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의 사랑 2 / 양현근
비가 내렸다
진종일을 하릴없이 내렸다
엇사랑이므로
아프고 외로워지는 몹쓸병이
혈관마다 세포마다 들이차고
내가 나를 버리는 날들이
가슴벌판의 나뭇가지를
깨금발로 서서 흔들어댔지만
그를 볼 수 없었다
사랑이라는 출렁임으로 내게 왔으되
그리움의 꽃말로 나를 가졌으되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무량無量의 바다에 빠져
그치지 않는 노랫말이 되고 싶었지만
새벽 기슭에 닻을 내리고 싶었지만
사랑을 관념적으로 예습하는 그를
소유할 수 없었다
하나도 갖지 못하였으나
또한 매일밤 그를 잃었다
안개가 몰려왔다
시작을 알 수 없는 안개무리가
아슬한 벼랑위
외발로 서있는 내게 자욱히 몰려왔다
아아 이젠 남루함밖에 없는데
비틀거리는 일만 남았는데
청산靑山아, 청산靑山아
이제 그만 무너져다오.
2002년12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