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다...
장미령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나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놓았다.
장미령...
no 1. 2월 21일
"안녕하세요 미령이라고 해요...후후 내가 누구게요~?"
그녀는 마치 기정이가 아닌양 내 홈피에 글을 남겨 놓았다.
no 2. 2월 21일
"이런 대답이 없네. 홈피 관리 안하실래요? 아저씨!? ㅋㅋ
다름이 아니라 아까 제 남자친구한테 문자가 왔어요!! ㅋㅋ
그것도 뭐라고 왔는지 알아요? '보고싶대요' 글쎄!! ㅋㅋ아웅 귀여운것
제 남자 친구가 좀 기계치거든요. 아마 홈피도 만들어 놓고. 관리도 안하고 있을껄요?
아 근데 제가 누군지 진짜 모르겠어요?"
no 3. 2월 22일
"하아... 이아저씨 봐라. 아직도 대답이 없네. 이럴꺼면 홈피는 왜 만드셨수?
ㅋㅋ 오늘 아저씨랑 두번째 데이트 했어요. 아 아저씨가 아니라. 우리 남자친구지.
푸훗. 아무튼 우리 남자친구가 대땅 멋졌어요. ㅋㅋ 막 맛있는것도 사주고...
등산 하는데 손도 잡아주고... 환하게 웃어주고...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였다지요.
아니 처음인가...? 굿나잇 키스까지? 흠...정말...
진짜 연애 하는것 같은... 백마탄 왕자님이 내 앞에 나타났구나... 헤헷^_^
너무 남자친구 자랑만 하나...? 그러게 이봐요 주인장. 당신도 어서 리플을 다세요
여자친구 자랑하셔야지? 안그래요? ㅋㅋㅋ"
no 4. 2월 22일
"흠...그냥 자려구 했는데... 자꾸 맘에 걸려서 이렇게 왔어요.
오늘 남자친구랑 약속했거든요. 나 일 나가지말라고.
근데요.. 저 그거 못지켜요.제가 사실 돈이 좀 필요하거든요.
많이~ 아주 많이~ 그러니깐~ 혹시나 걸리더라도 난 분명히 말해놨으니깐
화내기 없기에요? 알았죠?"
no 5. 2월 24일
"어제는... 못왔네요. 어제는 너무 많은일이 일어 났었거든요...
너무 많아서... 적다가 적다가... 문득 미안해져서.
결국 다 지워버렸어요...
나. 어제 거짓말한거 미안해서 아침에 볶음밥 싸들고 집에 찾아 간건데...
오늘은 어제보다 백배 천배 더 잘못을 저질렀어요.
어떡하죠? 저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미안해져요. 그 사람에게 잘못한게 너무 많아서...
나 용서 받을 수 있을까요?
그 사람과 있으면 너무 행복한데
그래서 너무 불안해요...
이글을... 지웠다가 다시 올렷다가... 대체 몇번째인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이번 잘못은 볶음밥 가지곤 안되겠죠?"
볶음밥...그래서 새벽같이 집에 찾아 온거였구나...
그녀의 글들이
내 머릿속을 훑어 내려갔다.
no 6. 2월 25일
"오늘은 버스를 탔어요.
혼자서. 7년만에 처음 시도해본 거였는데
역시나 씩씩하게 성공해 버렸답니다.
당장 전화해서 남자친구한테 자랑하고 싶었는데.
뭐 전화 할려니깐 막상 그렇게 자랑할 거리는 아니더라구요?
고마워요!! 지수오빠!! 버스 타게 해주셔서.
살아 생전 버스 한번 못타보는줄 알았는데 ㅋㅋ"
no 7. 2월 25일
"그래서 오늘 남자친구한테 감사하는 마음으로 처음 옷을 사줬어요.
역시나 여자가 꾸며주니 남자의 미모가 살아나더군요. ㅋㅋ
그래서..."
그 뒤 하나씩 하나씩...
그녀가 써내린 글에 따라.
그녀와 보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웃음을 머금게 해주는 그녀의 글..
