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3인의 태극전사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25일 밤 우리는 내친 김에 결승까지를 외치다가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대들을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처절하게 쓰러지도록 가슴이 터질 때까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 눈물은 어디서 그런 힘이 갑자기 나타나서 철인처럼 싸우는가
신비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나의 무관심과 편견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난 정말 여러분에게 미안합니다.
송종국선수가 청소년대표를 거치고 재작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당신이 작년프로리그에서 최우수신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영표선수가 99년부터 국가대표 부동의 윙백이었다는 사실도 몰랐었습니다.
국가대항전에서 골을 넣지 못하면 아무도 기억하지않는 이 나라의 척박한
냄비축구팬이 바로 나였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프로리그데뷔도 없이 일본에 진출한 유일한 선수였다는 것도 몰랐었습니다.
스물 한 살의 순박한 청년이 무쇠같은 체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에 나는 감동받았고
언제나 웃음을 짓지 않는 멀뚱한 청년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메어져 왔습니다.
그 어린나이에 일본까지 가서 결국 이제야 한국에서 이름을 빛내게 하는
우리의 매정함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설기현 선수가 연속 6골을 터뜨리면서
벨기에 명문 안드레흐트로 이적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플레이를 했었다는 것도 역시 몰랐었습니다.
벨기에 1부리그에서 주전공격수로 뛰는
당신의 어머님은 시장에서 2평짜리 과일가게를 하고 있고
떵떵거리며 사는 스포츠스타가 아니었다는 것도 정말 몰랐습니다.
부모님께 그렇게 효자라는 소문이 자자할 때까지 난 당신이 누군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김남일 선수. 기술이 부족하다며 국내 팀들이 외면했던 당신의 이름.
결국 고생끝에 수비수로 자리매김을 했고 악착같은 승부근성으로
우리는 당신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를 했던.. 공사판에서 벽돌을 지었던 아픔..
이제서야 그것을 알고 감동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만일 우리선수들이 예전처럼 맥없는 경기를 했다면
아마 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축구 잘 하는 사람의 가정이 저렇게 삶을 꾸려나가야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 들였을 지도 모릅니다.
난 이런 내 모습이 정말로 혐오스럽습니다.
차두리선수가 차범근씨의 아들이라 대표팀 합류가 쉬웠겠지 폄하하고..
골을 못 넣고..헛발질을 할 때면..아버지 반만큼만 해보라며 욕을 했던 나였습니다.
당신이 스물 두 살의 대학생이며 앞으로 남은 미래가 더 밝다는
평범한 사실도 잊은 채 말입니다.
최용수 선수, 이민성선수, 김태영선수, 이운재선수, 황선홍선수, 최진철선수, 홍명보선수
나이 서른이 넘도록 오직 축구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온
그들을 언론과 우리가 쓰러뜨리며 짓밟고 비웃었습니다..
폴란드전에서 첫 골을 넣은 황선홍 선수에게 우리는 그동안
‘똥볼’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붙여주었고..
축구가 좋아..죽어라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불태워온 그들에게
우리는 ‘개발’이라고 욕하며 10여년을 보내왔습니다.
정말 저는 여러분에게 죄를 짓고 살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참가하지 않았다면서 격려금을 차등지급한다는
축구협회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최용수선수, 이민성선수, 최태욱선수 그 누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차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날에 우리가 여러분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습니까.
나는 정말 그대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앞으로 어디에서 여러분이 공을 차고 있건 간에 나는 무조건 그대들이 편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그 수많은 땀과 눈물을 외면했던 나의 속 좁음을 뉘우치면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