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가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새벽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고 청명했다.
일행들과 삼차까지 돌아가면서 술을 마셨다.
나이트 장을 가거나 하지는 않았고 조용한 주점을 찾아 다니면서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넘어서 헤어진 일행은 추림과 선주 그리고 오지선만이 남았다.
거의 대취한 선주의 나머지 친구들은 비틀거리며 택시에 올라 떠나갔고 끝끝내
남기를 희망한 선주와 오지선은 추림과 작은 호프집을 들어가 새벽 한시가 넘어서
나왔다.
구로동에서 추림의 빌라까지는 걸어서 한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그 길을 곧장 걸으며 추림과 그녀들은 맑고 시린 겨울밤의 정취를 한 껏 만끽했다.
날이 추웠지만 술기운을 빌어 견딜만 했다.
추림이 떼어내도 달라붙는 선주를 옆에 끼고 걸으며 노래를 나직하게 불렀다.
엄마가 섬그늘에... 추림이 틈만 나면 흥얼 거리는 노래임을 선주는 알고 있었다.
추림의 목소리는 맑고 굵었다. 그 음성으로 그 노래를 반복해서 서너곡쯤 부르자
분위기가 차분해 지더니 이윽고 알 수 없는 감흥이 일었다.
추림을 비스듬하게 올려다보며 선주는 마냥 즐거운 얼굴이었다.
'널 놓칠 줄 알고... 절대 그러지 않을거야.'
속으로 선주는 추림을 절대 자신의 남자로 규정하고 있었다. 집에다 말하면 콧대높은
엄마와 오빠들은 반발할 것이지만 아버지 만큼은 허락할 것이다. 선주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추림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임을 시간이 갈수록 깨닫고 있는 선주였다.
처음 볼 때부터 그를 사랑했는지 모른다.
눈이 시리도록 차갑고 맑았다. 부드럽게 인사해 오는 그의 음성을 잊을수가 없다.
이런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여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불완전하면서 완전한 사내였다. 가진것도 배운것도 변변치 않지만 대신 그는
그릇이 컸다. 자신의 단점을 그는 전혀 다른 것으로 커버했고 없는 부분을 알아서
채워 넣었다.
강하면서 약한 사내였다. 지닌 무력을 사용한다면 아마 그는 꽤 그럴듯한 남자가
되겠지만 그는 자신의 힘을 전혀 내세우지도 않았고 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강한자에게 강한 모습을 약한 자에겐 한없이 약한 면으로 대해 주는 남자였다.
별로 덩치도 크지 않았고 가진것도 크지 않은 남자가 왜 이리 크게 보이는 것인지
선주는 가끔 자신의 감정에 묻곤했다.
부드럽게 섬세한 선으로 좁혀지는 그의 턱을 바라보며 선주는 추림의 팔을 힘있게
움켜 쥐었다. 그가 자신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관 없었다.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자신이 그를 사랑하리라 다짐했고
그것으로도 행복했다. 이렇게 보고 만나면 그는 자신만의 남자가 되는 것이다.
지난 번 그의 친구 수연을 만나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다.
친구마저 존경하고 인정하는 사내였다.
그에대해 많은것을 수연에게 전해듣고 울었었다.
친구의 부담함에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고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즘 세상에 그런 멍청한 짓이라고 손가락 질 하겠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남이 하지못하는 것을 당당하게 해내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사람인지
누구나가 인정할 일이다.
추림은 그랬다. 그는 적어도 남자였고 당당한 사람이었다.
그로인해 자신의 인생이 불안정하게 비틀거렸지만 그는 추호도 내색하지도 않았고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림아... 널 가질거야!'
선주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매달렸다.
"너 왜 그렇게 웃어? 징그럽잖아 임마."
"치잇. 이쁘다고 해야지. 그게 뭐니?"
선주가 추림의 말에 입술을 삐쭉하게 내밀며 투정했다.
"선주야 너 정말 너무한다. 혼자인 나도 생각해야지... 나 질투나려고 한다!"