하지만 내 입가에 미소는 얼마 가지 않아. 멈춰 버리고 말았다.
바로 3월 2일... 그녀가 날 떠난날...
no 19. 3월 2일
"...이제 여기에 쓰여진 글을 다 지워야 할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홈페이지를 찾아 왔는데
차마 지울수가 없었어.
지우면... 지우면 나 나쁜 여자 되잖아.
웃기지? 지금도 충분히 나쁜 여잔데... 뭘 더 나빠질게 있다구...
지울꺼야... 삭제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뭐...
이제.. 정말 .... 끝내야되니까..."
no 20. 3월 2일
"...내일 지울거야. 혹시나 이글 보게 되면...
하긴 보게 될리가 없지... 그래.. 그럴리가 없잖아.
왜 이글들을 못지우는지.. 이해가 안돼네...나두..."
no 21. 3월 24일
"아직도 못 지우고 있네... 이것도 불치병인가봐...
나 오늘.. 병원에 갔거든...
약 받으러... 사진 촬영도 하고.. 간만에 의사쌤도 만나고...
의사가 오늘도 겁주드라?
이제 수술해도 힘들대...
이제 단념하래... 마음의 준비를 하라네?
나 하나두 안아픈데... 왜 죽을병이라는거야...?
...나 돈 벌어야 되는데
돈 벌어서 우리 엄마... 나 죽어도... 우리 엄마...
밥 잘먹고... 옷 잘입고... 그래야 하는데...
나 아직 죽으면 안돼잖아... 뭐가 이렇게 빨라...
6개월 이라며.. 6개월...이랬는데...
우리 엄마는 어떡해..?
아버지 돌아가시고... 우리엄마..이렇게 되버렸는데...
이제 나도 가면.. 우리 엄만...
나 안보이면.. 밥도 안먹고 나만 찾는다는데...
나 없어질까봐... 나도 아빠처럼 없어질까봐 나만 찾는다는데...
무슨...소리야...이게...
무슨...
나...오늘 오빠한테 전화했었어...
펑펑 울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냥... 펑펑 울어버릴려고 했는데...
울면서.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하고 싶었는데
나 불쌍하잖아... 나 불쌍하니깐.. 나 미워하지 말라고...
나... 미워하지 말라고...
근데 막상 목소리 들으니깐....
미안하단 말밖에 안나왔어. 미안해...미안해..."
앞이 깜깜해졌다.
주의가 어두워졋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물만 꽉 감겨진 눈 사이로
세어 나왔다.
뭐야...? 이게....
이런게 어딨어....
죽는다니...
죽을병이라니...
이런게... 이런게 어딨어.
no 22. 3월 24일
오늘 엄마 보러 갔는데...
거기 간호사가. 아저씨 번호를 줬어요.
아저씨 왔다...가신거에요?
우리..엄마...보신거에요?
no 23. 3월 25일...
어제 또 다른 한 사람 한테 한건 했어요.
헤헤... 아저씨보다 더 많이 뜯어버렸어요.
이제...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될것 같아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no 24. 3월 26일...
시간이 너무 빨라요.
잡아줘요. 이 시간을 좀...
no 25. 3월 27일
잘지내요? 궁금해요. 돈도 없을텐데...
날씨가 벌써 봄이 오려나봐요.
다행이죠? 이제 안추우니까...
이제 첫눈은...못보려나...
no 26. 3월 28일
미희라는 여자...만났어요.
몰랐어요... 정말...
미안해요..미안해요...정말...미안해요
그런줄 정말 몰랐어요...
no 27. 3월 29일
이제... 아저씨 보내드릴거에요.
아저씨는 상처 받으면
안되니까.
저번에 말했죠? 아저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미쳐버릴거라고...
미치면 안되잖아요.
이제 마음이 굳어졌어요.
나중에... 엄마 걱정하는것도 힘든데
오빠 걱정까지 할.. 여유가 없거든요.
지울꺼에요...
내일은....꼭....
...
떨리는 손을 모니터위로 올렸다.
나의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이름이 비춰졌다.
기정아....
