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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사랑)이야기..마지막편(글올리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샤론스통 |2003.01.29 03:47
조회 2,204 |추천 0

 

.. .. ..



-25편-

오빠와 있었던 일.....

몇 가지만 말할까 합니다.

98년 봄이었습니다.

그때 오빠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이미 취업을 한 상태였죠.

난 3학년...... 아마도 오빠가 없었더라면

학교를 그렇게 계속 다닐 순 없었을 겁니다.

주말을 이용해 오빠랑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그냥 당일 코스로 갔다 올 계획이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놀다가 막차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오빠는 꽤나 당황하더군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는데.....

내가 그냥 아무데나 보이는 여관엘 가자고 했습니다.

난 오빠를 믿으니까요.....

"임마..... 너 그런데서 재우고 싶지 않단 말야........"

오빠는 이렇게 말했지만......

난 괜찮다고, 아무 상관없다고 그랬습니다.

우리 뭔가 바뀐 것 같죠? ^^

내가 졸라서 찾아 들어간 여관.......

좀 어색하긴 했었습니다. 침대방이었습니다.

대충 씻고 너무 피곤해서 잘려 하는데 오빠가 바닥에다 이불을 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침대에 누웠고.......

"오빠 이리 올라와..... 바닥에서 뭐하는 거야....."

(진짜 아무 뜻없이 한 말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손만 꼬옥 잡고 자도 좋은 거....아시죠?)

내가 이렇게 말해도 오빠는 계속 고집을 부렸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빨리 올라오라니까.... 청승맞게 뭐하는 짓이야......."

내가 하도 졸라서 오빠는 내키지 않는 듯 침대로 올라왔습니다.

나란히 누워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내가 이불 밑으로 오빠 손을 더듬어 잡았습니다.

오빠가 웃더군요......

오빠는 나에 대한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오빠 나 팔베게 해줘......"

오빠가 팔을 내밉니다.

오빠의 팔을 베고 누우니까...... 너무 좋더군요.......^^

글쎄요......

그 밤.....

난 뭔가를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바란다기 보다는......

내가 오빠를 너무 사랑하고 있으니까.......

오빠에게 내가 가진 전부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빠를 위해..... 나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내 맘을 오빠가 눈치라도 챘던 걸까요......

오빠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연아..... 난 있잖아...... 니 순수함.....

꼭 지켜주고 싶다......"

난 좀 시무룩해졌죠......

"내가 뭐가 순수해...... 나 하나도........"

"아니..... 넌 세상 어떤 여자보다도 순수해.....

나한텐 그래.... 그래서 꼭 지켜주고 싶어......

내가 니 순수함 지켜줄거야..... 알았어 임마?"

오빠는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습니다.

흔들리는 오빠의 눈빛. 세차게 뛰는 내 가슴........

내가 오빠에게 기습적으로 뽀뽀를 했습니다.

당돌하게도 말이죠.....

그리고 부끄럽게 웃었습니다.

오빠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웃더군요.......

"빨리 자.... 낼 첫차 탈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단 말야.....

늦게 일어나면 버려두고 오빠 혼자 가버린다?"

참......... 분위기 없는 남자죠........? ^^

하지만 오빠가 나를 위해주는 마음이 그렇게 특별했기 때문에

내가 오빠를 그렇게 많이 사랑했었나 봅니다.

오빠한테 안겨서, 오빠의 팔을 베고 그렇게 깊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가........



-26편-

오빠와의 추억 중 또 기억나는 한 가지......

98년 여름이었습니다.

난 방학을 했고, 오빠도 휴가를 받았습니다.

오빠 친구들이랑 계곡으로 놀러 가기로 했습니다.

텐트 가지고, 베낭 메고 2박 3일동안 가는 여행......

너무 기대되었었죠.

오빠 친구들 다섯명이랑 그 각각의 여자친구들...... 그러니까

총 12명이 같이 놀러 갔습니다. 어마어마한 인원이었죠.

텐트를 치고 남자들이 밥을 합니다. 여자들은 완전 공주 대접입니다.

여자들끼리 계곡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이야기하고 놀면

남자들이 밥을 다해서 갖다 바칩니다.

설거지도 남자들 몫입니다.

