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자전거 내 자전거

조영빈 |2006.04.08 00:07
조회 26 |추천 0

 

 

나와 자전거와의 첫 만남은 상아색 페인트칠 골목으로 기억되는

회원동.아마 너댓살 경일것이다.

지금보면 정말 좁기 그지없는 골목이지만 나름대로 (우둘투둘한 시멘트바닥의) 꿈의 그레이레이스를 활주했던 경력과, 심심할때는 자전거를 엎어놓고 페달을 뱅글뱅글 돌리면서 붕어빵장수 아저씨 흉내도 냈던게 기억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리의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게됬다. 너른 아파트단지를 휩쓸기엔 세발은 부족했던지 어느새 내 품엔 보조바퀴가 멋있게 달린 커다란 네발자전거가 안겨있었다. 세발에 비해 안장이 많이 높아져서 생긴 넓은 시야에 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7살때 큰마음을 먹고 보조바퀴를 떼어 두발자전거로 만들기를

시도했다.

자전거방 아저씨가 보조바퀼 떼는 걸 신기한 눈으로 지켜보면서도 내심, '떼고도 내가 과연 잘 탈수있을까' 하며 조마조마해했다.

그런데 웬일!

네발일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부드러운 커브하며, 한층 높아진 속도라니! 거기다 나는 넘어지지도 않고 끝까지 직선으로 잘 달렸다.

물론 직선으로만;

그렇게 코렉스표 자전거는 한참을 탔다. 정말 한참을 탔다.

그런데 회자정리라고. 떠날때가 되었는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여름날 놀이터에서 녀석은 결국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상심에 빠진 나에게도 어김없이 12살은 찾아왔다.

그리고 덤으로 스포츠 자전거도 찾아왔다. 이전 녀석과 같은 코렉스표였다.녀석은 마산시내지리에 대한 나의 지식이 허락하는 한 어디든지 날 데려다주었다. 정말 가끔은, 가보지 않은 길에서 영감을 주어 어디가 바른길인지 일러주기도했고, 길을 헤매게 만들어 내 어린 모험심을 자극하기도했고, 무료해질때는 히이힝거리면서 앞바퀴를 번쩍 들어 날 즐겁게 해주기도했고.

그래서 지금도 난 내 자전거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12살부터 16살까지 장장 4년을 함께 하면서 정말 무수하게 고치고 뜯고 갈아넣었다. 하나하나 뜯어낼때마다 어찌나 안타까웠던지.

 결국 잠정적인 불구판정을 받고 17살부터는 나와 모든걸 함께하지 못하고있다.. 아니ㅡ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많이 부족하여 마구 굴렸고, 함께할 시간을 내지 못했다고 해야할것이다.

 

녀석은 지금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우리집 현관 앞 계단에 매어있다. 안장은 다 파먹히고, 체인은 녹슬었으며 브레이크는 터졌으면서도, 지금처럼 싸늘한 밤에도 내가 학교에 있을 낮에도 고집스럽게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녀석. 귀가할때 현관문을 여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난 느껴진다. 녀석은 특유의 서늘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눈매에는 어딘지 모르게 주인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풍기면서 날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을.

그것을 느낄때마다 나는 정말 미안해지고 한편으로는 속상해진다.

귤색 오후녘에 함께 쏘아다녔던 때나, 친구들과 함께 쏘아다녔던

숱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녀석은 지금 이렇게 간혹보는것만으로도

괜찮다며 멋쩍게 웃는다. 바보. 그렇게 고생만 하고서도.

고맙다. 못난 주인으로서.

 

지금도 자전거는 내 분신이나 다름없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