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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족쇄, 그리고...

이환희 |2006.04.18 15:27
조회 17 |추천 0

 드디어 당신이 왔습니다. 당신을 옭아메고 있던 족쇄를 잠시 풀어두고 당신은 우리 곁으로 와주셨습니다. 당신의 족쇄는 아직 영구적으로 풀린 것은 아닙니다. 그 족쇄는 시일이 지나면 당신의 돌아감과 동시에 당신의 전부를 또다시 옭아멜 것입니다.

 그 족쇄는 당신 이외에도 수 많은 젊은이들이 차고 있는 족쇄입니다. 그 수많은 젊은이들의 한없는 젊음과 끝없는 질주에 제동을 거는 족쇄입니다.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그 족쇄는 한편 나라를 지키는 족쇄입니다. 당신에게 마냥 족쇄에서 벗어날 것을 권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책임의 족쇄요, 역(役)의 족쇄입니다. 당신의 자유를 위해 당신의 선배들이 무수히 져왔던 그 족쇄가 이제는 당신의 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당신은 원치 않으셨겠죠. 누구나 원치않는 족쇄입니다. 그러나 그 원치않음의 이유로써 마냥 썩혀버릴 순 없는 우리의 소중한 족쇄입니다. 당신이 그 원치않음의 족쇄 속에 갖혀있는 게 제 마음한켠에 늘 자랑거리였습니다.

 당신은 당당히 그 족쇄를 수긍했고, 견뎌냈으며, 앞으로 계속 그러하실 겁니다. 당신은 비겁하지도 나약하지도 않음으로요.

 당신의 족쇄는 당신의 말투도 변하게 했군요. 전화통화를 통해 들려오는 당신의 말투는 저로 하여금 당신을 낯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낯설음은 결코 비호(非好)의 낯설음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달려나가 길 가는 행인을 붙잡고 당신을 자랑하고 싶어하게 하는 그런 낯설음이었습니다. 당신은 그 말투를 어색해했고 부끄러워 하셨겠지만 제게 그 말투는 당신을 세상 그 어떤 남자보다 더 높은 남자의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한 말투였습니다.

 하지만 당신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변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당신을 당신으로 알아보게 할 수 있는 모습이었으니까요. 당신이 만약 그 족쇄에 의해 전부 변해버린다면 저는 당신 앞에서 다만 난감합니다. 당신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맬 뿐일 겁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당신을 비로소 당신으로 알아보게 하는 그 모습을 잃지 않으셔서요.

 당신과 함께 노래도 불렀습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어찌나 눈물겹고 절실하게 들리던지 집에 돌아온 지금까지도 그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당신의 목청은 그 족쇄에 의해 더욱 커졌답니다. 족쇄가 가져다 준 구차한 선물이겠지요. 그 구차한 선물인 당신의 트인 목청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는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마치 기갈에 허덕이던 제게 당신의 목소리는 일용할 양식 같았습니다. 허겁지겁 받아들였지요. 제 귀로요.

 그렇지만 결국 저는 당신의 노래소리를 전부 듣지 못하고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단지 집이 멀다는 이유로. 차가 끊긴다는 이유로 오랜만에 족쇄에서 풀려난 당신에게서 저는 결국 집으로 오고 말았습니다.

 시간이란 야속해서 조금의 늦장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너무도 아쉬웠고 섭섭했지만 족쇄에서 막 풀려난 당신을 두고 떠났습니다.

 돌아갈 때 당신을 한 번 꼬옥 안아줬습니다. 당신은 당황했습니다. 친구 간의 그런 반응을 항상 조십스러워 했던 당신이었으니까요.

 돌아오는 버스와 지하철에서조차 당신 생각에 벅차올랐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넉넉한 웃음과 밝은 미소를 선사했던 당신. 우리들이 다투기라도 하면 가장 마음 조리셨던 당신.

 비록 당신을 구속하고 있는 족쇄때문에 당신을 마음껏 볼 순 없습니다. 당신은 현재 우리보다는  우리의 확대인 나라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나라를 지키는 족쇄에 당신의 발이 묶여있습니다. 당신은 날고 달리고 싶으나 그 족쇄는 당신에게 그런 자유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늘 당신을 보며 족쇄와 나라, 친구를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 셋을 아우르는 사람입니다. 또한 당신은 그 셋을 현명하고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꼭 그런 사람입니다.

 이제 곧 당신은 다시 족쇄 속에 메인 몸이 되지만 결코 그 족쇄 안에서만 머무르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더불어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을...

 

이 글을 얼마 전 100일 휴가 나온 내 친구 이병 송지구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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