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1945년경 중국의 유명한 재판관인 여주선생이란 사람이 실제 살아서 저승에 가서 명부 재판관을 지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우리가 간간이 들어왔던 저승에 대한 얘기를 명부에서 벌어지는 재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 글들이 전부 사실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승세계에 대해 조금 더 접근해 갈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되돌아 보게 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저 승 문 답 원저 : 유명문답록(幽冥問答錄) 구 술 : 여주선생 수 록 : 임유양 번 역 : 박금규(원광대학교 사범대 한문교육과 교수) 번역자의 이끄는 말 이 '저승문답'은 최근(1945) 중국의 제2의 포청천으로 명성을 드날렸던 명판관 여주(黎澍)선생의 실제 저승 재판기록이다. 여주선생은 다 아는 바대로 나이 많고 덕이 높고 또 명판관으로 법률계에 소문이 난 사람이다. 그는 늘 평소에 자신이 저승의 재판관으로 다년간 있었고, 수면중에 잠깐 명부(冥府)에 가서 그 옥안(獄案)들을 처리했노라고 말하곤 하였다. 그때 중국군의 참모장 임유양은 그와 매우 절친한 사이로 그러한 저승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였다. 그리하여 그 바쁜 와중에도 어느 날 하루 짬을 내어 본격적으로 임참모장이 그간의 경위를 직접 묻고 그에 대한 여주선생의 구술(口述)을 손수 수록하여 저승문답이란 한 권의 책이 이루어진 것이다. 흔히들 요즘 신세대인들은 자칭 소위 과학과 문화를 연연하여 저 신명세계 귀신이야기를 하면 아주 질겁을 하고 무슨 벌레를 씹었거나 똥밟은 것처럼 몸서릴 치고 도망간다. 그리고 아주 무지몽매한 미개인 취급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 신명세계를 부정하는 현대 문화인들이 살인, 강도, 강간, 부정, 비리를 이처럼 서슴없이 자행하는 것일까? 생혈을 빨고 인육을 뜯는 저 막가파나 지존파 등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 이 '심령' '신명세계'에 중점을 두고 교화하는 것일텐데, 이렇게 번창한 종교의 주장이 무슨 힘이 있단 말인가? 불교의 윤회설은 차치하고서라도 인류의 영원한 스승인 공자도 그 주역(周易) 계사편에서 " 역은 위로는 천문을 관찰하고 아래로 지리를 살피고 있다. 그러므로 이승과 저승의 일을 알며, 사물의 시초를 미루어 사물의 종말을 알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고 사는 이치를 알 수 있으니, 정기(精氣)가 엉기어 모인 것이 생물이 되고, 변하여진 것이 영혼인 것이다. 그러므로 귀신의 실체와 정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하였고, 또 중용(中庸)에서 말하기를, " 귀신의 덕됨이 왕성하기도 하구나.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지만 만물의 본체가 되어 있어 빠뜨릴 수가 없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소위 사대부라고 하는 사람들이 귀신을 무시한다든지 귀신을 말하기를 꺼린다는 것은 바로 공자를 무시한 것이며, 주역을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 우주 자연의 섭리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모난 것이 있으면 둥근 것이 있는 것이다. 이걸 미루어 생(生)과 멸(滅),음(陰)과 양(陽),유(幽)와 명(明),인(人)과 귀(鬼)가 모두 상대적으로 넓혀져 존립하는 것이 사물의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두렵고 놀라서 무서워 떨면서 지나온 일들을 반성하고 다짐하였다. 귀신을 믿고 안믿고간에 어쨌든 이 한편의 책은 권선징악의 공이 모두 갖추어 있어서 세상인심을 바로 잡는 데에 유익된 바가 없지 않겠기에 여기에 번역하여 게재하는 바이다. ♣ 선생이 지난날, 일찍이 저승의 재판관이 되었었다 하셨는데 정말 그랬습니까? → 그렇습니다. 세간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모두 괴이하게 여길 터이지만 나로서 볼 것 같으면 그 일이 일상적인 일이어서 조금도 괴이하지 않았습니다. ♣ 그것이 어느 때의 일이었습니까? → 청나라말 광서(光緖) 경자(庚子, 1900)무렵의 일로써, 내 나이 열아홉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 소임은 어떤 직무에 관계했으며 어느 부 밑에 속했습니까? 그리고 직원은 몇 명이 있었는지요? → 동악부(東嶽府) 아래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동악은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사건을 집행한 뒤에 공사를 가지고 보고를 올렸을 뿐입니다. 나는 그때 분정(分庭)의 정장(庭長)을 책임 맡았었는데, 따로 배심원 네사람을 두었었고 봉사한 귀졸(鬼卒)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 저승재판관을 몇 년이나 맡았었습니까? 