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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댁에 내려가기 싫어서 자해한 남자?

소심한A형... |2006.04.29 01:36
조회 2,532 |추천 0

결혼 6개월째 된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글이 좀 기니까 읽기는 귀찮고 리플은 달고 가실 분들은 스크롤하셔서 맨 아래로 내려가십시오.

 

와이프는 지방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 다니고 나서 직장 잡으러 서울 올라왔더랬지요.

 

서울생활 힘들게 하면서도 집안 대소사 앞장서 해결했고 본인이 어렵다고 땡전 한푼 집에 손내밀지 않고 혼자 힘으로 꿋꿋하게 살아온 모습에 감명을 받아 가까이 지내다 제 여자가 되었고 결혼했습니다.

 

새살림은 직장 문제로 서울에 잡았고 어찌어찌하다 저희 부모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잡았습니다. 시어머니 스트레스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 텐데 울어머니 결혼 후 지금까지 집들이 때 딱 한번 우리집에 오셨을 만큼 며느리에게 폐 안끼치려고 노력하십니다. 그리고 남편으로서 확언컨대 와이프 어머니한테 정말 잘합니다.

 

문제는 제가 장모님께 그만큼 해드리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경조사는 꼬박꼬박 챙깁니다. 용돈 꼬박꼬박 부쳐드렸고 3년 쓰신 핸드폰도 바꿔 드렸습니다. 와이프가 워낙 시어머니께 잘 한다고 생각해서 장모님 설 쇠실 때도 가욋돈 챙겨드렸구요.

 

장모님은 일찍 미망인이 되신 관계로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와이프가 결혼 전 귀띔한 바 있습니다만,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회사에서 장기 프로젝트에 걸리면서 평균퇴근시간이 주중 10시 반입니다. 주말도 간혹 나가 주거나 집에 있어도 랩탑 들고와서 밤 11시까지 일합니다.....이러다보니 주말이 되어도 장모님 댁에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그렇게밖에는 못했습니다. 지금 이 글도 퇴근하자마자 쓰고 있습니다. 12시 반에 퇴근했거든요.

 

이러다 보니 결혼 직후 인사드리러 장모님 찾아뵌 것이 마지막입니다. 와이프가 결혼하고 금방 임신을 하면서 설에는 아무데도 못 내려갔구요 장모님께서 임신한 딸 얼굴 봐야겠다 하시면서 두달 전 올라오셨습니다. 일주일 있다 가셨는데 장모님께서도 제가 들어오는 시간을 보시고는 혀를 내두르시더군요.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장모님 계신 주는 더 늦게 퇴근했습니다.

 

이제 와이프 임신도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와이프는 꼭 내려가자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일부러 전주에 차에 기름 채우고 오일도 갈아 뒀습니다.

 

그런데 내려가기로 한 당일 제가 늦잠을 자 버렸습니다. 물론 그 전날도 늦게 퇴근했구요. 6시 반에는 일어나기로 했는데 8시에 일어났습니다. 와이프 집까지는 5시간이 걸립니다. 와이프는 너 때문에 기분 다 잡쳤다, 고향 내려가는 기분 김 다 샜다는 식으로 나오더니 에이 늦은 김에 그냥 팍 늦어버리자고 하면서 곧바로 다시 잠들어 버렸습니다. 아니 잠든 척을 했습니다. 저는 끝까지 한시간 반 늦게 출발하면 한시간 반 늦게 들어가면 그만 아니냐고 가자고 했지만 말을 안 들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갑자기 버스를 타고 내려가겠다고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달랍니다. 너 안 가도 되니까 나 데려다 주기만 해라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차를몰고 나갔는데 그날따라 운전하는걸 보고 잔소리가 심한 겁니다. 살살 몰아라 바짝 붙지 마라 왜 이렇게 운전이 늦냐 차 놓치겠다...(사실 와이프가 저보다 운전을 잘 합니다만 저도 몰 만큼은 몹니다 면허 8년전 땄고 운전은 11개월 했습니다).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뒤틀렸는지 이해를 못 해서 홧김에 차를 사거리 좌회전 차선에 세워 놓고 내려서 집으로 걸어와 버렸습니다.

 

곧 와이프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로 목소리가 높아졌죠

 

나 : 도대체 머냐? 왜 기분 혼자 뒤틀려가지고 내가 가자고 할 땐 가지도 않더니 그 몸으로 어딜 가겠다고 그래?!! 도대체 멀 잘했다고 큰소리치고 화내고 그래?!

