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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디에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용인대.. 명지대.. 그 어디에도..

이창훈 |2006.05.01 00:54
조회 379 |추천 0

 

목요일 오후.. 일곱시에 용인 시내에 과외가 있어서 세시간은 시간이 남습니다.

도서관서 공부를 할까.. 외대 시청각실에서 비디오를 볼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발은 어디로 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무슨 영화처럼 신기하게 내 발이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헤어지기 전에 자주 만나던 역북동의 그녀 집 근처의 공원을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내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계단을 오르며 내기를 걸었습니다. 한칸한칸 오를 때마다 넓어지는 시야를 느끼며 ..

만약 저 너머 그녀가 서성거리고 있다면 그녀를 잡겠다. 하느님의 뜻이라 여기며 다시 놓지 않겠다.

물론 그녀는 없었습니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요.

저는 밖이 잘 보이는 정자에 앉았습니다. 예전엔 한번도 앉지 않았던 곳이었죠. 그냥 그곳에 앉아서 공부를 했죠. 그리고 또 내기를 걸었습니다. 내가 여기에서 그녀가 집에 가는 걸 보거나.. 그녀에게 전화가 오면 그녀에게 달려가 붙잡겠다.

기다리며 저는 같이 보았던 "광식이형 광태"에서 광식이가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꼭 누군가를 붙잡아야 할 때, 하늘에서 신호가 왔으면 좋겠다. 때는 지금이라고.."


한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오지 않습니다. 이제 과외를 하러 가야지.. 하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자꾸 뒤에서 누가 당기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에 그녀가 지나갈 거 같았습니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한시간 정도 하면서 그녀를 기다렸지만 역시 그녀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편지를 부치러 그녀의 집 근처의 우체국을 향합니다. (그녀는 안산에 있는 직업학교에서 4시에서 6시 사이에 용인으로 돌아옵니다.) 가는 길에 꼭 그녀처럼 치마를 입은 사람을 보며 멈췄습니다.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순간 멈췄습니다.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녀는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머리도 스트레이트에 옷도 세련되었습니다. (그녀는 털털한 사람입니다.) 순간 핑 돌았던 눈물을 삼키며 돌아섭니다.

그렇게 터덜터덜 과외터로 향했습니다.


과외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데 바보같이 또 버스정류장을 두개나 놓쳐 강남대에서 내렸습니다.

또 다시 터벅 터벅 집으로 가는데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강남대 지나갔지요? 옆에 있고 싶었지만 버스를 타고 갑니다 ㅠㅠ"

그녀입니다. 그녀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찾던 그녀입니다.

당장 내리란 문자를 보내고 다음 정류장으로 달려갑니다.

달려가면서 운명은 만들어 가는 거란 어느 영화의 대사를 떠올립니다.


난 또다시 내기를 겁니다. 내가 그녀를 만난다면 무조건 안아주고 볼 것이다. 뒤는 생각치 않고 안아줄 것이다. 물론 내가 아는 .. 내가 사랑하는 그녀라면 무조건 내릴 것입니다.


달립니다. 다음 정류장으로..

그녀는 없습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문자가 온 시간이 있으니 좀 더 먼 곳에서 내렸을 거야.


달려갑니다. 다음 정류장으로..

그녀는 없습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고민을 하다 좀 늦게 내렸을 거야.

저는 조금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내렸을 것이라고..


달려갑니다. 다음 정류장으로..

전 생각했습니다. 저기 앞에 있는 사람이 김재희일거야.. 마치 자기가 광태라도 된 듯이 멋있게 달려가는 것에 스스로 감탄하며 달려갑니다.

역시 그녀는 아닙니다.


달려갑니다. 다음 정류장인 쌍용아파트로.. 인정아파트로..

문자를 보냅니다. "정신병원 정류장에는 내렸을 거야 그치?"

만약 그녀가 지나쳤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다시 버스를 타고 그곳에 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달립니다. 용인 정신병원은 정말 언덕위의 하얀집이라 1킬로 되는 언덕 위에 있습니다.

달리면서 전 생각합니다. 저 언덕 위에 재희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안아줄거야 ..

그녀는 없습니다. 이상한 아주머니들만 이상한듯이 쳐다봅니다.


문자를 다시 보냅니다. "진우아파트앞에는 내려야 해"

그 언덕을 미친듯이 달려 내려갑니다. 저 아래 재희가 있어.. 내가 달려온 걸 보면 좋아할거야.

눈물을 흘릴지도 몰라.. 그러면 나는 말없이 안아줘야지.. 아니면 그 앞에 쓰러져 주저않을까??

그러면서 말해줘야지.. 나는 조금도 의심치 않고 널 믿었다고.. 네가 내릴 걸 믿었다고.

생각하며 내려갑니다. 헐떡 거리는 것도 이제는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다리가 굴러가니까 발을 옮겨 놓을 뿐.. 몸에는 아무 힘이 없습니다.


그녀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용인대에도 명지대에도.. 버스를 타고 십오분을 가야 하는 그곳을 뛰어 갔습니다. 다리는 이제 아무런 힘도 없이 그저 통증만 느껴집니다.


그녀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곳에도 .. 내가 믿었던 그녀는 어느 곳에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녀의 집이 이약국 근처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그녀가 버스를 타고 올거야...


제 모든 믿음은 송두리째 무너집니다. 아무런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그녀의 집까지 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정말 그녀는 어디도 내리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리니 차마 가지 못했습니다.. 화가 나서 전화 통화 거부를 걸어놨습니다.(그리고 얼마 후 다시 풀었습니다)


문자를 보냅니다.

" 넌 어느 곳에도 내리지 않았어.. 넌 모든 믿음을 저버렸어.."

돌아오는 제 맘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게 이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에게는 지금도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그녀를 미워하고 싶습니다. 날 두고 멀리 안산으로 떠났고.. 다른 남자 문제로 계속 힘들게 하고..

힘들어 기댈 줄만 알고.. 기대게 해줄 그릇이 못 되었던 그녀.. 몸 아픈 거 보다 공부와 성서읽기등의 영적인 것만 걱정했던 내 나쁜 점만 볼 줄 알았던 그녀..(날 언제나 미안하게 만들던 그녀..)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걸까요?

왜 나는 지갑에서 사진이 그대로고, 액자 속 사진이나.. 반지.. 인형 . 그 모든 것들이 그대로일까요?

이제는 나는 그녀와 지내느라 친구도 하나 없는데.. 울 곳도 없는데..


악플은 하셔도 되는데, 장난식으론 해 주지 마셔요.

부디 제가 조금이라도 불쌍하게 보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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