오빠가 유난히 날 챙기는 걸 보고 다른 오빠들이(오빠친구들)

막 야유를 보냅니다. 다른 여자들은 날 부러워합니다.

밥 먹을 때도 오빠는 반찬 같은 거 집어서 내 입에 넣어줍니다.

나도 내가 먹던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오빠 입에 넣어줍니다.

(연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얘기 ^^)

밥 먹으면서도 우린 끊임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그윽하게 웃어주고

또 한번씩 뽀뽀도 합니다. (밥 먹다가 뽀뽀한다고

오빠 친구들한테 많이 쥐어박혔었지요....^^)

나는 피부가 유난히 뽀얀 편입니다.

그래서 오빠가, 피부 햇볕에 그을려서 껍질 벗겨지면 따갑다고

매번 썬크림을 가지고 따라다니면서 내 팔이며 다리...발라줬습니다.

우리는 텐트를 4개 쳤었습니다.

여자 남자 2개씩 쓰도록 말이죠. 하지만 이틀 밤동안

오빠 친구들이랑 다른 여자들한테 야유를 받아야 했습니다.

내가 오빠 팔베게 하고 잘 거라고 떼를 써서......

그리고 오빠가 "우리 수연이 내가 팔베게 해줘야 잘 자는데...."

이러고 장단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첫날밤에 술자리가 거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삼겹살 굽고..... 소주랑 맥주를 어마어마하게 사가지고 갔었죠.

유치하지만 게임을 하고 놀았습니다.

(원래 놀 땐 유치하게 노는 게 젤 잼있는 거 아시져.....?)

놀다가 오빠가 눈짓을 보내면서 살짝 빠져나오라고 했습니다.

오빠랑 나랑 둘만 빠져 나와서.....

일행들로부터 좀 떨어진 곳(으슥한 곳)으로 갔습니다.

오빠 팔짱을 꼈습니다. 오빠가 웃습니다.

우린 어디 앉았습니다.

"재미있어?"

오빠가 은근히 물어봅니다. 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계곡에서 바라본 밤하늘은 별이 엄청 많았습니다.

분위기가 센치해졌죠......

"오빠..... 나 말야.....

너무 행복해서 자꾸 눈물 날 것 같애......"

내가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 행복한데 왜 눈물이 나......"

"모르겠어.... 난 원래 그래......"

오빠가 피식 웃습니다.

"그럼 말야....

앞으로 슬프거나 기쁘거나 해서 눈물날 땐 꼭 오빠한테 와.....

너 오빠 없는데서 울면 오빠가 가슴이 아플 것 같으니까....

꼭 오빠한테 와서 울어.....

그럼 오빠가 널 안아줄 수도 있고... 눈물 닦아 줄 수도 있고.....

달래줄 수도 있으니까... 알았지.....?"

정말 놀라운 발전입니다. 사랑은 원래 이런 걸까요......

그 무뚝뚝하던 사람이 저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오빠 어깨에 기댑니다.

그렇게 기대고 싶다 생각했던 그 넓은 어깨에........

오빠가 살짝 다가옵니다.

나는 눈을 감습니다.

촉촉한 오빠의 입술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입을 맞추었습니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벌레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모기한테 엄청 뜯겼죠....^^)

오빠와의 추억........

너무나 많지만 이렇게 두가지만 떠올렸는데도 벌써 눈물이 막나려 합니다.

울면 안됩니다.

지금 내 옆에는 오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빠가 없을 때 울면 난 더 마음이 아파집니다......

그리고 잠을 이룰 수 없어 괴로워해야 합니다.........



-27편-

이제 슬슬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이야기...... 다시 되뇌이고 싶지 않지만......

내가 상처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

꾹 참고 한번 써보려 합니다.

어차피 내가 극복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98년 겨울.....

크리스마스를 오빠와 함께 지내고 난 곧바로 부모님이 계시는 집엘 갔습니다.

집에 가면서 오빠랑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꽤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요....)

우린 매일 전화를 붙들고 살았습니다.

(이 땐 핸드폰이 있었죠... 오빠랑 패밀리폰을 가입했거든요...)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되면 아예 충전기에 꽂아놓고 이어 마이크 폰을

꽂고 그렇게 밤새 이야기를 소근거렸습니다.