곁에서 발을 맞추며 따라걷던 지선이 농같이 말을 건네자 선주의 입가엔 짙은 웃음이
멤돌았다.
"선주야 저리가봐라. 이제 지선씨랑 자리좀 바꿔져야 하지 않겠어?"
추림이 지선의 농담에 보조를 맞추자 선주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래. 너 그만 이리 나와라. 아휴... 춥고 외롭고 막 그러네."
"나쁜 계집애! 넌 남자친구 많잖아!"
선주가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머? 내가 남자 친구가 어딨다고 그래? 누가 들으면 진짠줄 알겠네!"
"정말이지 너? 말해볼까?"
서구형에다가 늘씬한 제형을 지닌 오지선은 남자라면 누구나가 매력을 느낄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주위에 남자가 없다면 코웃음 칠 일이다. 사실 오지선의 주위에는
남자들이 많은 정도가 아니고 들 끓었다. 그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 오지선을 도도하고
자존심 강하게 만들었지만 오지선의 성격도 선주와 비슷해서 의외로 순수하고 밝은
면이 많았다.
약이오른 선주가 심퉁난 얼굴로 말하자 지선의 얼굴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됐네요. 최선주씨! 잘하면 울겠네. 알았어 알았다구! 아휴... 무서워."
손사레를 치며 지선이 진저리를 치자 승리한 선주의 얼굴은 금새 다시 변했다.
그녀도 알지만 이상하게 추림과 관계된 일이라면 과하게 반응을 해 왔다.
보스 클럽에서도 지선이 추림의 옆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모습을 발견한
선주가 갑자기 돌변했는데 전혀 그녀답지 않았던 것이다.
"선주야. 난 니가 이럴때 마다 다른 사람 같다. 누가 진짜 너의 모습이냐?"
추림이 헷갈리는 선주의 모습이 신기한 터라 그렇게 말하자 선주가 싱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다 내모습이거든! 이렇게 얌전한 선주는 우리 님과 관계된 일이라면 앙칼진 여우로
변한 답니다."
추림의 반대쪽 허리에 한쪽 팔을 두르며 선주가 애교섞인 목소리를 만들어 말했다.
"추림씨 정말 선주에게 무슨 약 같은거 안 먹였어요?"
"네 전혀요. 이녀석 원래 이러지 않았어요?"
"아니요. 쟤가 미쳐가는 것 같아요. 어떻하지요?"
"큰 일이군요. 안되겠어요. 정신 병원에 입원이라도... 아얏!"
지선과 농담으로 선주를 약 올리던 추림이 비명을 질렀다.
지선이 추림의 옆구리 살을 사정없이 꼬집은 것이다.
"한번만 더 그래봐 씨잉... 막 때려 줄거야!"
* * *
변기에 얼굴을 가까이 대자 입에서 음식물이 쏟아져 나왔다.
붉고 누르스름한 각종 음식물의 혼합물을 한되나 될 정도로 토하고 나자 속이 어느
정도 가라 앉았다. 휴지로 입가를 대충 닦아내고 수도를 틀어 입을 헹구고 씻어냇다.
거울을 들여다 보자 창백하고 지친듯한 한 여인의 얼굴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이 술을 지나치게 먹었나보다.
거울속의 유미는 창백해진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아직 술집안엔 손님들로 붐볐고 절반은 취한 사람들이었다.
테이블로 다가가자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석호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좀 취하네요."
"전 멀쩡해요. 조금만 드세요."
거짓말을 서슴없이 한것은 아니다. 단지 유미는 남자들에게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인것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그녀는
정신력이 강했다.
석호는 이미 많이 취했다. 발음도 조금씩 꼬이며 말이 흘러나왔다. 그와 이렇게
오래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가 불러 낸 몇명의 친구들이 돌아가고 마지막으로 한잔하고
헤어지자며 한것이 이 자리에 와 있었고 그때가 이미 두시간 전이었다.
