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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과 무료배포 아침신문.

About7 |2006.06.21 14:05
조회 46,940 |추천 0

자고 일어나 보니 톡이 되있군요.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쓴 글이 톡이 되서 그렇다기 보다는

많은 분들이 훈훈한 이야기라고 느꼈다는 게

저로서는 아주 커다란 기쁨입니다.

 

한 말씀 더 드리자면

베플을 쓰신 분의 입장이나 의견은

저도 알겠습니다만

개잡다물린X님과 또 다른 여러분들의 의견과 같이,

제가 이 글을 써 올린 취지는

베플을 쓰신 분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물론 막무가내로 아침신문을 수거해 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을 수도 있는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불편을 겪을 수도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상황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구요

일축하자면,

머리보다는 일단 가슴으로 먼저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많은분들께 감사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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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산에 살고있고,21세의 건장할까 말까한 청년입니다.

제 소개는 그냥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전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아침 일찍이 말이죠.

 

이야기를 시작하기전에..

아시는 분은 다 아시죠?

아침에 나눠주는

포커스 신문이라는 게 있습니다.

(서울에도 가서 몇달 있어봤지만 나눠주는 걸 본적이..그래서 부연설명을..^_^)

짤막하게,아침 출근길에 눈요기 할 수 있게끔

그다지 두껍게는 만들어 지지 않는 신문입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얼마전 전 아침일찍 여자친구와 함께

갈곳이 있는지라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종점에서 종점까지의 거리라

그 포커스 신문을 받아가지고선 보면서 가는 길이었는데,

여러분들 아시죠?

타신분들 신문 다 보고 난 뒤에

짐 올려두는 윗쪽 공간에다가

신문들 잔뜩 올려두지 않습니까.

종점까지 갈때 쯤이면 신문은 꽤나 많이 쌓이게 됩니다.

바닥에도 자주 떨어져 있곤 합니다.(떨어지면 안줍게 되죠.자기일도 아니니까.)

좀 이르다 싶은 아침에는 굳이 종점이 아니더라도 말 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저는 그냥 그러려니

다른 사람들도 그러려니

나중에 종점가면 알아서 치우겠지 하며

다들 별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찰나에

어떤 할머니 한분이 타십니다.

 

다리가 불편하신지 거동을 잘 못하시더라구요.

허리도 많이 굽으셨구요.

그런데 자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앉지 않으시는겁니다.

사람이 꽤 있긴 했지만,

몇명의 젊은분들이 일어나 자리까지 모시려고도 했지만

웃기만 하시면서 도통 앉으실 생각을 안하셨습니다.

 

다들 의아해 하는 가운데

할머니가 위쪽을 쳐다봅니다.

신문들이 있는 쪽을요.

 

그러다 웃음섞인 나지막한 한숨을 쉬시고는 

조금 뒤 전철 바닥에 떨어진 신문지들을 줍고 계신겁니다.

조금의 웃음도 잃지 않으신 채로 말이죠.

사람들 다리들 틈에 끼이고 치이고 

하시면서도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신문들을 주워 담으십니다.

얼마나 안타깝던지..

(저도 당장 할머니를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전철 안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사람들의 표정은

갈등하고 있었던 얼굴로 기억합니다.

"도와줘?말어?"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어떤 인상좋은 아저씨가 갑자기

할머니를 든든하게 붙잡아 드리더니

"저는 이거 다봤습니다.고마 할머니 가져가이소."

하며 웃으십니다.보기 좋았습니다.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씀으로만 일관하시구요..

그런데 그 순간에,그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 거의 전부가

"할머니 여기도 있어요~","여기도요~할머니~"라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겁니다.젊은 사람,어린 아이,중년 부부,학생들 가릴 것 없이 말이죠.

저도 보고있던 신문이 있던지라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얼른 

할머니에게 드렸죠.어차피 거의 다 버려지는 신세지만

할머니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거니까요.

 

또 어떤분은 일어나서 위쪽 빈공간에 있는 모든 신문지를 모아서

할머니가 끄시던 작은 수레에 손수 다 담아주시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만 계속 하시구요..

고개 숙여서 인사하시고..

저희가 힘들지도 않거니와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그러셨습니다.

그러다 너무 고마워하시며 내리셨죠..

 

순간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더군요.

사람들의 행동때문이 아니라,

너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까지 조아리시면서 고맙다는 표현을

할머니께서 몇분 동안 쉬지않고 계속 하시던 것과

이런 조그만 배려조차 용기가 없어 꺼려하는

현대사회라는 곳의 단면 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단면은 단면으로만 끝나야 하지만요..

 

계속 머리를 조아리시던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얼마나 죄송스럽고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할머니,죄송합니다.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그래도 문득

양복 깔끔하게 차려입고 깐깐해 보이는 아저씨도

절대 자리양보와는 거리가 멀게 생긴 저같은 사람도

어른 우습게 알 것 같아보이는 학생들도

냉정하게만 보이던 이 세상도

아직은 다 썩지 않았구나 싶어 아주 조금은 안도했습니다.

(부끄럽지만요..) 

 

 

역시 우리가 하나 될 수 있는 방법은

월드컵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긴 데다 두서까지 없는 글,읽는다고 수고하셨습니다.^_^

 

  여러분, 헬스하면 몸무게가 늘어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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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음냐...|2006.06.21 18:22
무가지 신문은 설쪽에 훨씬 종류가 많습니다.각 지하철 역마다 배포대가 있지만 조금만 늦게 가면 볼 수 없습니다. 모두 나눠준 뒤기 때문이죠. 열차안에서 다본 사라들이 딱히누군가에게 줄 수 없기 때문에 나눠보는 의미에서 짐칸에 올려 둡니다.그러면 그날 신문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알아서 집어서 돌려보고 돌려보는거죠. 그냥 딱히 버릴데가 없어서 그러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그렇게 한두개씩 올려 놓다보면 필요한 사람들이 다시 보고 올려 놓고 아침에 그렇게나마 모두들 조금씩 뉴스를 접하게 되는거죠. 그할머니께서는 그렇게 신문을 걷어 가시면서 조금의 용돈이나 생계를 유지하시는데 사용하겠지만 그렇게나 할머니에겐 도움이 되고 또 시민들에겐 좋은 뉴스지가 되어주는데 마냥 화물칸의 신문뭉치들을 욕할것만은 못되구요.. 이런 신문을 청소부 아줌마나 용돈벌이 어르신들께서 너무 빨리 거둬 가시면 신문의 효용도가 떨어지긴 한답니다.
베플불면증|2006.06.22 09:22
부산은 훈훈한가뵈요..? 서울은 한마디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전쟁터와 같아요. 짐칸에 올려놓은 신문지를 싹 쓸어가시는 스피드란 바람과도 같다는... 생계를 위한 일인건 알지만 그분들 너무 과격합니다.
베플><;;|2006.06.22 09:28
베플. 훈훈하게 읽고 넘어가면 될 것을 꼭 저렇게 말꼬리 잡는 사람들이 있지...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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