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경제법칙
조혜진
|2006.04.10 18:56
조회 41 |추천 6
자본주의 경제는 지난 400여년의 역사동안 매세기마다 혁명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17세기는 상업혁명의 시대였으며 18세기는 증기기관과 기계가 최초의 산업적 활용을 가져온 1차 산업혁명의 시대였다. 19세기는 철강과 화학산업이 주도한 2차 산업혁명의 시대였으며, 20세기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활용한 3차 산업혁명이 전개되었다
산업경제에서 정보경제로
21세기는 정보경제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정보경제란 좁은 의미에서 볼 때 정보 자체가 경제활동의 대상이 되는, 즉 독립된 상품으로 생산·판매·유통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가 상품화되어 생산·유통되어온 것은 21세기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보다 넓게 정보경제를 정의한다면, 단순히 정보뿐만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된 경제로서 정보산업부문이 여타 산업부문에 막대한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 경제시스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정보기술의 상품화와 산업화가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경제가 정보경제인 셈이다.
정보경제가 생산하는 정보재 (Information Goods, 정보와 정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포함)는 개발초기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은 엄청난 반면, 일단 개발된 후 추가적인 생산에서 발생하는 한계 비용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업으로 하여금 전통적인 가격전략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단가 자체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생산단가×(1+마진율)’이라는 전통적인 가격전략은 의미가 없으며, 동일한 정보재라 할지라도 소비자에 따라 그 가치가 서로 다를 수가 있다. 따라서 정보경제시대에 가격차별은 예외가 아닌 하나의 원칙이 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기술은 정보의 집적속도를 엄청나게 향상시키고 있으며, 집적된 정보를 저렴한 비용으로 분류·검색·복사·선별·조작·분석·전송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보경제 이전에도 이런 다양한 정보가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나 많은 비용의 발생이 불가피하였다. 21세기 정보경제시대에는 이것이 매우 낮은 비용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보의 전파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에도 이미 급속히 일반화 되고 있는 인터넷을 이용, 필요한 정보를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손쉽게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또한 웹사이트는 한번 생성된 후에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접속을 한다해도 추가적인 유지비용의 증가가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학적인 용어로 얘기한다면 웹사이트를 통한 정보의 가공행위는 한계비용이 제로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산 및 마케팅 전략과 경제의 유통조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보가공이 비싸던 시절에는 특정고객만을 위한 생산과 마케팅은 기업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경영전략이었다. 소수의 특정고객(Targeted Customer)의 선호와 요구를 알아내는데 들어가는 추가적인 조사·거래비용이 특정고객으로부터 얻는 추가적인 수입을 초과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런 조사·거래비용의 최소화를 통한 이윤의 최대화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량생산에 의해서만 가능했으며 자연스럽게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기업들이 19, 20세기 산업경제의 주역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반면, 정보가공의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정보경제시대에는 소수의 특정고객의 선호와 요구를 파악하는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생산이 곧 이윤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소수고객을 상대하므로 대량생산은 불가능하며 결국 기업의 규모도 21세기에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마디로 21세기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고도로 차별된 전세계의 고객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중소기업의 시대가 될 것이며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경제의 외부성
정보경제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네트워크 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네트워크 경제는 네트워크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성(Externality)이 존재하는 경제를 지칭한다. 네트워크로 인한 외부성은 정보경제에만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정보경제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네트워크 경제의 외부성은 한 상품의 가치가 그 상품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수에 의존하는 경우를 지칭하며, 이용자수가 많은 제품은 수요가 더욱 늘어나 강자는 보다 강해지고 약자는 보다 약해지는 긍정적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맥킨토시 컴퓨터의 주관적인 가치는 맥킨토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에 의존한다. 이는 정보재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가 외부와의 상호연결(Interconnection)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맥킨토시 운영체제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윈도우에 비해 사용자의 수가 현격하게 떨어진다면 소비자는 맥킨토시를 선택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 어렵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팩시밀리가 아무리 뛰어난 발명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팩시밀리를 갖고 있지 않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쓰레기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떤 제품이 네트워크의 외부성을 갖는다면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S자형 형태를 띄게 되며, 이는 제품의 도입초기에는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일정한 규모’의 다른 소비자들이 이미 이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지 않는 한 ‘모험적으로’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일정한 규모’를 특정 제품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임계소비군(Critical Mass)이라고 부른다. 일단 이 임계소비군을 넘어서면 이 제품의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사회
결국 네트워크의 외부성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제품의 성공여부가 얼마나 빨리 임계소비군 수준의 고객을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수준을 확보하고 나면 다른 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판매해도 이미 기존제품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외부효과를 향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쉽사리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계소비군의 확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시장에서는 이 제품이 업계표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CD플레이어가 LP를 제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베타 비디오가 VHS에 패배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DVD (Digital Verstile Disk, 영상물을 디지털화 하여 저장하는 디스크)의 성패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정보경제에서는 네트워크의 외부성으로 말미암아 ‘Winner Takes It All’의 시스템이 일반화된다. 임계소비군의 확보를 통하여 업계표준의 지위를 차지하게된 기업은 그 제품시장을 거의 독점하게 되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PC운영체제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외부성이 크지 않은 전통적인 제조업분야에서는 과점이 일반적인 산업구조라는 사실과 상당히 대비되는 측면이다.
