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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12화> 아르바이트

바다의기억 |2006.06.05 21:54
조회 10,277 |추천 0

내일은 6월 6일 현충일입니다.

 

지난주나 이번 주는 휴일이 끼어 있어서

 

금방금방 지나갈 듯 하네요.

 

이번에도 변함없이 택배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바다의기억이었습니다.

 

==========================현충일은 달력에도 빨간 날 =======================

 

 

여 - 자기야, 여기 왠지 분위기 이상하지 않아?


남 - 그러게... 여기만 왜 이러냐?


여 - 갑자기 무섭다...


남 - 에이, 별 거 있겠어?



와라......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남 - 어우, 그런데 갑자기 춥다?


여 - 자기야, 그냥 뒤로 돌아가자~.


남 - 에이, 저기 출구라고 써 있잖아. 저기까지만 가면 돼.



그래.... 이리로 와라... 이리로.....!!



기억 - 쿠쿡쿡쿡쿡쿡....


=끼이이이익=


남 - 으아아아앗?!!!


여 - 꺄아아아아아악~!!!!


기억 - 캬아아아!!! 다 죽여 버리겠다!! 쭤~뻐!


남 - 자! 자기야! 자기의 희생은 잊지 않을게!!


여 - 야이 똥놈아! 너만 살자고 도망 가냐! 꺄아아악!!



안내요원이었던 본래의 목표에서 벗어나


귀신의 집 최종관문을 지키는


드라큘라로 다시 태어난 나.


콘택트렌즈를 비롯한 소품까지 총동원해


잠재되어있던 포스를 극한까지 끌어낸 내 모습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 일쑤였고


난 명실상부한 귀신의 집의 수문장이 되었다.


뭐.... 나도 무심결에 거울을 보면 기겁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삐이=



한 커플을 솔로부대로 만들고 얼마 되지 않아


관속에 있는 램프에 적색 불이 들어왔다.


또 다음 희생양이 다가오는 구나....



- 야...여기 너무 유치하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땐 공동묘지에 참호파고 그랬는데....



여 - 지인짜? 그럼 자기 귀신도 봤어?


남 - 보기만 했냐? 내가 두 손으로 귀신도 때려잡았었다니까?


기억 - 쿡쿡쿡쿡....


여 - 음? 그런데 지금 무슨 소리 안들렸어?


남 - 야, 괜찮아, 괜찮아. 오빠만 믿....


기억 - 샤아아아아아!!!


남 - 끄어억?!...꼬르륵.


- 오, 오빠! 오빠 지금 기절한 거야? 오빠!


아이씨...아저씨 뭐예요!!



기억 - ...... 쿡쿡쿡. 출구는 저쪽입니다.



또다시 한 커플이 솔로부대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귀신의 집 아르바이트 3일 째.


학교 수업은 전부 대리출석이고


과제도 간신히 제출만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민아와 마지막으로 만난지도 5일이 되어 간다.


하지만.... 높게만 느껴지던 오페라의 벽이


이젠 손이 닿을 만한 곳 까지 내려왔다.



=빠바바밤빠밤빠바~빠바바밤빠밤빠바~=



조금은 한가한 이른 오후,


벽에 세워진 관 속에 기대서서


이런 저런 푸념을 늘어놓고 있을 때


민아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억 - 예.


민아 - ..... 나야.


기억 - 응.


민아 - 오늘도 학교 안 나왔어?


기억 - .....응.


민아 - 왜?


기억 - 말했잖아. 바쁘다고....



그녀에겐 아직 내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는가도 문제지만


고작 공연표 두 장을 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내 모습이 초라했던 것도 있었다.



민아 - 어디야?


기억 - ...... 집.


민아 - 지금 가도 돼?


기억 - 아, 안돼. 꼴이 엉망이라...


민아 - 솔직히 말해 줘. 지금....



민아의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에


사정을 해명해야할까 망설이는 사이


매몰차게 울리는 호출음...


=삐이=



기억 - 이, 일단 끊어.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민아 -잠깐, 기억아, 잠....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도 들긴 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녀가 보고 싶다...


엉뚱한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오페라는.... 오페라는.....?



기억 - 캬아~.


여1 - 꺅?!


여2 - 엄마얏!!


기억 - .... 출구는 저쪽입니다.



그다지 달갑지 않은 타이밍에 들어온


여성분 두 명을 설렁설렁 보내고


다시 관속으로 걸어 들어간 난


뚜껑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조명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한참을 망설였다.



...... 민아가.... 보고 싶다.



=뚜우-=


어느새 단축번호 0번을 길게 누르고 있는 내 손가락.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선 낯선 여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 지금은 고객님께서 통화중이..... =


기억 - .....



.....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고...


그날 이후로 그녀에게서 걸려온 전화도 없었다.


어느새 근무 6일째.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주급을 받는 날이다.



드디어 이 생활도 마지막인가....



그간 예상 밖에 좋은 반응을 거뒀던 탓에


김가의 아버지를 비롯한 귀신의 집 관계자들은


내 사직이 못내 아쉬운 눈치였지만


처음부터 이야기가 그렇게 되어있던 터라


다음 할로윈 시즌을 기약하며 이별을 고하기로 했다.



