팅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드라마 패키지 캐스팅이란 한 드라마에 스타급연기자 출연을 조건으로 같은 소속사의 다른 연기자들까지 끼워넣는 동반출연을 말한다. 근래 패키지 캐스팅이 이루어진 드라마는 얼마전 종영된 MTV ‘리멤버’, STV ‘라이벌’에 이어 최근들어 STV ‘대망’, STV ‘별을 쏘다’, STV ‘태양속으로’(내년 1월 방영예정) 등이다 .
이 가운데 특히 ‘대망’은 최근 패키지 캐스팅 가운데 단연 압권. 이 드라마의 캐스팅표를 보면 마치 특정 기획사 소속연기자 일람표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주요연기자들 대부분이 모두 대형 매니지먼트회사인 싸이더스HQ 소속이기 때문. 투톱 주인공인 장혁과 한재석은 물론 유선 박정학, 초반에 투입됐던 조인성 등 주연급에만 5명이 포진되어 있다.
‘별을 쏘다’도 마찬가지. 다른 주변부 인물 전혀없이 전도연 조인성 박상면 이서진 등 오직 주인공과 그 친구들 8명이 스토리를 끌고나가는 이 드라마에서 전도연 조인성 한준이 모두 싸이더스HQ 소속이다. 특히 ‘별을 쏘다’의 경우 이미 드라마 기획안이 나온 상태에서 전도연과 접촉한 제작진이 그가 주인공을 맡는다는 조건하에, 전면적으로 드라마 방향을 새롭게 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여주인공이 원하는대로 드라마 컨셉을 맞추어 준 것.
지난 10월 31일 막을 내린 ‘리멤버’는 패키지 캐스팅으로 드라마 완성도가 급격히 떨어진 대표적인 케이스. 박정철 손태영 김승수 추소영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에서 손태영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한 소속사(스타아트) 식구였던 것. 드라마에서 구현되어야 할 캐릭터 이미지와는 전혀 동떨어진 인물을 조합한 탓에 ‘리멤버’는 현저히 낮은 시청률은 물론 완성도 면에서 신랄한 질타를 받았다.
특히 패키지 캐스팅은 외주제작사가 만드는 드라마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얼마전 불거진 외주제작문제와 드라마 패키지 캐스팅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식적으로 기업측으로부터 드라마 제작비 협찬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외주제작드라마는 높은 개런티와 배역 결정권이라는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스타급 연기자들을 적극적으로 입도선매하고 있다. 스타급 연기자를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는 회사의 얼굴 마담격인 대표연기자를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높은 출연료를 받는 것은 물론 조연이나 신인급 연기자까지 끼워넣고 있는 것.
사실 패키지 캐스팅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몇년전부터 드라마 숫자에 비해 주연급 연기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되어온 방송가의 오랜 병폐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패키지 캐스팅에 의해 드라마의 전체 방향이 바뀌는 것은 물론 방송 제작현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며 결국 함량미달의 작품을 양산하게 돼 전체 드라마 완성도에도 심각하게 악영향을 미치는 등 여러가지 폐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