그날은 1998년 12월 30일이었습니다.

오빠가 내일(31일)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같이 제야의 종소리를 듣자고 했습니다.

99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시점에서 우리가 떨어져 있어서 되겠느냐고....

장난치며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게 만났구나.....

야.... 참 시간 빠르다.. 그치?"

"벌써 그렇게 됐어?

와~ 오빠 만난 게 바로 어제 같은데....."

우린 그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내일 오빠가 차 직접 몰고 갈테니까....

우리 멋있게 드라이브 하면서 해돋이 보러가자... 알았지?"

(이때 오빠는 차가 있었어요... 하얀색 엘란트라....)

나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마냥 웃기만 했습니다. 바보같이.......

그리고 그날 밤 그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수연아 있잖아....

너 졸업하면.... 오빠한테 바로 시집와라......."

"왜?"

"그냥.....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그래. 임마.....

오빠가 오라면 오는거지 웬 말이 많냐?"

"아이....그게 뭐야..... 싫어,..... 난 놀 것 다 놀다가

그렇게 늦게 시집 갈거다 뭐.... 치......."

난 삐진 척 했지만 오빠의 말에 너무 행복했었죠.

"안돼..... 내가 너 졸업과 동시에 데려올거야...."

"오빠 나 먹여살릴 자신있어?

내가 밥 얼마나 많이 먹는 줄 알어?"

"그래두 괜찮어 임마..... 쪼그만게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걱정하지마.....짜식..... 설마 내가 너 굶기기야 하겠냐?"

그때 우리가 나눴던 대화들.....

또박또박 끊기듯 하나하나 선명하게 생각이 납니다.

오빠의 목소리가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한참 웃고 떠들었습니다.

새벽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빠 낼 운전하고 올려면 피곤할텐데..... 우리 그만 자자...."

아쉽지만 내가 먼저 전화를 끊으려 했습니다.

"그럴까? 그래.... 오늘밤에 이불 꼭 덮고 자고......

임마..... 너 감기 들면 오빠가 뽀뽀 안해준다?"

이제 우린 부끄러운 농담까지 서슴없이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내가 깔깔 웃었습니다.

"치......오빠가 거부해도 내가 오빠 귀잡고 막 뽀뽀 해버리지뭐....."

나도 만만치 않게 받아쳤습니다. 오빠도 크게 웃습니다.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수연아....."

오빠가 낮은 목소리로 부릅니다.

"응.......?"

"수연아......"

"아이.....왜~"

"사랑한다.... 임마...짜식아....사랑해......"

오빠가 부끄러운 듯 말했습니다.

아......그랬습니다.

오빠가 분명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2년이 가깝게 사귀어 오면서 오빠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투정부리듯 "오빠는 왜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안해줘? 내가 미워?"

이렇게 물었을 때도 내 이마를 툭 쥐어박으며 그랬었습니다.

"임마...... 그런 말은.....

원래 아껴야 하는거야....바보......"

오빠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밤엔..... 왜 그랬을까요.....

오빠가 그날밤 그 말을 하지만 않았더라면.......

우린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후에 계속계속 생각했었습니다......

정말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도.........



-28편-

1998년 12월 31일은 제 평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아니, 영원히 잊고 싶기만 한 날이기도 합니다.

목숨처럼 사랑했던 내 사람을... 그렇게 어이없게

뺏겨 버렸던 날이니까요......

이쯤되면 모두들 짐작하실 겁니다.....

슬픈 멜로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인들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죠.

꼭 누군가가 병들어 아프거나... 아님 사고로 죽거나....

그런 결말들을 보여주곤 합니다....

전 세상에서 멜로 영화를 제일 싫어합니다. 아니......

증오합니다.....

그날....그 98년의 마지막 날.....

나는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도착하면 내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집으로 날 데리러 오겠다고 했기 때문에.....

(초행길은 아니었지요. 전에도 몇번 우리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죠.

그래서 부모님도 다 아는 사이였었죠.)

그렇게 애타게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빠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운전중에 오빠는 핸드폰을 꺼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전화를 해도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합니다." 이런 소리만 들리더군요.....

답답했습니다..... 미칠 것 같았죠...

사람의 예감이란 건 무시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뿌옇게 잿빛이었던 하늘......