 

와이프 :  어 그러셔? 자기 우리집 가기 싫어서 그랬던 거 아니고? 얼마나 우리집에 내려가기 싫고 울엄마 보기 싫었으면 이런 날에 늦게 일어났겠어? 그래서 안 내려가도 좋으니 나 데려다 달라고 한 건데 그것도 못해?

 

나 : 내가 왜 장모님 보는 걸 싫어해?

 

와이프 : 그럼 아냐? 가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그만이지 늦게 일어났다는 건 그만큼 긴장을 안 했다는 소리 아니냐고!!

 

이런 설전을 반복하다보니 저는 너무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주말에도 일했고 비록 늦게 일어났지만 마누라가 딱 한마디! '조금 늦게 들어가지 머, 빨리 일어나 세수해 가자!' 라고만 했으면 저 정말 용수철처럼 일어나 세수하고 준비했을 겁니다. 뱃속의 애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정말 이렇게 억지를 쓰는 데는 말릴 도리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사람과 살갑게 지내는 성격이 아니어서 가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고, 특히 전형적인 시골집이라 서울 토박이로서 가서 1박을 하고 오는 것이 좀 어려운 일이다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이런 의심을 받을 정도로 그런 마음 때문에 늦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나 : 그래 씨바 내가 와이프한테 이런 의심 받고 뭐하러 사냐 나 그냥 죽을란다 엉!!

 

하고는 집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세게 박아버렸습니다. 처음엔 그냥 겁만 줄라고 이 정도로 그렇게 큰 상처는 안 나겠거니 했는데 잠시 후 머리에서 뜨거운 피가 콸콸 솟더군요.....결국 밤에 응급실 신세를 졌습니다.

 

막상 이래 놓으니 와이프 더 기세등등합니다. 니가 니 성질 못이겨서 니 머리 박은 거지 내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다음부터 그런 경거망동은 하지 마라 니 나이가 몇개냐 이런 식으로 사람을 훈계하네요. 하도 기가 차서 우리 와이프 억지 쓰는 것 때문에 하도 기가 차서 내 결백을 증명할라고 그랬다고 말했더니 화를 버럭 내면서 그따위 소리는 꺼내지도 말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통에 이제 다시는 말도 안 꺼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와이프 머리속에 있는 생각은 "쟤는 지 머리 지가 박은 것, 성질급하고 행동이 가벼운 넘"입니다. 조금도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혼자 제풀에 기분 잡쳣다고 집안을 방방 뛰어다닌 모습은 기억에 없나봅니다.

 

 

 

 

 

 

 

 

여러분들에게 두 가지만 묻겠습니다.

 

1. 직장이 바쁘신 분들, 배우자의 고향이 멀면 (주행거리 350킬로미터 이상. KTX 안다닙니다) 보통 얼마 정도의 빈도로 내려가시는지요?

 

2. 나중에라도 이런 일은 또 생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조금의 실수나 빈틈이 보이면 니가 우리집에 갈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이고 이것은 곧 우리 어머니를 보기 싫다는 뜻으로 간주된다는 식으로 말할 계기가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여러분들의 고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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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깐깐징어|2006.04.29 09:45
전날 일때문에 늦게잠들어서 피곤해서 그러셨다지만 부인입장에서는 가는길에 차에서 자더라도 본인보다 남편이 먼저 일어나서 처가에 가려고하는모습보면 너무 좋을거 같네요...입장을 바꿔서 부인이 시댁에 먼저가자고 말하고 먼저 나서고하면 기분좋을거니까요...아무래도 먼곳에있는 처가보다는 가까운거리에있는 시댁에 더 자주가게될거고하니 가려고맘먹은날은 조금이라도 긴장해서 일찍서둘러주면 더할나위없이 고맙겠죠...님이 피곤하셔서 그러겠지만...부인입장에서 그런오해를 할수있을거 같아요...니가 피곤하고 가기싫으니까 이러겠지...만에하나 너희집가는거면 니가 이러겠냐~뭐 이런 까칠한생각이 들수도 있을거 같아요^^;; 더군다나 화난다고 머리에 상처까지 나게 하셨으니...-ㅁ-;;솔직히 부인입장에서 이남자 난폭한사람이 아닌가 염려스럽기도 할거구요...내부모님 중요하듯 부인의부모님도 부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수없이 소중하잖아요...더군다나 임신중이시라 사소한일에도 많이 스트레스를 받으실거고 여자는 결혼하면 엄마가 더욱더 생각난다하더라구요...그런맘으 조금 헤아려주셨다면 좋았을텐데요;; 앞으로 이런문제로 싸우실때 절대로 자해하지마세요...님에게 득이될게 하나도없습니다..되려 난폭한사람으로 보입니다...솔직히 저희신랑이 그랬다면...전 신랑이 정말 다르게 보일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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