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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고 즐겁게 일기쓰는 아이들

시소영어 |2006.05.18 15:10
조회 85 |추천 0

[커버스토리]신나고 즐겁게 일기쓰는 아이들 [경향신문 2006-04-17 15:33]    

일기 잘 쓰는 아이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기쓰기를 ‘마음의 짐’이 아닌 즐거움으로 느끼는 아이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일기를 ‘정아인의 신나는 일기’와 ‘정아인의 진짜 신나는 일기’라는 두권의 책으로 펴낸 정아인양(분당 양영중2)과 지난해말 ‘초등학생 유빈이의 영어일기 표현 따라하기’를 낸 배유빈양(고양 능곡중 1),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학급과 가정에서 일기지도를 열심히 하는 초등학교 교사 이무완씨(동해 망상초)와 딸 은솔이(동해 청운초2)가 말하는 일기 얘기를 들었다.

#일기책 2권 출간한 아인이

“학교에서 ○○이와 싸웠다. 엥, 또 싸워? 내가 ○○랑 참 많이 싸웠나 보네. 내가 이런 적이 있었나?”

아인이는 오랜만에 들춰보는 일기장들이 무척이나 재미있는 모양이다. 중학교 2학년인 아인이는 초등학교 5학년때와 6학년때 일기를 엮은 책 2권을 낸 꼬마작가.

유치원때 그림일기부터 시작된 일기는 초등학교 내내 이어졌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하루 중 가장 인상적인 일들을 자세히 쓰면서 마음이 풀린다는 걸 한두번 경험한 이후, 아인이에겐 일기장이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별로 대단한 것들도 아니었어요. 학교에서 웃기는 일이 있었을 땐 몇번째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뭐라 그랬고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표정이 어땠는지까지 떠올리며 써내려가다 보면 쓰면서도 너무 즐거웠어요. 어쩌다 너무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이거 일기 쓸 때까지 기억해야 되는데’ 걱정까지 할 정도였죠.”

즐거웠던 내용을 생각하면 만날 웃음이 나왔고, 후회스러운 일들을 쓰다보면 정말 뼈저리게 반성하는 시간이 됐단다.

3, 4학년때부터는 타자연습도 할 겸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쓰고 출력해서 일기장에 붙였다. 온갖 상념에 잠겨 30~40분은 기본이고 1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인이를 보다 못한 엄마가 재촉할 정도. “대충 좀 써라, 적당히 빨리 쓰고 다른 공부하면 안 되겠니?”

아인이 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던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에게 말씀드려 책이 나오게 됐다. 아무리 칭찬해도 귓등으로 흘려듣던 할아버지도 한번 보시곤 “얘만의 스타일이 있구나” 말씀하시며 당장 출판사로 달려갔던 것. 아인이 외할아버지는 유명한 아동문학가 김녹촌 시인이다.

“솔직히 일기검사는 3학년까지만 했으면 좋겠어요. 커서는 엄마가 잘 몰라보도록 영어일기를 주로 썼죠. 헤헤헤.” 4학년부터 간간이 썼던 영어일기도, 일기쓰기를 워낙 좋아하던 아인이에겐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 들어간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이 ‘일기소녀’는 요즘 특목고 입시 준비하느라 일기를 맘 잡고 쓸 시간이 없어서 속상하다. “일기를 마음놓고 쓸 시간이 없어서 너무 섭섭해요. 초등학교땐 저녁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 쓰다보면 웃음도 나오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했는데….”

현재 아인이의 꿈은 과학자. 그중에서도 천문과 물리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의 꿈인 작가,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글쓰기에 행복을 느끼는 아인이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글로 풀어내는 일도 병행하고 싶단다.

#영어일기 표현책 낸 유빈이

“유빈아, 이 숫자가 뭐니?” “제가 쓴 일기장 수예요.” “뭐라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유빈이의 일기장 앞에 쓰여진 숫자를 보고 깜짝 놀라곤 했다. 6학년때까지 하루도 안 빼먹고 쓴 일기가 담긴 일기장이 무려 49권.

고학년이 되면서는 한글일기 외에 1주일에 한두번 영어일기를 따로 썼다. 영어공부 시킬 방법을 찾던 유빈이 엄마가 2학년때 한글일기 밑에 영어로 한두마디 쓰라고 했던 것이 영어일기의 시작. 처음엔 한글일기 쓴 걸 요약해서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책 읽고 쓴 독후감이 많아지더니, 중학교 입학한 얼마전부터는 주로 중학교에 입학해서 힘들어졌다는 얘기 등 생활속의 경험과 감상을 영어일기에 담고 있다. 일기쓰기가 몸에 붙은 유빈이는 중학교 입학 이후엔 영어일기만 쓰고 있다. 일기쓰기에 워낙 익숙했던 덕분에 영어도 공부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영어일기를 써왔는데 이 결과 영어실력도 쉽게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출판사를 하는 지인 가족과 휴가를 같이 갔다가 항상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는 유빈이의 모습을 눈여겨 본 출판사에서 영어일기를 내자는 제안을 해왔다. 4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쓴 40편이 실렸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유빈이가 즐겁게 일기를 쓰도록 도왔던 엄마는 꾸준히 썼던 유빈이의 우리말 일기를 출판사로 가져가볼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유빈이의 꿈은 외교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유빈이는 우리말과 영어를 열심히 갈고 닦는 중이다.

#아빠와 대화하며 글감 찾는 은솔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니. 학교 공부 어려운 건 없었니. 날 더운데 힘들지 않았니….”

은솔이 아빠 이무완 교사(동해 망상초)는 날마다 저녁식탁에 앉으면 아이의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물어본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더 자세한 질문이 시작된다. “친구가 그때 무슨 말 했는데? 넌 무슨 말 했어? 기분은 어땠는데?”

한국 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교실에서도 늘 일기쓰기를 중점 지도하는 아빠이니 은솔이의 일기에도 남다른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 유치원 다니던 6살 때부터 아빠의 남다른 노력이 시작됐다. 은솔이가 하는 재미있는 말들을 대화체로 그대로 기록해 둔 것. 야외에 나가거나 집에서 뉴스를 볼 때에도, 쇼핑을 할 때도 아빠의 손엔 수첩이 들려있었다. 수첩이나 영수증 뒤, 바쁠 땐 휴지에도 기록한 아이의 보석같은 말들은 아이가 그린 그림과 함께 두권의 ‘마주이야기’ 문집으로 탄생했다.

그 한토막.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하도 관심깊게 보는 은솔이에게

아빠: 탄핵이 뭔지 아니?

은솔: 일을 잘 못해서 들어가서 공부 더 하고 나오라고 하는 것이에요.

또, 계속해 침을 흘려대는 동생에겐 “은새 턱에 구멍 났나봐, 은새 침은 요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니까”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글을 어느 정도 배운 지난해 2학기부터는 일기쓰기를 시작했다. 이 갈기 시작한 일이라든지, 안경을 처음 쓴 날, 식구들에게 섭섭했던 일, 친구들 얘기 등 은솔이의 ‘작은 역사’들이 하나둘 채워지고 있다. 즐거웠던 일보다는 억울했던 일, 섭섭했던 일들을 많이 쓰는 은솔이. 30분에서 1시간 일기를 쓰고 나면 아이도 나름대로 가슴이 후련해진 듯한 눈치란다.

〈글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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