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는 화장품 사는 데 지갑 여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그렇다보니 엄마의 화장대는 샘플들로만 가득하다.
모두 내가 화장품을 사고 난 후, 받은 샘플들이다. (내가 사온 스킨케어 종류는 비싸다는 걸 알고 아무리 쓰시라 해도 안쓰신다.)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지만 가끔씩 화장품을 한 보따리 사와서는 내 앞에서 풀어놓는다.
뻔하지만, 그래도 난 게스츠름하게 엄마를 흘겨보며 하나씩 살펴본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제조사하며, 유명 화장품과 유사한 이름의 화장품들..
내가 혀를 차며 깨알 같은 제품설명들을 읽고 있을 때 즈음, “이거 비싼거야?”라며 묻는다.
한숨을 쉬며 또 잔소리가 시작된다. “좋긴 뭐가 좋아~ 싸구려야.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좋은 화장품을 써서 관리를 해줘야..“ ”아, 됐어. 이게 얼마나 좋은건데.. 쓰기싫음 말어 이년아.”
내심 비싼 화장품이었길 바랐을 엄마다. 왜냐면, 분명 ‘30분만 싸게파는 비싼 화장품‘이라 길래,
수많은 아줌마들 사이에서 어깨싸움을 해대며 힘겹게 건져온(?)것들인데,
딸이란 년이 아니라니 아닌 것 같고.. 나 엄마 마음을 모르는 나쁜 딸 아니다. 뭐 이런 적이 한 두 번이어야 좋다고 하고 넘어가지. 내가 좋다고 하면 다음번엔 내 것까지 사 올 엄마다.
그래도 ’싸구려’는 좀 심했나. 암튼 꾸역꾸역 발라대신다.
며칠 뒤, 월급 날.
그 일이 자꾸 생각나서, 큰맘먹고 고수분 크림을 샀다. 아침 저녁으로 발라주면 좋다고 설명하면서 “엄마, 이제 이거 써.”하며 줬더니, 바로 화장실가서 세수하고 나오신다. 너무 좋다면서 얼마냐고 묻는다. 가격알면 또 한 방울씩 쓰실 것 뻔하니 엄마는 모르는게 약이요.
그 뒤로 그때 사온 화장품들은 먼지만 쌓여간다.
엄마라고 왜 비싸고 좋은 화장품 안쓰고 싶겠니. 엄마도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