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대학강사 J의 - 사랑은 없다. (2006년 4월 24일)

아름다운 청년 |2006.04.25 16:20
조회 185 |추천 0

  누군가 후회없이 살고 싶다면.........

  그건 아마도 과거의 많은 상처와 실수로 얼룩진 빛바랜 토기 하나를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젠간 자신을 비출 수 있는 빛나는 거울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진 채.......

  그리고 그 언젠가, 그 거울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게 후회없는 삶이겠지.......


  난 요즘 아침마다 화장실에 들러 양치를 할 때면, 거울에 비춰진 내 자신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그냥 보기가 싫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선뜻 나질 않는다. 여러 번 힘겹게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할 수가 없었다.


  후회 없이, 실수 없이, 그리고 좌절이나 실패 없이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물론 내가 사람인 이상 그렇게 살수 없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빼고라도, 난 후회 없이 살고 싶었다. 적어도......


  그런데 요즘 후회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잘 못해준 것,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낸 것. 선배나 후배들에게 선뜻 술한잔 못 산 것, 부모형제들에게 좀더 살갑게 대하지 못한 것. 등등.


  그래서 그런 것일까.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없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워서 말이다. 후회 없이 살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녀에게 못 해줬던 점 보다는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과거, 그녀는 내 모든 것이였다.  부모 이상이였고, 내 자신의 일부요, 또 다른 나 자신이였다.


  그런데 지금, 말없이 떠나버린 그녀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그래서 더 아프다. 


  물론 한 여자와의 실연으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주변의 많은 변화가 생기고, 그리고 도망치듯 비겁하게 이곳 캐나다까지 왔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고, 다른 변명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 난 비겁하다. 언젠가 이런 도피도 후회가 되고, 과거의 시간으로 묻히겠지만.


저녁식사 후 조카들을 재우고, 누나가 감춰둔 술이라며 ‘복분자’를 꺼냈다. 처음으로 누나와 마주앉아 술이란 걸 마셨다. 서로 가족들 흉도 보고, 어릴 적 이야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런데 술에 약한 누나가 한 두잔 마시더니,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네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가출을 하느냐, 왜 잘 다니던 그 좋은 직장을 그만 두었느냐, 도대체 왜 방황을 하느냐, 기타 등등. 너무 많은 잔소리를 들은 탓에 귀가 다 멍멍해졌다. 전에는 누나가 그렇게 말이 많은지 몰랐다.


  그냥 야단맞는 기분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있다가,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는데

아니,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할 것 같았는데 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대꾸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는 내가 답답했는지, 아님 안 돼 보였는지, 네 일은 네가 잘 알아서 하라며, 그 길고 지루한 연설의 끝을 맺었다.


  이제는 때가 온 것 같다. 언제까지 누나한테 신세를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일부터는 당분간 살아야 할 집을 알아 봐야겠다. 다운타운이 좋을 것 같다. 공원이나 해변도 가깝고, 앞으로 다닐지도 모를 학원들도 많으니 말이다.


                                                                    2006년 4월 24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