그리고 그 일은 매일 가서 처리했습니까? 또 어느 지방을 관할했었습니까? → 전후 4~5년간을 했었고, 날마다 가서 했습니다. 관할구역은 화북(華北)의 다섯 성을 맡았었습니다. ♣ 저승에서는 왜 선생을 재판관으로 삼았었는지요? → 나 또한 일찍이 같은 사건을 맡아서 조사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또 수전세(數前世)에서도 저승판관을 했었습니다. 그 속세 인연의 끈으로 해서 다시 그 일을 맡았을 뿐입니다. ♣ 저승에도 규정 법률이 있습니까? 있다면 선생은 그런 율법을 학습하지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재판에 착오가 없을 수 있을까요? → 내가 그 규정 법률이 있었던 것을 못 보았던 것 같은데, 다만 그 제안을 판결하면 저절로 그 급소에 정확히 들어맞았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 선생이 맡아서 했던 일은 어떤 종류의 사건이었습니까? → 내가 맡았던 일은 사람이 죽은지 10개월 이내의 것으로, 그 사람의 생전에 지은 선행과 악행의 사건을 맡아서 했습니다. 기한을 넘긴 일을 따로 맡아서 처리하는 주무자가 있었습니다. ♣ 선생은 그때에 염라대왕을 보았습니까? →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 사람의 생전에 하였던 선악의 행위를 귀신이 어떻게 다 알고 다 볼 수 있단 말입니까? 빠뜨리지 않고 다 기록되어 있습니까? → 예. 귀신은 형체가 없는 것도 능히 다 볼 수 있고, 소리가 없는 것도 다 들을 수 있습니다. 인간 세계의 온갖 사상과 행위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귀신은 스스로 다 알고 다 알 수 있습니다. 그 기록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또 귀신은 사람의 머리 위의 붉고, 누렇고, 희고, 검은 빛깔을 보고서 그 사람의 행위와 생각의 선악을 다 알 수 있습니다. ♣ 죄 지은 귀신도 또한 교활한 변명을 합니까? → 예. 극히 많습니다. 죄 지은 귀신은 그가 지은 죄악에 대해서 역시 교활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다가 그 죄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면 그때에서야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 일찍이 한 귀신을 심판하는데, 그 사람이 생전에 겉으로는 위선적인 행위를 닦으면서 남 모르게 못된 짓을 다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악행 범죄의 사실에 대해서 극력 부인을 하는데, 내가 보니까 그 사람의 죄악이 산처럼 쌓여 있었어요. 증거를 확실히 파헤쳐서 극형을 가하려 하는 찰라에, 그 귀신이 뜻밖에 금강경(金剛經)을 외우고 있어요. 그러니까 좌우 배심원들이 그 귀신의 머리 위에 붉은 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심판을 정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나는 그 배심원들이 그 귀신한테서 뇌물을 받고 사정에 끌려서 그러는가 하고 이에 형을 더 무겁게 가하려 하니 그 귀신이 더욱 힘써 금강경을 외우는 것입니다. 좌우 배심원들이 나더러 "빨리 일어나서 삼가 공손히 서 있어라"고 하더군요. 내가 이르기를 , " 나는 공판정의 우두머리인데 어찌하여 범죄자를 향하여 공손히 서 있어야 하느냐? "고 했더니, 좌우 배심원들이 이르기를, "아닙니다. 이 귀신의 머리정수에 불광(佛光)이 이미 나타났는데, 그런데도 그를 심판하면 부처님을 모독한 게 되니 심판을 정지한 것만 못합니다"라 해요. 내가 그때 그들을 보니까 그들은 모두 일어서서 두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공경한지 극히 장엄해요. 내가 그들에게 묻기를,"그러면 이 죄인을 어떻게 판별하여 처리하려 하는가?" 하고 따졌더니, 그들이 이르기를, "그를 판결하기를 사람의 태에 보내기를 수차례하여 그로 하여금 금강경을 기억하여 외울 수 없을 때를 기다려 그때에 가서 다시 그 죄를 다스리면 됩니다."그래요. 내가 말하기를, "그를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면 그로 하여금 오히려 유익되게 하는 것이 아닌가? 또 그를 수차례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면, 그가 응보(應報)를 받게 되는 것은 수백년 이후라야 되는데, 어찌 그리 더디게 하여 그르치려 하는가?" 고 했더니 좌우에서 말하기를, "그로 하여금 잠깐 태어났다가 금방 태안에서 죽게 하면 몇 년이 안 가서 이미 몇 대를 거친 것이 되니, 그가 지은 죄업은 죄업대로 과보를 받게 되고, 금강경을 외운 것은 또한 금강경을 외운 공덕이 있게 되니, 이 두 가지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훗날 그가 지은 죄업을 분별하여 응보를 받게 하면 두 가지 일이 조금도 어그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내가 마침내 그렇게 하도록 윤허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