자꾸만 불안한 생각에 고개를 저으면서 오빠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그날 저녁이 다 되어서도 오빠의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첨엔 눈이 많이 와서 고속도로가 많이 막히나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난 자꾸 눈물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내 옆에서 모두 걱정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밤이 늦어서야 울렸던 내 핸드폰.......

그때의 그 핸드폰 소리가 너무도 귀에 생생합니다. '사랑의 인사'......

그 멜로디가 너무 선명하게 내 가슴을 짓누릅니다.

너무나 떨리는 가슴으로 받았던 그 전화속엔 내가 기다리는 훈영오빠가 아닌

오빠 친구가 침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연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마음 단단히 먹고 들으시란 말입니다......

훈영이 자식이......"

갑자기 그 뒷말은 듣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흐르는 눈물.....

"훈영이 자식이.... 지금..... 영안실에 있어요...

여기가 어디냐 하면요......"

기절을 했습니다.

엄마의 짧은 외마디 소리가 들렸고..... 그 뒤는 하나도 기억이 안납니다.

정신을 차리면 내 눈앞에 훈영오빠가..

'임마..... 오빠가 너 만나러 왔는데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러면서 웃고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걱정스런 눈빛의 가족들만이......

내 옆을 지키고 있더군요.....

훈영오빠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디에도...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찾아갔던 그 사람이 있다던 병원 영안실.......

영안실로 내려가는 지하 계단에서도 난 믿지 못했습니다.

친구가 날 부축하고 따라왔었습니다.

친구도 자꾸만 눈물을 흘립니다.

영안실 입구에 걸려있던 화이트 보드에 정확하게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12월31일 오늘의 사망자 명단.....XXX,OOO......

일곱명인가 쓰여 있었는데 그 중에도 다섯번 째 칸에.....

정확하게....... 내 목숨같이 소중한 그 사람.....

조.훈.영이란 이름이 있더군요.......

또 휘청거렸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오빠의 이름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슬프면 눈물조차 나질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입구에 오빠 친구들 몇 명이 그렇게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내가 다가가니까 모두들 나의 눈을 피합니다......

차마 못보겠다는 얼굴입니다.....

내가 한 오빠의 팔을 붙잡습니다.

"저기.....오빠..... 우리 훈영오빠..... 그냥 조금 다쳤죠.....?

괜찮죠.....? 괜찮은 거죠.....?"

그 오빠 날 피합니다.

"수연씨 이러지 마세요.... 이러지 마시고.....

저기 훈영이 있으니까 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보시죠......."

마지막이란 오빠 친구의 그 말.....

오빠 친구가 미웠습니다.

마지막이라니.......

우리에게 마지막이란 건 없단 말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친구가 내 손을 이끕니다......

한걸음씩 떼어 놓을때마다...... 다른 이들이 지르는 곡소리가

내 발을 따라 옵니다.

조심스레 갔던 곳....... 하얀색 국화꽃 속에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

훈영오빠가 검은 리본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렇게 공허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흑백사진속의 오빠 얼굴....

그 앞에 오빠의 아버지인 듯한 남자분이 제정신이 아닌 듯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난 오빠의 그 흑백사진을 뚫어져라 살펴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아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29편-

어떻게 된 건지.....

정신을 차리니까... 오빠친구 차 안이었습니다.

영안실에서 기절한 나를 오빠 친구들이 데려다 차 안에 눕혀둔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옆에서 자꾸 울고 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오빠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오빠가 있을리가 없죠......

그 후 일간지에 조그맣게 오빠의 사건이 실렸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눈길 3중 충돌사고..... 1명 사망 5명 중경상........

그렇습니다...그 중에서 오빠만 그렇게 죽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바보같이......바보같이...... 너무나 바보같이........

오빠 친구들이랑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오빠를 봤었습니다.

시체 보관해 두는 그 어두운 곳에 오빠 혼자 그렇게 꽁꽁 얼어서

쓸쓸하게 누워있더군요...... 얼굴을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 일그러져버린 오빠의 얼굴......

그리고 얼마나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면 오빠는 발목이 꺾인 채

그렇게 처참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미친듯이 울부짖어도 돌아올 수 없는 사람.......

오빠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울면서 마지막으로 오빠와 악수를 나누더군요......