김석호는 매너좋고 착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재미는 별 반 없었고 별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것이 그리 나쁘지
않아 여지껏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도 자신에게 여느 남자들같은 그런 존재인지 모른다.
뚱뚱하다고 할 만큼 그는 체격이 비대했다. 얼굴은 큰 편이고 턱 수염이 무성한
남자였다. 선하게 큰 눈과 큼지막한 코를 지녀 인상은 순하고 푸근하게 느껴졌다.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상형은 아니었다.
수연이 왔다간것이 아홉시쯤이었다.
집도 가깝고 석호와는 무척 친해서 그가 불러낸 것이다.
그런데 수연에게서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주가 추림의 생일이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싸하게 아파왔는데 왜 그랬는지 자신도 확실하게
몰랐다. 지난 주 토요일에 함께 있었는데...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지만
괜히 미안하고 아쉽게 느껴졌다.
헌데 수연이 그 사실을 알고있다는게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수연은 매년 추림의
생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예전에 추림에게 선물도 직접 주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그를 기억하기란 매우 애매한 사실인 것이다.
아마 추림 그는 지금쯤 누군가와... 다른 여자와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석호와
있는 것처럼 그도 그러길 바랬다. 그래서 자기만의 생각이고 감정이지만 자신만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조금의 미안함을 희석시키고 싶었다.
그러면서 아니겠지 하는 마음을 강하게 부추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자신의
생각인지 싶었다. 주점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니 청명하고 맑았다.
별들이 그림처럼 수 놓아져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석호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비틀거리면서도 눈에 힘을 주어 안간힘을 다하려
했지만 곧 길 한쪽에 엉덩이를 주저앉히고 말았다.
'이렇게 나약했나? 난감하네.'
술에 장사 없다. 석호는 낮부터 적지않은 술을 마셨고 지금까지 잘 버텼다.
유미의 생각은 그의 자제력을 의미한 것이다. 여자와 같이 있는 남자가 먼저 술에
취해서 정신을 놓을 정도면 다른 일은 더욱더 믿음을 가질수가 없다.
검물의 벽에 얼굴을 기대고 잠에 빠진 석호가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았다.
날은 꽤 추웠는데 그의 술 정신은 그마저도 느끼지 못하는듯했다.
이대로 두면 병이 생기거나 심장에 이상이 올수도 있었다. 저 체온증에 노출되어
위험한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그녀 자신도 그리 정상적인 몸은 아니어서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석호를 홀로 내버려두고 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유미는 결국 한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석호의 몸은 생각보다 무겁고 비대했는데 둥근 옆구리 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석호씨! 석호씨!"
그를 겨우 부축하고 걸으며 계속 불렀다.
아주 잠깐 꿈틀거리며 깨어나려는 듯 하던 그는 곧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저만치에 모텔 특유의 간판이 붉은 광선을 내 뻗으며 깜빡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 삼백 미터 이상은 석호를 부축하고 걸은탓에 기운이 빠졌고 입안이 건조했다.
속이 다시 울렁거렸고 현기증이 일어났다.
털썩......!
석호의 큰 몸을 침대위에 겨우 던지듯 눕힌 유미는 방 한구석의 벽에 등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아! 힘들어......!"
거친 숨을 토하며 유미가 탄성을 질렀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냉장고로 다가가 물병을 꺼내고 병째로 벌컥거렸다.
그러자 속도 가라앉는 느낌이었고 정신도 좀 들었다.
모텔 방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해 유미가 창문을 열자 차고 맑은 공기가 화악하고
그녀를 감쌌다. 취해서 잠든 사람이면서도 좋은 자리는 구분이 가는지 석호가 코를
드르렁 거리며 깊게 자 고 있었다.
유미는 창문을 열고 담배를 태우면서 이것이 뭐하는 짓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여관 방이라니... 그 상대가 석호가 아닌 추림이라면...!
그는 아마도 자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그의 품안에 다른 여자가 안겨 있을까?
그도 다른 이들처럼 여자를 함부로 품고 섹스에 몰두하는 남자일까? 그의 성적 매력은
어떨까......? 그는 부드러울까? 아니면 거칠까?
