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가지에 달 걸리고 소나무에 달빛 걸릴 때 눈꽃 핀 나목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이야 산죽 푸른 이파리 멍든 마음이라도 베어가지만, 흐린 하늘 달 없고 별밤 보지 못하니 그 허무를 지우려, 하나 둘 가로등 켜지자 성큼 성큼 내리는 어둠 속으로 마음 베어 줄 순박한 술집을 찾아 헤맵니다. 달 없고 별밤 보지 못하니 술을 마셔야 된다. 이만하면 오늘 술 마실 이유는 만든 샘이지요.
술을 마시는 이유야 만들면 됩니다. 천하경승 즐기며 옥수 흐르는 물에 발 씻으며 마시는 술이야, 놓치기 어려운 절경가승 오래 기억하려고 산천 안주 삼아 마신다. 아주 대단한 이유가 됩니다. 신파 같은 소리입니다만 달 별 못 보는 밤이 아니라도 오늘 같이 흐린 밤은 더 어울리겠지요.
이유 아주 좋습니다. 역시 나는 천재를 타고난 술꾼인가 봅니다. 어제 마셨든 술은 내가 생각해도 기막힌 구실이었습니다. 망상 해변에서 마셨지요. 동해 망상, 망상은 글자 풀이대로 모든 상념을 망각하는 곳이란 뜻입니다. 나는 세속 찌든 시름을 망각하기 위해 망상 해변에서 취했답니다. 이 몸이 지금 강원도에 있으니 망상에서 한 잔 술은 마셔야 되겠지요. 역시 나는 타고난 천재 술꾼이지요.
술 비 맞으려 술집으로 들어갑니다. 목로주점이라 불러야 어울리는 집입니다. 냉장고 속에 물을 넣으면 얼음 되는 것처럼 술집에 들어와 술 비에 젖으면 술이 됩니다. 당신을 두고 그리움에 젖는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리움 안주 삼아 천천히 술이 되어 가렵니다. 정말 좋은 이유입니다.
애잔한 봄노래가 흐릅니다. 한겨울에 부르는 봄의 노래도 운치가 있습니다. 큰 갓등의 불빛이 실루엩 잔영 보드랍게 묻어나는, 삼면이 거울로 장식된 주점입니다. "사랑의 비극은 죽음이나 이별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참으로 무시한 말입니다. 죽음보다 더 깊고 이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섬머셋 몸이 한 말이지요. 벽에 잘 쓴 글씨로 걸려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안는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형벌이겠지요. 관심이 살아있는한 사랑도 살아있지요. 관심이 사라진다면 분명 사랑도 이미 떠나가 버렷을 겁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거울 속에 또 다른 내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 하며 나와 함께 마시고 있습니다. 빈 잔에 술을 기울이면 거울속의 또 다른 내가 술을 비웁니다. 오른손으로 따르고 왼손으로 마시는, 독작의 술이었지만 혼자서 마시는 술이 아니었습니다.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잘도 마십니다. 시간 흘러 점점 술이 되어 갑니다. 황량한 폐광촌의 늙은 고목나무 가지에 얽히고설킨 연줄처럼, 술에 발목 잡혀 갑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아 황혼에 서걱이는 갈대처럼 우수수 바람결에 쓸리어 갑니다. 모진 겨울에 떠나온 긴 여행의 고독이 술잔에서 빠져나올 뜻이 전혀 없는 발목 잡이인가 봅니다.
내일이면 알겠지요. 이 밤 발목 잡는 그 무엇의 정체를 말입니다. 아니 지금 알고 있습니다. 그리움이란 괴물이지요. 나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아닙니다. 내가 그리움을 기다리고 있지요.
안녕하세요. 님들 바다와 술잔 입니다.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어리벙 합니다. 뭐가뭔지 감이 안 잡힙니다.^^*
연습 해보았는대요.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사를 가야하나, 아니면 주저앉아야 하나 님들........
<bgsound src="http://members.tripod.lycos.co.kr/cherrynara_music/rain.mid" loop="infin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