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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효도 ;; 장남의 마음

신성수 |2006.05.06 13:32
조회 37 |추천 0
동생의 결혼식이 있던 전날밤 오랜만에 우리 4남매가 한 자리에 앉았다. 벌써 3남매의 엄마가 되어 있는 누나, 1998년 내가 일본으로 오던해 결혼해서 2남매의 아빠가 되어있는 형, 다음날 새 가정을 꾸리게 되는 동생...그리고 나... 우리 가정사에 있어서 4남매간의 첫 가족회의인 셈이었다. 주제는 엄마와 아빠의 해외여행이었다. (난 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엄마..아빠.. 이 호칭을 고집한다. 내가 나이들었다고 어머니..아버지..이렇게 부르면 왠지 부모님이 갑자기 늙어버리시는거 같은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우리집보다 더 어려운 가정도 많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빚으로 그당시 50만원이라는 돈으로 창고자리를 사서 작은 아버지와 아빠가 집을 지으셨다. 이후로 목공소, 과일가게, 주방용품가게를 하시면서 우리 4남매를 키우셨다. 이제는 나만빼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을 다니며 사회인으로서 나름대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부모님의 고생하시는 걸 옆에서 보고 느껴온 우리들 이었기에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리자는 형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형제는 없었다. 장남인 형이 모든 수속을 맡고 금전적인 면에서도 다른 형제들의 두배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여행지는 괌이나 사이판 아니면 동남아 쪽으로... 해외인 만큼 형이 휴가를 내서 동행하는 걸로... 형의 여행경비는 형이 부담하는 걸로. 나는 형에게 부담이 크다는 걸 그냥 형은 장남이니까... 누구보다 안정되어 있으니까... 라고 가볍게 흘려 버린건지도 모르겠다.

 

 동생의 결혼식을 마치고 난 일본으로 돌아왔고 며칠후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모님이 해외로 가지 않겠다고 고집하신다는 것이었다. 해외 나가서 돈 쓰느니 그냥 돈으로 달라고 하신다는... 우리 부모님다운 생각이고 우리 4남매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ㅋㅋ아끼고 사시는데 익숙해 있는 부모님한테는 그게 사치라고 생각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해외가 아닌 제주도로 다녀 오시는 걸로 합의점을 찾았다고...

 그런데 형이 제주도를 같이 다녀오겠다는 거다. 난 말안통하는 해외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있겠냐고 그냥 부모님 두분이서 오붓하게 다녀 오시는게 더 낫지 않냐고 했다. 거기에 이어진 형의 말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야 우리 부모님 성격에 우리가 돈 드린다고 제주도 가서 맘놓고 좋은거 드시고 편하게 여행 하실거 같냐? 분명히 돈 아깝다고 택시도 안타고 버스타고 다니실거고 싼 거만 드시다가 오실거다.'

 

 정말 그랬다. 그건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형과 통화하는데 울컥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잠시나마 에이 형이 가고싶으니까....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역시 장남은 틀리구나...아무나 장남노릇 하는건 아니구나...내가 고등학교 다닐때 일이 생각났다.......

 

 '니가 형이냐??!!!' 돈 때문에 힘들어하던 부모님...부모님과 형과의 불화 끝에 내뱉었던 말. 형은 중학교 다닐때 충분히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할 수 있었지만 공고로 진학을 했다. 빨리 돈 벌어서 집안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형의 가장친한 친구들은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결정속엔 나와 누나 그리고 동생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리라... 우리집 형편에 4남매 모두를 대학에 진학 시킨다는거 지금에야 생각하는 거지만 무리였을 것이다. 형은 거기까지 생각한 것이다. 돈 때문에 부모님을 힘들게 했던 것도 빨리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장남의 책임감때문이었으리라....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통화를 끝냈다. 다음날 그럼 부모님 편하신대로 제주도로 여행다녀 오시라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그런데 왜 형은 따라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오랜만(아니결혼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아빠와의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셨으리라... 차근차근 설명을 드렸다. 엄마 아들 참 잘 키우셨다고...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형은 그런 것까지 생각했더라고 그러니까 아무말씀 마시고 형이 하자는대로 하시면 된다고...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흔들리는게 느껴지고 덩달아 나도 울음이 터지는걸 참으려니 목구멍이 아파왔다. 형의 사려깊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존경스러운 형... 형님이라 부르고 싶지만 아직 쑥스러워서 부르기가 힘들다. 하지만 나도 결혼하면 그렇게 부르게  되겠지...

 

 제주도에 계실 때 쯤 전화를 걸었다. 형이 렌트카를 몰고 여기저기 구경시켜줘서 즐겁게 지내고 계신다고...검은 돼지 먹었다고...엄마의 들뜬 목소리와 아빠의 .. 우리는 잘 있으니까 너나 몸생각하라는 ... 그리고 너만 결혼하면 아무 걱정없다는 압박까지....ㅜ.ㅜ 내가 여행간 것보다 더 뿌듯했다. 근데 영찬이 요놈은 리모콘 카 까지 사주면서 내 얼굴 기억하길 바랬건만 누군지 모르겠단다. 다음번엔 한대 쥐어박아주마...

 

 

 자식을 키우면서 용돈주고 부모노릇 다했다고 생각하는 부모. 용돈적게주면 책임도 못 질 거면서 왜 낳았냐고 울부짖는 자식들. 부모님한테 송금하고 해외여행 보내드린걸로 자식노릇 다했다고 생각하는 자식들. 물질 만능주의가 낳은 노폐물이 아닌가싶다. 게다가 요즘은 자식이 부모를 죽였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부모님은 바쁘게 사시면서도 자식들을 정말 올바르게 키우신거다...적어도 장남만큼은 성공하셨다고 확신한다. 요즘들어 목소리에 힘이없고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보는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변해 가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내가 아버지가 되면 우리 부모님의 반만이라도 자식들을 키워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어버이날을 앞둔 지금 뭘 보내드릴까 생각 중이다.  아니 이런거 다 있는데 뭐하러 보내냐? 라고 호통치실 아빠 얼굴이 떠 오르지만 그래도 제가 사 드린건 더 멋있잖아요라고 애교 좀 떨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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