구석에서 넋놓고 그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뭔가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 그렇게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잡아 본 오빠의 마지막 손길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너무 차가워서 아직도 그 감촉이 손끝에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오빠는 화장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빠의 마지막 가는 길을 난 보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잃었다 깨기를 수십번....... 그렇게 반복하며 누워지내는 동안

오빠는 깨끗하게 나에게서 떠나버리고 없더군요.......

아무리 미친 듯 울부짖고 찾아도 오빠는 내 손 하나 잡아주지 못하고......

내 눈물도 닦아주질 못하더군요......

99년 한 해를......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한숨이 절로 납니다......

휴학을 했고.....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걸려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내가 혹 자살이라도 할까봐 가족들은 노심초사 나를 감시하는 눈치였고

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한 넉달 정도 입원을 했었죠),

그냥 하루종일 아무 말없이 창살이 촘촘하게 박혀있는 그 병실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슬프거나 기뻐서 눈물이 날 땐 오빠를 찾아오라고.....

오빠가 없는 곳에선 절대 울지 말랬던 그 말이.......

바보야...... 바보야..... 내 말 들려.....? 응.......?

오빠가 그랬잖아..... 울고 싶으면 오빠 찾아오라고.......

근데 오빠는 나한테 말 안해준 게 있어.....

울고 싶어서 오빨 찾아가고 싶은데....

오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말 안해주고 가버렸잖아...... 나 이제 어떡해.....?

응.......?

얼마전 새천년을 맞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때 난 오빠와 함께 있었습니다.

오빠의 사진을 옆에 두고.....

그렇게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눈물이 소리없이 흐르고......

아마도 오빠가 그 눈물을 봤을겁니다......

그래서 전 괜찮습니다......

오빠가 있는데서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30편-

사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직도 막막합니다.

여기 이야기를 올리시는 다른 분들은.....그래도....

어딘가 살아있다는 희망은 있는 분들이더군요......

하지만..... 난 너무 잘 압니다......

내가 아무리 미치도록 소리 지르고 울어도..... 아무리 울어도 울어도

오빠는 내게 오지 않는다는 걸.....

오늘..... 하루종일 방을 뒤져서 뭔가 찾아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내가 오빠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그 편지를 읽노라니까...... 새삼 가슴이 아프면서......

또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직..... 막막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1년이란 시간은 오빠와의 시간들을 모두 정리하고 가슴속에 묻기엔.......

그리고 내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기엔...

많이 부족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새천년이 왔지만..... 난 아직도 이렇게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면서....

밤이면 나를 찾아오는 무서운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봄에.... 아직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내 방에 숨어서만 지내고 싶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정리 때 결국 태우지 못했던..

오빠의 사진 몇 장과 백일 때 오빠랑 나눠 꼈던 반지 하나를 품고서 말입니다........

오빠에게 마지막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그만 마칠까 합니다......

꿈에서라도 오빠를 한번만 만나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정말 가슴 아프고 슬프게도

아직 오빠는 한번도 꿈속에 날 찾아오지 않습니다..... 자기를 잊고

행복하게 살란 뜻일까요...... 아니면.....

날 혼자 두고 가버린게 미안해서 일까요.......

오빠......

오빠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

사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별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단말........

그래.... 그 말이 맞아.....

이별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거야.......

오빠는 나한테 이별을 하고 가버렸다 생각하겠지만.....

난 절대 그렇지 않아.....

난 오빠랑 이별하지 않았어..... 그리고 영원히 이별하지도 않을거구......

이제.... 아파하지 않을께.....

바보같이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오빠 이름 부르면서 울지도 않을거구

혼자 술 마시고 그런일 하지 않을께.....

오빠가 본다면 마음이 많이 아파서 힘들어질테니까.....

오빠가 힘들어하는 일 하지 않을께......

대신 그리워하지도 말란 말은 하지마......

언제까지고 오빠를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영원히 사랑할거야.....

오빠가 내게 줬던 사랑, 그 따스한 마음.....

잘 간직하고 살께....

그러니까 오빠도 편히 지내.....

나 잊으면 안돼.... 나도 오빠 안잊을 거니까...

오빠도 나 잊지 말고... 기다려......

오빠......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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