주급을 받으면 일단 표부터 예매하고...


내일은 반드시 그녀와 약속을 잡을 거다.


간만의 만남에다 여윳돈도 좀 있고 하니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라도 가볼까?



=삐이=


그때 울리는 호출음.


적어도 오늘 귀신의 집을 방문한 모든 이들에겐


잊혀지지 않는 악몽으로 남으리라 다짐하며


난 희생양들을 기다렸다.



남1 - 이.... 이거 왜 통로가 점점 어두워지냐?


남2 - 그러게... 전구들이 낡아서 그런가?


여 - 그것도 그렇지만.... 왠지 추워진 것 같지 않아요?



.... 상대는 셋인가.



어둠에 늘 익숙해져 있는 난


어두운 통로 안으로 걸어오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천천히 관을 열어 젖혔다.



=끼이이이이이....끄득득득득득....=



여기 와서 깨달은 사실이지만


사람은 시각적인 등장 그 이상으로


분위기나 소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극히 음산한 분위기에선 어깨에 손만 대도 기겁을 하고


대낮엔 귀신이 나타나도 그냥 황당할 뿐이다.



남1 - 야....어째 여기 정말...



뒤늦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깨달은 희생양들은


주춤주춤 걸음을 사리며


나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이닷!!!



기억 - 쿡쿡쿡쿡....... 캬아!!



난 최대한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망토를 활짝 펴며 희생양들을 덮쳤다.



그 순간.



남2 - 끄아아아아앗!!



갑자기 내 얼굴을 향해


하이킥이 날아 들어왔다.


만약 눈이 어둠에 조금 덜 익숙했더라면


뭐에 맞았는지도 모르고 기절했을 만큼


강렬하고 빠른 발차기....


간신히 팔을 올려 남자의 발차기를 막았다 생각한 순간


무릎 옆면에 강렬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남1 - 으어엇!!



맞다.... 상대는 두 명이었지!!


귀신 생활 6일만에 처음 당하는 봉변에


난 필사적으로 몸을 사리며 어둠 속으로 피했다.


만약 정확한 위치가 노출되면


그땐 완전 샌드백이다....



=퍼억! 빠악! 퍼벅!! 쿠직! 뻐억! =



상대는 내가 있는 곳을 모르고 있고


난 분명 제대로 보고 막는데도


순간순간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의 충격...


만약 정통으로 맞으면 어떻게 될까....


난 이대로 죽는 걸까?


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거지?


설마 나 때문에 솔로부대로 돌아선 커플들이 보낸 암살자?



여 - 오빠! 이쪽에 출구가 있어요!


남1 - 오케이! 먼저 나가! #$야!



그때 구사일생으로


먼저 내 옆을 지나쳤던 여성이 출구를 찾은 듯 소리쳤다.



남2 - 우어어어어!! $%! 도망치자!


=쿠직!=



마지막으로 내 옆구리에 혼신을 다한 펀치 한 방을 박아 놓고


남자들은 출입구를 향해 달아났다.



그들이 떠나간 뒤...


통로 한 쪽에 넝마처럼 처박혀 있던 난


비슬비슬 자리에서 일어나 관 쪽으로 걸어갔다.



기억 - 어억....으윽....



아픈 몸을 이끌고 관 속에 들어가 있으니


문득 서러운 기분이 복받쳤다.



이런 개념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지들이 무슨 해병대야?


귀신을 잡게?


아이고 옆구리야...아이고 삭신이야....


다음에 만나기만 해봐라....


여자 이름이 한..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삐이=



기억 - ..... 쿨럭.




이른 밤.


영업이 끝난 놀이공원 사무실.



김가父 - 그동안 수고 많았네.


기억 - 아, 별말씀을...


매표소직원 - 기억씨의 활약은 잊지 않을 거예요.


기억 -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날 일을 모두 마친 난


약속됐던 주급을 받고 귀신의 집을 나섰다.


비록 전신이 쑤시긴 하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다음날,


난 문제의 오페라표 예약을 마치고


기분 좋게 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아 - 여보세요?


기억 - 응, 나야.


민아 - .... 기억이야?


기억 - 응. 그런데...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힘이 없네.


민아 - 아무것도... 무슨 일인데?


기억 - 저기, 공주. 내일 시간 있어? 내일 내가 맛있는....


민아 - .... 바빠.


기억 - 응?


민아 - 내일 바쁘다고.


기억 - ..... 그, 그래? 그럼 일요일엔?


민아 - 몰라.... 일단 끊을 게. 피곤해.


기억 - 잠, 잠깐 공주. 잠깐...



=삐리리릭=



......... =툭=하고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짐과 동시에


하늘을 날고 있던 기분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뭐야, 뭐지 이 시츄에이션은?


황당하니까 영어가 막 나오네?



기억 - ...... 허, 허허허허허.



그건 뭐라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


황당 하다기도 그렇고.... 화가 난다기도 그렇고....



기억 - ....... #$.



어쨌든, 입에서 나온 건 짧은 욕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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