왜..하필 오늘이야..
그냥 지워버리고 말지...
"으아아아!!!!!"
우당탕 소리와 함께 모니터가 바닥에 볼품없이 뒹굴었다.
"따르르르릉...따르르르릉..."
미희다.
"야이 미친년아!!! 니가 무슨짓을 했는지 알아!!?!?!"
"왜..이래 갑자기 미쳤어?"
당황해 하는 미희의 음성을 뒤로 한채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
옷을 추스렸다.
그녀에게 가야 한다.
그녀에게...
....
"면회 거절입니다."
"만나야 해요!! 꼭 만나야 한다구요!!"
"죄송합니다. 나가주시겠습니까?"
"놔 이새꺄!! 나... 만나야 된다니까!! 놔!!! "
실랑이가 끝 없이 벌어졌다.
하지만 하루에 몇번을 찾아가도
그녀는 나의 면회를 수락하지 않앗다.
미쳐 버릴것 같았다.
만나서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되지...? 어떻게 하면 그녀를 만날수가 있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대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여러 조사를 받고있는 그녀는
곧 재판을 받게 되고
형량을 선고 받아게 된다.
하지만 그전에 형사소송이라.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 분명 합의하는 과정이라면 그녀를 볼 수 있을것이다.
그럼 피해자로써... 신고를 해야하나...?
답이 나온이상
계산은 할필요가 없었다.
제길... 미희 전화번호가..뭐였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핸드폰은 이미 망가졌는데...
"아악! 씨바알!!"
만나야되...
어떻게든...
"여기서 뭐해?"
고개를 돌렸을떄 그곳엔
미희가 서 있었다.
"너...어떻게...여길..."
"그년 면회 하러 왔따가. 거절 당했지 뭐야. 오빠는? 오빠도 면회온거야?"
순간 나도 모르게 달려가
그녀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케켁...뭐,,하는거야 이게?."
그녀는 고통스러운지 켁켁 거리면서 말했다.
"너...너때문이야"
"으으....뭐 합의금 때문에 이래? 크..큭. 나...나도 몰랐어 그년이 그렇게 독할지..켁..이것좀 놓고..."
"...무슨 소리야?"
그녀를 잡고 잇던 두손에 힘이 빠졌다.
그제서야 숨쉬는게 순조로워 진듯한 미희는 숨을 몰아셨다.
"헉...헉...! 왜이래 진짜 오늘....형이 얼마를 받든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거야.
진짜 또라이 같은년.. 그 돈 얼마나 한다고..."
그렇겠지...그녀에게 형량따윈..중요하지 않겠지..
풀썩...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이제...방법이....
"뭐가 문젠데...?"
그녀가 또 한번...
립스틱 짙은 입술을 조잘거렸다.
"그녀에게 할말이 있어..."
"...무슨 할말...?"
"...글쎄...아직 생각해 보진 않았어..."
"그냥 만나게만 해주면 되는거야...?"
"...무슨 방법 있어?"
살낱같은 희망을 갖고 그녀의 입술을 주시했다.
"오빠... 오랜만에 형사소송 변호 한번 맡아 보지 않을래?"
내가...? 그녀의 변호를...?
"하지만...난..."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며...? 오빠가 한때 잘 나가던 기업법 증권관련 전문변호사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피해자가 오빠를 선임해 줄꺼야. "
"내가 맡으면... 소송이 불리해질지 모르는데?"
"....상관없어. 소송 지더라도... 어차피 나야... 한몫만 챙기면 되구... 오빠 아파트 전세금이면...
합의금 빼더라도 나도 충분히 한몫 챙기니까...무슨말인지 알겠어?
대가는 오빠 집이야... 뭐 그래도 소송 이기는 편이 더 낫겠지만... 합의금도 있고"
드디어...길이 열렸다.
그녀를 만날수 있는....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사라졌던 이변호사님의 재림이신가... 아무튼... 기대할게"
그녀는...여전히 날 내려다 보며
웃었고
나는 처음으로 그런 그녈 보며
웃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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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마지막편이 될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