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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학교 교육에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

윤승원 |2006.06.02 22:44
조회 54 |추천 1
경찰학교 교육에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 를 배양하는 경찰직무 교육장

 

글.사진 윤승원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준비하라." (키게로ㆍ철학자)

생활실 벽에 붙어 있는 표어. 준비과정 없이 일을 시작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다. 인천 부평의 경찰종합학교 제 5 생활실 벽에 붙어 있는 문구입니다. 저는 요즘 매일 같이 이곳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이 문구와 수 없이 마주칩니다.

'충분히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크게 보면 두 가지의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보다 잘 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지요. 이 문구를 여기에 붙여 놓은 분의 당초 의도와 나의 이런 해석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으로서 그 동안 몸으로 익힌 직무에 대한 지식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이곳에 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이 먼 곳에까지 와서 합숙 교육을 받는다면 무엇 한 가지라도 나름대로 분명한 목적을 찾지 않으면 금쪽 같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벽에 붙여 놓은 이 글귀는 3주라는 결코 짧지 않은 교육 기간 중 '나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마주치는 글이 또 있습니다. 학교 본관 건물 꼭대기와 체육관 건물 앞에 간판처럼 커다랗게 붙여놓은 '교훈(校訓)'입니다.

"지식(知識). 성실(誠實). 용기(勇氣)"

두 자씩 가지런히 묶어 놓은 이 여섯 글자를 보고 혹자는 "글씨체가 아주 멋지구먼"이라고 감탄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학교 교훈(校訓). 지식, 성실, 용기는 경찰관이 배양하고 갖춰야 기본 요건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아마도 워드프로세서가 일반화되기 이전에 차트 보고서를 잘 만들어 찬사를 들어 본 공직자라면 혹여 그런 눈으로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과 후에 교정을 아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면서 이 교훈을 차분히 음미해 보았습니다.

음미? 그렇습니다.
싯귀도 아닌 이 평범한 글자를 나름 대로 해석하고 '음미'해 본다는 것. 어느 해박한 교수의 명 강의 못지 않게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학교의 역사는 깁니다. 1945년 '경찰교습소'로 발족한 이래 국립 경찰학교로 개칭(1946년)한데 이어 경찰종합학교 법적 독립(1984년) 등 자그만치 60여년 성상을 거쳐오는 동안 파란(波瀾)과 우여곡절의 시대상황 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는 사실을 학교 홈페이지의 '학교 역사'를 통해 알았습니다. 이제 충남 아산에 건립 중인 '경찰학교 타운'이 완공되면 그 면모가 더욱 새로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 맞는 '교육 목표'. - 혁신과 창의적인 노력으로 새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경찰
경찰종합학교는 일선 경찰관들의 직무 교육장입니다. 뭐니뭐니해도  '지식 습득'이 가장 우선이니 교훈의 맨 앞에 '지식'을 강조한 것은 당연합니다. '혁신'이나 '창의' 등 요즘 시대 변화에 걸맞는 용어들도 이 '지식'이란 말 속에는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생각이 생각이 듭니다.

경찰종합학교의 '교육 목표'
교훈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교육목표'는 따로 세워져 있습니다. , , , 이 그것이지요.

직무교육과 체력연마 장. - 직무수행에 필요한 각종 실습실과 체력단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 다음에는 '성실'입니다. 일선 경찰에게 '성실'만한 아름답고 가치 있는 덕목이 또 있을까요? 교훈의 맨 앞에 배열해도 좋을 낱말임에 틀림 없습니다.

물론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매겨 놓은 교훈은 아닙니다만, 이 세상의 좋은 말 모두 다 제쳐두고 이 '성실'이란 낱말 하나만 경찰관들에게 강조해도 교육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용기'라는 낱말이 하나 더 교훈에 들어 있으니 왠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초등학교 교훈에서 '용기'라는 글자를 본적이 있던가요? 어느 중ㆍ고등학교 교훈에서 '용기'라는 가르침을 슬로건 처럼 내걸고 몸에 익혔던가요. 과문(寡聞)한 저는 그런 기억이 없지 싶습니다.

진부한 말 같지만 결코 진부하게 느낄 수 없는 말들이 경찰관에겐 세 가지가 늘 따라 다닙니다.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적인 임무'가 그것이지요.

그런 숭고한 사명이 부여된 경찰관이기에 경찰학교 교훈에서는 이 '용기'란 말을 빼 놓을 수 없는 가치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진정한 용기를 몸으로 보여준 '선배 경찰'
교정을 산책하면서 저는 무심코 지나치기 어려운 동상을 발견합니다.

'고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입니다. 이 분의 동상 앞에 서면 숙연해 집니다. 일선 경찰관에게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준 선배 경찰입니다.

민주국가의 초석이 된 선배 경찰의 모습.- 진정한 용기를 몸으로 보여준 선배경찰의 정신을 후배경찰들은 기리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우리가 왜 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 그 분은 말 없이 거기 서서 후배 결찰관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마침 집에서 핸드폰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다가 얼마 전에 전역한 둘째 아들입니다. 교육 중인 아버지에게 집안 소식과 안부를 전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지요.

아들과 대화 중에 이 아비가 "지금 고 최규식 경무관 동상 앞을 산책한다"고 말하자 아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어? 경찰학교에도 그 분 동상이 있어요? 제가 근무하던 종로경찰서 서장을 지낸 분인데요. 청와대를 목표로 침투했던 무장공비와 맞서 싸우다 순직하신 분이잖아요. 그 분이 쓰러진 서울 청운동 자하문 고개에도 동상이 있는데요, 그 분의 기백 넘치는 용기와 애국충절 이야기는 저도 잘 알고 있지요."

20대 신세대 아들도 알고 있는 '동상의 의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아들이 38년 전인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 침투 사건(공비 31명 ,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을 소상히 꿰뚫고 있다니...역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1번지 종로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한 것이 결코 헛된 낭비의 세월이 아니었구나 하고 아비는 새삼 느꼈습니다.

그의 동상에 새겨진 이은상 시인의 글이 인상 깊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비록 한 때의 비극 속에 육신의 생명은 짧았으나 의를 위하는 그의 정신은 영원히 살아 남으리라"

돌이켜 보면 향토예비군의 창설 계기가 되었던 '124군부대 31명의 특공대 청와대 기습 시도 사건'은 고 최규식(당시 총경)경무관의 순직과 더불어 우리 경찰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건입니다.

그러기에 경찰 교육기관에 세워진 이 동상의 상징성이야말로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육자료'로서의 가치는 영원 불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은 각종 범죄를 다스리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마음 가짐이 있습니다. '호국안민(護國安民)'정신입니다.

경찰의 책무와 역할은 크다. - 호국경찰과 민생경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경찰
마침 호국정신을 기리는 6월이 다가옵니다. 경찰학교 교육 중에 '호국안민'을 생각하는 보훈의 달 6월을 맞는 감회도 남달리 새롭습니다.

배우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많은 '경찰학교 교육'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준비하라'는 생활실의 표어 역시 궁극적으로는 유비무환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경찰교육은 교수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교육생 스스로 가슴으로 느끼는 깨달음과 사색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전국에서 모인 경찰 동료들로부터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세계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하고, 일과 후엔 건강한 사색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아름다운 수목의 교정을 거닐면서 새삼 일선에서 느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윤승원(ysw2350@hanmail.net)

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보람을 느끼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틈틈이 글을 써 오면서 1990년 등단이후 등 수필집을 펴낸 바 있습니다. 2001년 '경찰문화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청촌수필]http://cafe.daum.net/ysw2350200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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