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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위스키~새해 첫 출근날(제 3장)

뽀꾸미의 슬픔 |2003.01.02 23:41
조회 1,627 |추천 1

새해를 맞아 첫 출근이죠.

아침 일찍 거울앞에서 한껏 자기의 멋진 모습에 도취된 남편에게

"오늘 시무식 기념으로 또 한잔 하는 거 아니겠죠?'

하고 불안한 농담 한마디 했죠.."에이 안마셔.."그리구 룰루랄라 출근한 남편은.

오후 세시쯤부터 같은 회사근무하는 패밀리들과 일식당에 있더군요.

호출 메세지를 넣고 몇시간을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않죠.

그래서 저녁 7시쯤 전화를 넣었더니 이미 만취 상태더군요.

바로 어제 1월 1일.

첫째 나 다시는 룸싸롱 안간다.

둘째 평일 날 절대 술 안마신다.

셋째 어쩌구 어쩌구................하더니 결국 이 모양 입니다.

정말 우리 강아지 가방에 싸넣고 사료 챙기고 화장품 챙겨 가출 할 맘 먹고 일단 샤워 했답니다.

쪽지를 남길까..아님 그냥 사라져 버릴까..(참고로 전 임신 8개월에 몸이 굉장히 무겁답니다.)임신중이고 뭐고 상관 없이 확 돌더라니까요.

술 마실 일이 있음 마셔야죠..절대 여러 사람들이랑 같이 마신 술은 아무 말 안 한답니다.

다짐이구 맹세구 약속이건 간에...

하지만 모인자리가 끝나고가 문제니깐요.

또 혼자 이룸싸롱 저 룸싸롱 적어도 추가로 두 군데는 돌고 와야 집에 돌아올게 뻔하니까요.

새벽세시가까이 되면 약 200만원되는 카드 명세표를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구서...

너무 속상해서 여동생 한테 전화를 걸어 나의 가출계획을 알렸답니다.

논현동 사는 동생집에 가려구요.

그러구 있는데 옴마야~벨이 울리지 않겠습니까? 

아직 아홉시 뉴스 하는데 그럴리가 없다고 세탁소 아저씨 금방 왔다갔는데...

이 밤중에 신문보라고 온 것도 아닐테고..

근데 남편이었습니다.

누구세요?              

나야~ 나라구~

아주 큰소리로 문 빨리 안 연다구 짜증도 좀 내는듯 했습니다.

짜증을 내도 좋고 화를 내면 어떻습니까?   

세상에 룸싸롱을 안들리구 바로 왔다니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술은 좀 많이 취했던데...너무 일찍부터 마셔서 도저히 힘이 없어 못갔던 것일까요?

그래도 컵라면 먹겠다구해서 라면 끓여줬는데 스팸 안구워 줬다고 투정도 하더군요..

그래도 어찌나 이뿐지..

동생한테 전화해서 가출 취소 했습니다.

동생도 깜짝 놀라더군요..

"형부가 웬일이니~?"

라면 다 먹어갈쯤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형들이랑 다 헤어지고 나서 혼자 택시타고 역삼동 XX룸싸롱 가자고 했답니다.

그 근처 까지 갔다가 아니다 집으로 가자고 차 돌렸다는 겁니다.

아슬아슬 했지만 오늘은 어쨌든 안갔다니 참 고맙더군요.

좀전에 방안이 답답한지 소파로 나와서 자더군요

누워서 나보고 이럽니다.

"너 애기 낳구 나면 나한테 뭘루 협박할꺼니? 나 그런데 안 넘어간다.그러지마라."

첨에 웃으면서 "그런말이 어딨어.무슨 협박을 한다구 그래.어서자"그랬더니 또 그러는 겁니다.

같은 말을 또."그런말 하는 거 아니야.애기가 무슨 인질이니? 누가 그런말을 한데~ 그런말 하지 말고 어서 자요.."

그랬더니 몇 분 있다가 또 하는 겁니다.

성질이 또 확 나서는 "에이 증말 성질나서 못 살겠네 "하니까 뭐라뭐라 하더니 바로 잠들더군요.

작년 6월 임신이 되었을때 계획하지도 않은데다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 했는지..

반가움보다는 걱정부터 먼저 했던 남편이거든요. 

기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태교에 신경쓰라고 이책 저책 침대옆에 올려놓는 거 보면 그렇게 안 내키는 건 아니듯 싶어도....

평소에 내가 임신 중이라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이제 어떻하니.애 낳으면 너나 나나 고생문이 확 열리는 거다" 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어떤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큰 마음인가봅니다.

평소에 그런 심리가 술 마시면 저런 말을 하게 만드나 봅니다.

오늘은 일찍와줘서 고맙다 했더니 또 이렇게 내 속을 까맣게 태우고는 잠이 들었군요.

빠른시일내 대화를 좀 해야겠습니다.

앞으로 60일이면 곧 나올 아기를 아직도 거부감을 가지고 부담스러워 하는 남편이 내 남편이라니 나 알고보니 나는 진짜로 불행한 여자라는 생각이 순간 확 드는 군요.

몇분만 좀 울어야 겠습니다.

길게 울어봤자 아무도 봐주지도 않는데..

다시 우리 강아지 가방에 넣고 사료챙기고 내 화장품챙겨서 가출하고 싶군요

추천수1
반대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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