그러나 경쟁자의 임계소비군 확보를 저지하지 못하면 설사 미리 제품을 출시했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시장을 잃어버리게되는 시장점유의 불안정성도 네트워크경제의 또 다른 특징이다. 따라서 자기제품을 업계표준으로 삼으려는 기업간의 치열한 ‘표준전쟁(Standards Wars)’이 빈발하며 기업의 부침이 심해질 것이므로, 유휴 생산설비와 인원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 시장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정보경제가 심화될수록 사회적 불안정과 빈부격차가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확체감에서 수확체증으로
정보경제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21세기에 각광을 받을 경제법칙으로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의 법칙이 있다. 수확체증의 법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렸을 때 생산량이 생산요소의 증가율보다 큰 비율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생산량을 늘려갈 수록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수확체증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의 법칙이 있는데,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기술의 개발과 적용, 정보의 가공, 아이디어의 사용을 주로 하는 지식집약적 산업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수확체감의 법칙이 도전을 받게 되었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산업경제시대에 들어맞던 법칙으로 지금도 경제분석의 기본 틀로서 자리잡고 있다. 수확체감이란 수확체증과는 반대로 생산요소의 증가에 비례하여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고 이 보다 작은 비율로 증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달리 말하자면 생산량을 늘릴 수록 추가로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이다.
수확체증의 경우 생산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한계생산비용은 감소하므로 수확체증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그 기술을 사용하여 생산한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생산을 지속하게 되어 시장전체를 장악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일단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새로운 도전자가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품은 생산을 많이 하면 할 수록 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의 기업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은 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아 상품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고 따라서 기존 시장장악자와 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수확체증의 특징은 궁극적으로 시장독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확체증의 기술을 보유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보유하게 되면 그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은 순식간에 무한대로 커지게 되고 오로지 그 기업이 생산한 제품만이 공급되는 것이다.
수확체증의 이유
수확체증 현상은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에서 수확체감 현상과 병존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확체감은 전통적인 산업분야, 즉 제조업분야에서 주로 나타나고 수확체증은 새로운 분야인 지식집약형 산업에서 주로 관찰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식주도형 산업에서 주로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할까?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정보재의 특징인 높은 초기개발비용(Up-front costs)때문이다. 의약품·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항공기·전기통신장비·생체공학 관련제품 등의 지식집약형 제품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설계해서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초기연구개발 비용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처음 윈도우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든 비용은 5,000만 달러였으나, 일단 개발이 이루어지고 난 뒤부터의 디스크 생산비용은 개당 3달러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이런 단위비용조차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계속 줄어들어 전체수입과 비교해 볼 때 아주 미미한 수준이 되어버렸다.
둘째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이다. 이런 지식집약형 제품들 중에는 사용자 네트워크와 연결이 되어야 사용이 가능한 제품들이 많다. 그 좋은 예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의 ‘자바’언어이다. 인터넷상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자바언어로 씌어지면 질수록 인터넷사용자들은 그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컴퓨터에서 실행시키기 위해 자바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자바’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셋째로, 소비자 타성(Customer Groove-in)이다. 지식집약형 하이테크 제품은 소비자가 사용에 익숙해지는 데도 어느 정도의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일단 어떤 제품의 사용에 익숙해지면 소비자들은 다시 많은 시간을 들여 훈련을 받으면서까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시장을 선점해서 소비자들과 먼저 만난 제품의 성공 확률은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 타성의 대표적인 예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인 ‘아래아 한글’과 여타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과의 싸움이다. 아래아 한글이 다른 프로그램들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워드프로세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래아 한글이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선한 측면도 있었지만 바로 소비자 타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럼 수확체증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식집약 산업분야에서는 어떤 경영전략이 유효한 것이 될 것인가?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의 경우 가격경쟁전략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존 기업이 자신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통한 시장확보는 불가능하다.
소비자 타성이라는 수확체증 경제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새로 개발될 제품이 꼭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수확체감의 경제에서는 어떤 기업이 낮은 품질의 제품을 팔고 있다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타성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품질이 좋더라도 시장을 뺏기 어렵다.
결국 수확체증이 지배하는 산업에서는 초기에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이 투입되더라도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분야의 신제품을 개발하여 먼저 시장을 장악하고 그 시장에서 독점이윤을 최대한 향유한 뒤 다시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품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 된다.
[출처: LG경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