벽에 기대 여러가지 생각을 하던 유미가 무겁게 내려 앉으려는 눈꺼풀을 견디지 못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려했는데...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 했다. 그러다가 다시 추림이
떠오르고 그 생각에 빠지자 수마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유미의 눈은 깊게 감기고
말았다.
* * *
꿈을 꾸었다.
그녀는 여전히 슬프고 힘없는 모습으로 거리를 걸었다. 고개를 반쯤 숙인 그 특유의
자세로 그녀는 세상과 동 떨어진 괴리의 이단아처럼 모든것에 거부를 당했고 외면하고
있었다. 그렇게 잎과 가지가 무성할 수 없는 커다란 나무앞으로 그녀가 걸어가 하얀
손수건을 꺼내 까치발을 하고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그리고 한없이 울었다.
아무리 닦아내고 훔쳐내도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우는 이유는 그녀의 망막에 진하게 투영되는 하나의 영상 때문이었다.
굵은 나뭇가지에 한 사내가 줄에 목을 매고 처량하게 눈을 감고 매달려 있었다.
얼굴은 거칠고 검었으며 입술은 파랗게 질린 채 부르터 있었다.
눈은 깊게 패여 살아 생전에 그가 당한 고독과 고통의 흔적을 그대로 남기고 있었다.
여인이 한참을 울다가 사내가 목을 맨 그 나뭇가지에 줄 하나를 걸고 자신의 목에
둥굴게 동여진 부분에 목을 들이밀었다. 처연하고 슬프게 울던 여인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피어나고 문득 한마디 흐릿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나의 사랑... 나 이제 당신에게 갈래요...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여인이 힘을 주어 목에 걸친 줄을 당기려했다.
'안...녕......!'
슬프고 힘없는 음성이 여인에게 흘러 나오고 하얀 미소가 보이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으악! 안돼......!'
추림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창문으로 비춰드는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추림의 모습을 비추었다.
식은 땀이 흘러 얼굴이 번질거렸고 눈이 반짝거렸다.
"왜? 왜? 넌 왜?"
눈물을 흘리는 추림의 입에서 억눌린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리웠다. 미치도록 유미가 그립고 확인하고 싶었다. 밤마다 꿈에 그녀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믿을수가 없다. 그녀의 삶을 그렇게 자신은 받아 들이고 있다.
그녀를 만나고 추림은 단 한번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은 것 같았다.
늘 망설였고 멍하니 넋을 잃었다. 밤마다 그녀를 만나고 불행한 경험을 했다.
늘 그녀는 슬펐고 자신은 그녀를 찾아 헤메는 꿈이었다.
"넌... 왜? 그렇게 내게 다가왔니... 왜? 도대체 왜? 어디에 있니 지금......?"
추림은 상체를 일으키고 멍하니 흐릿하게 보이는 방 안 천정에 시선을 두었다.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리는 것을 추림은 모르고 있었다.
벌써 세번 째... 유미를 꿈에서 보고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듯이 아파왔고 머리속이 아득해져왔다.
"바보! 바보... 바보 같은... 겨우 이 정도라니......!"
추림이 메마른 음성으로 자신을 질책하고 투정했다.
그때 살며시 방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사람의 실루엣이 느리게 들어섰다.
멍하게 생각에 잠겨있던 추림이 무감정하게 고개를 돌리다가 눈을 치떴다.
"선... 선주야!?"
추림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새어 나왔다.
방으로 들어선 선주가 어둠 속에서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살며시 웃었다.
"나... 네게 주고싶은것이 있어!"
선주의 속삭임 같은 말이 추림의 귓속을 파고들어 공명을 일으켰다. 추림은 이해되지
않았다. 이 늦은 새벽에 잠들어 있어야 할 선주가 왜 이방에 들어왔으며 옷은 모두
벗어버린 전라 차림인지......?
창밖에서 비춰드는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에 옷하나 걸치지 않은 선주의 풍만하고
새하얀 몸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