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온 학교에 '날라리'로 소문이 자자했던 저의
한쪽 머리속에 '난 참 좋은 놈이야'로 기억되고 있는 얘기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참 가지고 싶은 것도 많았고 엉뚱하게
튀어보고 싶던 충동이 강한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종례시간
선생님: 우리 반은 공부도 별로, 운동도 별로, 환경미화도 별로
뭐하나 잘하는게 없다. 오늘 등록금 통지서가 나갔으니까
등록금이라도 빨리 내서 그 부문에서나마 모범반을 만들자.
마감일이 지나고도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저희 반에 4~5명은
되었습니다.
*다음날
편지봉투에 돈을 넣어주시며 어머니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엄마: 잃어버리지 말구 가방 밑에 넣어서 가져가야 한다
학교가면 등록금 부터 내고.
나: 원, 엄마두 내가 언제 잃어버리는 것 봤어?
학생들이 붐비는 것이 싫었던 전 항상 일찍 등교를 하곤 했습니다.
버스에 올라타서 두어 정거장쯤(?) 지났을 때 남매로 보이는
어린 아이 둘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신발은 신지 않았고 옷도 다 해진...
한 눈에 보기에도 초라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또 껌을 사달라고 하겠지?' '한통 사 줘야지' 그러나 살펴 본 아이들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고 설령 껌을 판다고 해도 많이 사줄 승객도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좌석도 차지 않은 정도의 승객이 있었을
뿐이니까요.
뭘 할까...?란 궁금증이 더해갈 찰라 남매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남매의 노래.
"그 누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불씨야 불씨야 다시 피어라
끝내 불씨는 꺼져 꺼져 버렸네"
바로 신형원의 '불씨'였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뜻인 줄이나 알고 불렀겠냐만
그 날 아침따라 그 노래는 제 가슴을 충분히 울렁이게 했습니다.
나: 얘들아, 이리 와 봐.
머쓱하게 남매가 제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나:니들 엄마는 계시니?
남매중 누나로 보이는 여자애의 대답. "아뇨"
나: 몇살이니? 집은 있니?
여자애:난 8살. 얜 7살. 집 없어요.
그러면 안되었었는데 가방 밑바닥에 깔려있던 '등록금'이 생각났고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었기에 남매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목욕부터 시켰습니다.남자애는 내가 목욕을 시켰고
여자애는 카운터에 부탁을 했습니다.그리곤 밥을 먹였고 옷과 신발을
사 주었습니다.
나: 너희들 배고프면 아까 그 시간에 그 버스를 타 알았지?
해맑은 미소를 지어야할 그 남매는 표정이 끝까지 어두웠고 어떤 아저씨가
자기들을 키운다는 소리 외에는 별다른 말도 없었습니다.
착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잠시. 학교에 가니 이미 2교시가 끝나
있었고 담임 선생님은 저를 교무실로 불렀습니다.
선생님: 너 임마! 집에서 일찍 출발한 놈이 중간에서 뭐했어?
나: 선생님 저 등교하는데요 이러쿵 저러쿵...
자초지종을 다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피식~ 웃으시면서
선생님: 아주 대단한 인물이 우리 학교에 있었구만? 걔네들 데리고 오면
내가 믿어주지. 참 이젠 애들이 영악해 져서 별 거짓말들을
다하는군.
그 때 전 선생님께 실망을 했습니다. 7만원쯤 되는 돈에 선생님이 남은 돈을
보태 등록금을 납부하고 방과후에 돌아온 집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엄마의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너 왜 그래? 필요한 돈이 있으면 엄마한테 말을 해야지
그돈이 무슨 돈이니? 너 공부하는 등록금 아니니?
그 돈을 그렇게 네 맘대로 쓰면 어떡하니?
엄마의 잔소리는 하루종일 계속 되었고 저의 변명은 '거짓말'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착한일을 하는 학생이 되라'고 가르치셨고
바른생활엔 언제나 '착한 일'의 사례들이 즐비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다가간 착한일은 '거짓말'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그 남매들은 고등학교 생활을 끝낼 때 까지 단 한 번도 만난적이
없었습니다. 활기차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속에 어울려서 활보하는
남매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 제가 한 착한 일이 비록 거짓말이 되었을지라도 후회는 없습니다.
어른들의 의심하는 시선에 합격점을 받기 보다는 설령 '거짓말'이 되어
버린다 해도 내가 후회하지않는 행동을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눈속에 비춰진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로 비춰지고 어른들의
눈속에 비춰진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면 세상은 참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http://www.dayogi.org/?doc=bbs/gnuboard.php&bo_table=walk&page=1&wr_id=18
에서 보고 읽다 넘 조아서 퍼왔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